서울특별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이지스자산운용 [사진=신유진 기자]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관광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지 1년이 넘은 가운데 40년 역사를 지닌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힐튼 서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983년 12월 세워진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서울특별시 중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22개층 700여 개 객실 규모를 보유한 대표 5성급 호텔이다. 

지난달 말 힐튼 서울 최대주주 CDL코리아는 호텔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협상 대상자는 국내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 서울 호텔을 약 1조 원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힐튼 서울을 인수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이 호텔을 매각한 후에 오피스 빌딩으로 용도 변경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힐튼 서울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노동조합’은 매각을 반대하며 이달에만 두 번의 기자회견과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노조는 지난 1일 오전 이지스자산운용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당시 최대근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노조 위원장은 “멀쩡한 호텔을 없애고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어느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며 “이제는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목숨을 걸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 조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30여 년을 근무했던 회사에서 쫓겨 나간다는 건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다”라고 호소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은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사모펀드들이 유행처럼 하고 있는 건물을 매입해 고유 업종을 유지하지 않고 아파트, 오피스텔로 변경하고 있다”며 “매각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서비스연맹 11만 조합원은 노동자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도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힐튼이 무너지면 함께 일해 왔던 노동자들의 생존도 무너진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지스자산운용이 호텔을 매각 후 주거용 건물로 변경하는 행위는 부동산 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대근 노조위원장은 “힐튼 서울호텔에서 일해 온 700여 명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원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라며 “힐튼 또한 다른 호텔들과 비슷한 폐업 절차를 진행할텐데 노동자들의 생존 또한 건물과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 매각으로 심각한 고용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관광산업 발전 대안 마련에 국회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측은 힐튼 서울 매각과 관련해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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