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의 단결’ 오빠 몰아낸 동생들… 막냇동생 구지은, 새 수장으로

좌: 구지은 아워홈 새 대표 우: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아워홈의 구본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막냇동생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와의 경영권 다툼에 패하면서 결국 해임됐다. 구 전 대표와 함께 첫째와 둘째 언니가 승기를 잡은 가운데 세 자매의 반란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 부회장의 나간 빈자리는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채우게 됐다.

세 번의 ‘남매 전쟁’… 캐스팅보트 미현 씨, 구지은 대표 손 들어 줘

구 대표 “최근 몇 년간 아워홈, 전통‧철학 무시하는 경영… 되살릴 것”

지난 4일 오전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녀 구미현 씨, 차녀 구명진 씨, 막내 구지은 전 대표는 60%에 달하는 지분율을 내세우며 구 부회장을 압박했다. 세 자매는 기존 11명이었던 이사회에 21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했고 주주총회 이후 바로 열린 이사회에서 구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구지은 전 대표는 아워홈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이 본인을 포함해 이사 보수 한도를 늘린 점, 아워홈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점, 최근 보복 운전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점 등을 내세우며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워홈의 최대 주주는 구 부회장으로, 38.6%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장녀 미현 씨는 19.3%, 차녀 명진 씨는 19.6%, 지은 씨는 20.7%로 세 자매의 지분을 합치면 59.6%로 구 부회장의 지분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구 전 대표는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새로 아워홈을 맡게 됐다. 이 선택이 곧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전 직원이 공감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과거의 좋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 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 유일하게 경영수업 받은 인물 ‘구지은’
  막냇동생 손 잡아 준 장녀 미현 씨

앞서 5년 전이었던 2017년과 2019년 구 부회장과 구 전 대표는 두 번의 남매 전쟁을 치른 바 있다. 2021년 ‘세 자매의 난’으로 전에 벌어진 남매 전쟁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구 전 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하면서 유일하게 남매 중 경영수업을 받아 온 인물이다. 그러나 2016년 구 부회장이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우며 경영에 참여했고, 구 전 대표는 아워홈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나게 됐다. 2017년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임시주총을 소집했으나 당시 미현 씨가 구 부회장 편에 서며 실패로 끝났다.

지난 2019년에도 두 번째 남매 전쟁을 치렀다. 당시 구 전 대표는 구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안과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됐다. 이후 아워홈은 캘리스코에 납품을 중단하면서 법적 공방까지 벌이게 됐고 결국 캘리스코는 지난해 식자재 공급처를 신세계푸드로 변경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미현 씨는 과거 남매전쟁에서 구 부회장의 편에 섰으나, 이번에는 막냇동생 구 전 대표의 손을 잡아 줬다.

- 보복 운전 논란에
  졸속 승계‧재산 증여 문제 수면 위로

보복 운전으로 차량을 파손하고 파손 차량 운전자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의로 사고를 낸 후 하차를 요구하는데도 무시하고 진행됐고, 따라잡혔음에도 다시 도망치려다 가로막는 피해자에게 충격을 가해 2차 사고를 내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의 정도가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구 부회장은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서 운전 중 옆 차선 차량이 끼어들자 피해 차량을 다시 앞지른 후 급정거했다. 이 사고로 두 차량은 충돌했지만 구 부회장은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에서 도주했다. 이후 피해자는 구 부회장을 추격해 따라잡았고 “경찰에 신고했으니 도망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구 부회장은 차를 앞으로 움직이며 피해자의 배와 허리를 차로 쳤다. 피해자가 손으로 차를 막아섰으나 구 부회장은 차로 밀어붙이며 허리와 어깨 등을 다치게 했다.

한편 구 부회장은 보복 운전뿐만 아니라 세 자녀를 위해 졸속 승계‧재산 증여를 한 것이 문제가 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딸에게는 수십억대의 고급 빌라를 증여했으며, 앞서 언급했던 구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는 2019년 기타 비상무이사로 아워홈 법인등기에 이름을 올린 후 지난해 12월 사내이사로 초고속 승진했다.

아워홈을 이끌 구지은 신임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인력개발원 등을 거친 후 2004년 아워홈에 입사했다. 아워홈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삼남 구자학 회장이 설립한 식자재 공급 기업이다. 아워홈 4남매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숙희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이며 이숙희 씨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딸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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