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영웅에서 反영웅으로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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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출간한 회고록이 최근 여야를 막론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야권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을 두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권은 의견이 나뉘었다. 그를 옹호하는 쪽에선 “(조 전 장관에 대해)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는 반응을 반대하는 쪽에선 “통렬히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그의 회고록은 모든 물량이 품절돼 서점가에선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논란이 제2의 ‘조국사태’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의 회고록 출간이 또다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는 그의 회고록을 입수해 왜 논란이 되는지 알아봤다.

-베스트셀러 1위 싹쓸이... 서점가 넘어 정치권에도 파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한길사 펴냄)’이 단숨에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랐다. 공식 출간 하루 만에 1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조국의 시간’은 지난 3일 예스24·알라딘·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1위와 주간 최다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일 회고록 출간 배경에 대해 SNS에 “언론이 검찰의 일방적 주장과 미확인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했기에 책으로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무적, 도의적 책임에 대한 사과는 여러 번 했다”며 다만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다툴 것이다. 앞으로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소명하고 호소하는 것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책을 보고 난 후 질문하라”며 “시민이 자신에게 보장된 헌법적 기본권을 행사한 것을 행사했다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인 행태”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회고록 출간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서전을 내며 본인 신원(伸寃)과 지지층 결집에도 나선 듯하다”며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 ‘촛불’로 불장난을 해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민주당 내에선 ‘조국 사태’를 두고 또다시 격론이 벌어진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 2일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민주당 당원들은 “송 대표를 탄핵해야 한다”며 들끓었다.

 

- 조국 “가족의 피에 펜 찍어 써내려가”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고 당시의 심정을 기록했다. 그는 회고록 서문에서 “검찰·언론·야당의 주장만이 압도적으로 전파되어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은 해야 했다”며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으로 꾹 참고 책을 써야 했다”고 저술 동기를 밝혔다. 

회고록은 총 8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 ‘시련의 가시밭길’에선 그가 문재인 정부에 의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이후 배우자가 기소되고 극단적으로 양분 된 여론 속에서 왜, 어떠한 생각으로 장관직을 수락했는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 장에서 “내가 자진 사퇴하거나 장관 지명이 철회됐다면 보수야당과 언론은 검찰개혁에 동참했을까. 검찰은 검찰개혁법안 통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을까”라며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당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제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에서는 그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여덟 가지 의혹인 사모펀드, 위장이혼·위장매매·위장전입, 딸의 장학금, 웅동학원, 버닝썬 사건 연루, 상상인 저축은행 대출, 논문 표절, 딸과 아들의 고교 인턴·체험활동 증명서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압수수색으로 사모펀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전에 등장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국 불가론’의 전말도 언급했다. 그는 이 장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에 대해 “‘멸문지화(滅門之禍)’의 문을 열었다”고 적었다. 

제3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에서는 검찰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절대반지를 낀 어둠의 군주”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킨 적이 없다”며 “윤석열 검찰도 예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제4장 ‘검찰과 언론의 표적사냥’에선 “수사가 아닌 사냥이 시작됐다”며 “가족의 살과 뼈가 베이고 끊기고 피가 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아야 하는 절통(切痛)이었다”고 했다. 

1장부터 4장인 중반까지 조 전 장관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과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해명 그리고 검찰과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은 자신이 받은 혐의와 수사에 대한 변명 그리고 검찰·언론·야당에 대한 적대감으로만 가득 차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대선 경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기 친문진영과 거리가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당내 경선연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회고록이 나온 점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같다고 했다. 

 

- “잘못 없어 수사 받은 것 아닌 만큼 자숙해야”

조 전 장관은 제5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에서 장관으로 재직한 36일 동안 이룬 자신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어 제6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에서는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제7장 ‘얄궂은 운명’은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죄를 적용받아 동부구치소에 입감된 가운데 구치소 독방에서의 심경과 영장 기각으로 풀려나와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장인 8장에선 ‘검찰쿠데타의 소용돌이’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선택적 정의’를 선택했다며 윤석열은 과연 정의로운가를 물었다. 조 전 장관은 이 장에서 “윤석열에게는 촛불혁명보다 검찰 조직의 보호가 더 중요했다”며 “그는 영웅에서 반(反)영웅으로,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고 지적했다. 

5장부터 8장 까지도 조 전 장관은 이전의 장에서와 같이 검찰에 대한 비판과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특히 그가 윤 전 총장을 언급할 땐 비판에 대한 강도가 더 세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지난 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이 자신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잘못이 없어 억울하게 수사를 받은 것은 아닌 만큼 자숙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상식에 맞는 태도”라고 그의 회고록 출간을 꼬집었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이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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