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태양광부터 우주항공‧화학까지…미래 먹거리 확보 마련 총력
하이투자證 “질산 생산량 확대 통해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할 듯”

한화그룹 본사 전경
한화그룹 본사 전경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2월 경영에 복귀한 후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체질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과 수소에 집중하고 있는 한화솔루션부터 방산 부문의 한화시스템과 우주 사업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주요 계열사들은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타며 신규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지난달 한화는 질산 사업에 19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연산 12만 톤 규모를 2023년까지 52만 톤으로 증설하기로 했다.

생산량 중 39만 톤은 자체 소비용 물량 외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증착·세정용 소재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화는 질산 증설을 통해 화학부문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관심이 커진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1600억 원을 투자해 연 18만 톤의 DNT를 생산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지난 3월 발표한 바 있다. 18만 톤 DNT 제조 시 필요한 연 13만 톤의 질산을 한화가 공급한다. 질산과 톨루엔의 화학 반응으로 생산하는 DNT는 가구 내장재, 자동차 시트의 폴리우레탄 제조에 사용되는 TDI(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의 원료다.

이번 투자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질산-DNT-TDI'로 이어지는 질산 밸류체인을 구축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향후 질산을 활용한 고성능 복합소재 등의 생산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화도 반도체 제작 과정 중 증착 공정과 관련된 장비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기계 사업을 보유 중인 한화가 그동안 내재화한 기술을 반도체 장비에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 측은 현재 반도체 장비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초기 단계라며, 진행 여부와 구체적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동관, 경영 정면에… '3세 경영' 속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도 이번 사업에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대표는 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동관 대표가 올해부터 전략부문장을 맡아 한화 경영에 더 깊이 참여하면서 혁신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기존 방위산업·화학‧‧금융 등 전통 산업에서 수소·태양광과 우주항공 등 미래성장 산업으로 그룹의 중심축을 옮기면서 김 대표의 입지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이번 반도체 장비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그룹 내 차세대 미래 성장 사업 추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기존 사업의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 신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동관 대표의 '3세 경영'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지주회사의 본격적인 역할 수행 단계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사업 구조조정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어야 하며, 이후 자회사 간 신성장 동력에 대한 역할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신성장 동력의 핵심사업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미래성장을 위한 밸류 드라이버 중심의 가치창출이 가능해지면서 신성장 동력의 핵심 사업화 등으로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한화는 올해 매출액 12조8382억원, 영업이익은 8485억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매출 증가와 더불어 한화생명, 한화손보 등 금융 계열사 실적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는 올해 견조한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가운데 질산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정밀화학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성장성 등이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5.1% 늘어난 53조5041억 원, 영업이익은 41.1% 증가한 2조2511억 원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이 견조하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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