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수백억 적자로 어려움 호소…‘시니어패스 폐지’ 수면 위로

신분당선. [사진=조택영 기자]
신분당선.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 광교를 연결하는 수도권 지하철 신분당선이 운영 적자를 이유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신분당선은 공기업인 코레일 등과는 다르게 100% 민간 자본으로 건설‧운영 중이라 해마다 수백억 원의 적자를 감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신분당선의 움직임으로 지하철 업계에서 ‘노인 무임승차 폐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란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5년간 무임승차자 비율 5% 예상했지만실제로는 16~17% 달해

최근 국토교통부, 신분당선 등에 따르면 무료였던 신분당선의 65세 이상 노인 요금을 유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즉, 신분당선이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셈이다. 노인 요금을 일부 또는 전면 유료화하는 방안으로 압축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쟁 조정 중”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운임요금을 50% 할인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2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 1984년부터 현재까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100% 무임승차가 제공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내려오는 대표적인 시니어 복지제도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한 노인인구 급증으로 교통 예산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정 적자가 본격화됐다. 선거철마다 복지의 범위를 두고 과잉 복지 논란이 일면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존폐 문제가 거론돼 왔다.

현재 신분당선 요금은 수도권 전철 기본운임(10km 이내 1250원)이다. 별도운임(1000~1300원)까지 더하면 2250~2550원 수준이다.

신분당선이 노인 요금 유료화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적자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의 당기순손실은 지난 2019년 189억3773만 원에서 지난해 503억2907만 원으로 증가했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신분당선과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지난 2005년 ‘신분당선 전철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개통 후 5년 동안은 무임승차 대상자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이후 재협의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신분당선 측은 2011년 10월 개통(강남~정자 구간) 이후 5년 동안 무임승차자 비율이 5%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16~17%에 이르고 있다.

5년이 흐른 시점인 2016년 10월, 신분당선 측은 65세 이상 노인의 유료화를 골자로 하는 운임 변경을 추진했으나 대통령 선거 이후 협의하자는 게 국토교통부의 의견이었다고 한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대통령 선거 이후 국토부와 협의를 했고, 현재는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분쟁조정위원회에 관련 안건이 올라간 상태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협의된 건 없다”며 “다른 운영기관은 국가에서 국민 세금으로 운임 보전을 해 주는데 우리는 1원도 보전을 안 해 준다. 정부는 ‘민간에서 다 책임져라’, ‘너희들 돈으로 적자를 메워라’, ‘이게 국가 정책이다’라고 입장을 밝히다 보니 협상이 안 돼서 분쟁 조정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노인 운임의 일부 유료화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년 3월 대선 등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들의 생각은?

일각에서는 이번 신분당선의 움직임으로 노인 요금 유료화 추진이 수도권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등 여러 지자체의 노인 무임승차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 1~8호선과 9호선 2‧3단계 구간을 운영 중인 서울교통공사도 노인 무임승차로 해마다 3000여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누적 적자는 2040년까지 14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교통공사 등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노인 무임승차 비용을 60% 보전해 주고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전국 철도의 수입이 줄어 운영이 힘든 상태다. 전국적으로 흑자에 있는 운영기관은 한 군데도 없다”며 “물론 다른 기관들은 국가에서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데 우리는 안 해 주는 상태라 신분당선은 적자 폭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선 당사자들은 선을 긋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노인 무임 수송 등 노인 복지에 대한 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한 전국 6개(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은 “도시 철도의 공익서비스는 주로 무임수송정책으로 제공되는 만큼,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생활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 9일 만난 신분당선 이용객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70대 A씨는 “운영 적자가 그렇게 큰 줄은 몰랐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해 운영 적자가 발생하고, 나중에 젊은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면 참 미안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 B씨는 “복지 차원에서 시작한 정책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 같다”면서 “노인 무임승차를 반발하는 젊은층은 본인들도 나이가 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30대 C씨는 “노인들이 이 정도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면 너무나 힘들 것 같다. 비용이 크더라도 국가가 나서 줘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40대 D씨는 “출퇴근 시간에 불편했던 적이 많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노인들에게 요금을 징수하는 편이 낫이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임승차 연령의 단계별 상향, 유료 시간대 지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신분당선 무임승차 폐지 움직임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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