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젠더 논란’으로 창업주 사임한 사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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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수장이 논란 끝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무신사 창업자 조만호 대표는 최근 대표 이사직에 대한 사임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지며,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의를 공식화했다. 다만 추후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이번 조 대표의 사임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논란 되고 있는 ‘남혐(남성혐오)’ 의혹으로 부터 발단이 된 만큼 산업계 전반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뉴시스]
조만호 무신사 대표 [뉴시스]

- ‘젠더갈등’ 의혹에 불매운동 확대...몇달 전 사임의사 밝혀 
- “결자해지 위한 책임”...임직원에 1000억 상당 주식 나눠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이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무신사와 유사한 형태를 갖춘 다양한 패션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지만, 2000년대만 하더라도 이 같은 사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조만호 대표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해 회원수를 늘려갔고, 대학 진학 이후 ‘스트릿 패션(길거리 패션)’이나 유행하는 아이템 등을 소개한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해 10대~20대 연령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입소문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들은 꾸준히 증가했고, 결국 2009년에는 쇼핑몰 체제를 도입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9년, 무신사는 국내 열 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패션 분야의 유통기업으로는 첫 사례다. 이후 무신사 입점 브랜드는 꾸준한 흥행을 기록하며 매출 상승을 기록했고,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무신사를 통해 대중들에 이름을 알리는 등 ‘무신사 효과’를 보여줬다. 산업계가 코로나19 타격으로 위기에 놓인 가운데, 무신사 만큼은 예외인 듯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319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19년(2197억 원) 대비 51% 증가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신규 회원이 증가한 것과 더해 입점 브랜드 매출 성장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배우 유아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TV 캠페인 등이 화제 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데 다가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도 매출 증가에 한 몫을 더했다.

‘젠더 논란’ 불매 확산

꾸준한 성장을 이룬 만큼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소비자들은 이번 ‘젠더 논란’의 중심에 오른 무신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신사는 올해 3월 여성 회원들에게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일로 회원 차별 문제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이 완전히 봉합되기도 전 무신사 이벤트 홍보 이미지에 ‘남혐’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손모양의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논란은 증폭했다. GS리테일을 비롯해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발생한 ‘남혐’ 논란과 같은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는 이미 몇 달 전 사임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임은 확실시 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해당 이메일을 통해 “특정 고객 대상의 쿠폰 발행 및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과 관련해, 무신사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여러분들과 6500여 개의 입점 브랜드, 수많은 협력 업체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이와 함께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국에서 브랜드 패션 유통을 대표하게 된 지금의 무신사에는 제 개인의 직관에 의존한, 자칫 성급한 추진력보다 앞으로 더 큰 성장과 발전으로 위해 전문화된 팀의 시스템이 더 필요하고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쿠폰 논란으로 인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멈추게 됐고, 거래 업체와 고객들께 사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대표로서 많이 괴로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무신사에 따르면 현재 조만호 대표의 뒤를 이을 후임 대표는 현재 내부에서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편 조 대표는 사임 발표와 함께 임직원 등에게 개인 주식 중 1000억 원 상당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만호 대표는 “무신사를 함께 만들어 온 본사 임직원 여러분과 무신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사 구성원, 그리고 근시일 내 합류할 분들께 제 개인의 주식 중 1000억 원 상당을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식의 나눔은 수개월 내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을 마련해 별도로 전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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