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야당 국민의힘이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36세 청년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한국 헌정사상 신기원이 열린 셈이다. 이 대표는 당원투표(70% 반영)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 반영) 결과를 합쳐 득표율 43.8%를 얻어 나경원 후보(37.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당원투표에서 37.4%를 득표해 나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서 58.7%를 얻어 승리했다. 민심에서 이기고 당심에서 진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역대 최고 투표율(45.36%)을 보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례 없는 흥행대박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번 전대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조직(탈당파) 대 개인(사수파) 간의 불공정 경선이었다. 경선 과정 내내 계파(系派) 시비가 일었던 것처럼, 이준석 후보는 김무성 유승민 김종인 등의 계파 수장과 상당수 언론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았다.

특히 당원 여론조사에서조차 이준석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크게 앞선다는 보도가 범람했지만, 개표 결과 당원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3.5% 앞서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나경원 후보는 계파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도움 없이 필기단마(匹騎單馬)로 외롭고 힘든 싸움을 전개했다.

마침내 당은 비주류였던 탄핵·탈당파가 접수했다. 그러나 당의 주인은 당을 꿋꿋하게 지켜온 당원들이다. 이 대표는 당원 62.6%가 자신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함의(含意)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맞닥뜨릴 당내 저항이 만만찮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성·청년·호남 할당제 폐지’ ‘남녀 갈라치기등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또한 공직후보자 시험 및 경쟁지상주의에 대해 보수 가치의 퇴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대표는 자신의 당선 의미를 두고 그간 보수가 이념 구도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형성했다면, 이제는 어젠다 중심 정치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사태, 박근혜대통령 탄핵과 같은 현대사의 불행한 질곡(桎梏)에 대한 역사관이나 해석에서 정통 보수우파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주장을 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표가 보수우파 정당의 이념에 대한 자부심 없이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 당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 대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고, 우려도 많이 따른다. 지지도 높은 대선주자를 보유하지 않은 당은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많이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경선버스 정시(8월 중순) 출발론은 자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나 홍준표 의원의 복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 외부 유력 주자들의 당 영입 여부와 영입시기 결정 등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이들 난제를 풀어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후보 단일화의 성패(成敗)를 가를 것이다.

평균 나이 46.2살의 최고위원들도 개성이 강해 봉숭아학당이 우려될 수 있다. 당의 중진협의체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혹여 우려되는 김무성, 유승민, 김종인 등의 상왕정치를 경계해야 한다. 당에 침을 뱉고 아사리판이라고 욕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원장 영입은 이 대표를 반대한 주류 당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예상되는 여권의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당대표가 목숨을 걸고 막아내야 한다.

이 대표는 선을 넘는 튀는 발언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좀 더 유연해 져야 하며, 재승박덕(才勝薄德)을 경계해야 한다. 청년의 패기로 세대연대에 앞장서고, 부족한 경륜은 당내외의 원로·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가 충고한 정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각골명심(刻骨銘心)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길 바란다. 노령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장년층의 실업과 일자리 문제, 전세난민 문제 등에 대해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시작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2030의 정치참여 확대는 물론 정치권 전체의 역동적인 쇄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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