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무역협회 비즈니스센터 [사진=양호연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무역협회 비즈니스센터 [사진=양호연 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수출은 증가하지만 증가하는 물동량을 따라잡는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적잖은 모양새다. 수출입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박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물류 비용 등을 비롯한 제반 비용이 기업들에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더 큰 고민을 떠안은 듯하다. 운송사와 운임을 협상할 여지가 대기업보다 적다보니 여러모로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충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기를 바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면과 건면 등을 중남미 시장에 수출할 계획으로 사업에 나선 A씨는 일요서울에 현재 물류 비용에 따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만 하더라도 K-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조짐을 보였습니다. 한류 열풍에 따라 K-푸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고, 실제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데 따라 소규모 기업들도 한국음식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다했습니다."

"저 역시 중남미 지역에 라면 등 한국 음식을 알리기 위해 이미 시장 조사까지 다녀오고, 사업에 나섰지만 결국 수출 사업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접어야 했습니다. 저희 같은 소규모 수출 기업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밖에도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수출업계 관계자도 관련 해외 사업 현황에 대해 묻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해당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으로 몇년 전부터 사측에서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확대 계획을 가졌는데, 이 마저도 물류난 등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제반 비용 부담으로 회사 내부에서도 언급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수출기업 455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수출기업 영향조사’를 살펴보면 수출량은 증가하지만, 기업들은 물동량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주문은 증가했지만 선박·컨테이너 부족 등으로 수출 물류·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답변이 37%로 집계됐다.
 

구자열 회장 [자료사진=뉴시스]
구자열 무역협회장 [자료사진=뉴시스]

이 같은 호소가 산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높아지자 최근 한국무역협회측은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기업들의 물류난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요청한 것. 당시 국회에 방문한 구 회장은 무역업계의 현안과 건의사항 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날 “기업들의 물류비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요청 할 시 정부가 긍정적인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중소기업들의 고충도 함께 언급했다. 수출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선박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해운 선복을 적시에 예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중소 수출업계는 수출 주문이 늘어도 물류애로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대비용 증가로 걱정이 태산이다“라며 급증된 해운 수요가 최소한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을 당부했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물류난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컨테이너선 등 수출 선박 운임이 하락 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하락할 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구 회장은 이날 정부가 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도 함께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시 우리 기업들의 현지 투자규모가 화제에 오른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핵심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경쟁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사례가 증가하면서 10년간 소부장 품목 중심 수출이 5배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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