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06.16. (공동취재사진)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1.06.16. (공동취재사진)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의가 진행된 지 6년이 됐다.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료 사고로 숨진 故 권대희 씨 사건을 계기로 관련 논쟁은 반복돼왔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료법 일부개정안)’을 심사했다. 하지만 여야가 해당 사안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법안은 유야무야됐다. 개정안은 7월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안 쟁점은?

사안의 핵심 쟁점은 CCTV 설치 위치, 촬영 시 동의 여부(환자·보호자·의료진 등), 촬영 영상 열람 허용 범위, 설치 의료 기관의 범위 등이다. 

여야는 지난해 11월부터 4차례의 심사를 진행해 오는 동안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수술실 촬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의료 사고 소송 중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만 CCTV 영상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다. 다만 CCTV 설치 위치와 의무화 방안 등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6월 임시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수술실 입구에만 CCTV를 설치해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며 쟁점이 큰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찬성’… 의료계는 ‘강력 반대’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오랜 논쟁이 된 만큼 국민적 관심도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 CCTV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78.9%,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17.4%에 그쳤다. 즉 10명 중 8명이 찬성하는 셈이다. 찬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는 것”이라며 “이는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또 “능동적·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이 의료진의 방어·소극적 대처로 이어진다면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고 결국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개정안 통과가 어려워진 것과 관련해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의료법 관련 법안들이 20여 개 이상 발의됐음에도 실질적으로 통과된 게 없고 해당 사안에 대한 법안 자체가 논의되는 경우가 적지만 이번 수술실 CCTV 설치 같은 경우는 국민의 찬성 여론도 강해 기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심사위원회 전날까지도 의료계 쪽에서 강력 반발 및 압력을 가하면서 논의를 미루는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에서 이들은 피해 상황을 호소하며 하나같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의료계 쪽에서는 광고 등까지 활용해 전 방위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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