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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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근 금융뉴스에 자즈 등장하는 단어는 '밈(MEME)주식'이다. 열풍을 넘어 열광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밈주식은 회사 실적이 아닌 온라인상의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의 관심에 의해 그 가치가 증가하는 코인이나 주식을 말한다.

'밈’은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밈은 짧은 시간에 냉온탕을 오가는 것이 특징이다. 밈 주식은 단기간에 투자자들이 몰렸다가 급속히 빠져나가는 특성 때문에 주가 등락이 심하다.

 온라인서 개인들 입소문 타고 주가 행진 가속화
 회사 내실과 상관 없는 주가흐름에 전문가도 경고


현재 밈주식 관련주로는 대표적으로 게임스탑, AMC 블랙베리, 클로버 헬스, 베드배스&비욘드 등이 있다.

이들 종목은 미국 증시에서 활약중이다. 국내에서도 두산중공업에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급등락을 보인다. 시장 일각의 우려에도 젊은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밈 주식 열풍의 시발점은 게임스톱 주가 폭등이다.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의 주식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SB)’를 토대로 모인 서학개미들이 게임스톱을 집중 매수했다. 1월 초 20달러던 주가는 2주 사이 340달러로 급등했다. 이후 급등세 소문이 퍼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하지만 거센 폭등 뒤에 주가는 곧바로 4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유행을 타며 지난 8일 다시 300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또다시 10일 27% 넘게 하락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 꺼질 만하면 계속되는 ‘밈 주식’ 광풍

최대 극장체인 기업으로 넷플렉스와 함께 성장한 'AMC엔터테인먼트'도 밈주식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AMC 주가를 보면 올해 초 2달러 선이었는데, 11일 종가 기준 49.4달러입니다. 한달간 주가가 280%, 연초 대비 2230% 급등한 수치입니다. 이달 들어 고점은 7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번 주가 폭등에 힘입어, AMC의 신용등급이 상향됐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회사로 키보드가 있는 스마트폰으로 유명세를 탄 '블랙베리'는 이달 초 11달러에서 거래되다 3일 15.88달러로 37% 급등했다. 이어 10%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현재 14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욕실주방용품 전문 소매점 체인 기업 '베드배스&비욘드' 배스배스앤비욘드는 지난달 초 27달러선에서 거래되다 지난 2일 하루동안 62% 폭등하면서 44달러까지 올라갔다.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현재 27% 하락한 3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두산중공업과 HMM이 밈 주식의 열풍을 잇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전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 커뮤니티에서 퍼지며 개인들이 집중 매수세를 보였다.

올 초 테슬라 주가 흐름과 비슷한 급등세를 보이자 두산중공업과 테슬라를 합쳐 ‘두슬라’라는 별명까지 나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7일 3만2000원 선까지 오르며 2주 사이 3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최근 조정받으며 2만3000원 선에 거래 중이다.

HMM(옛 현대상선)도 한국판 밈 주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1664억440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밈주식의 보유를 응원하는 밈을 창작, 공유하며 일종의 놀이문화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밈주식 열풍 이면에 'MZ세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팬데믹을 겪으며 높은 수익률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가, 코인을 거쳐 밈주식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투자심리를 지표로 삼은 이른바 '밈'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밈주식 열풍의 불씨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전문가들 "거품 꺼지면 큰 손실" 경고

문제는 이들 중 최근까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파산위기에 몰리는 등 이슈가 있던 기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명세를 탄 게임스탑이 대표적이다. 게임스탑은 온라인 게임 시대로의 전환과 다운로드 게임 시장의 확대에 대응하지 못해 실적악화된 상황이다. AMC는 최근 주가가 폭등하면서 임원의 주식 매도에서부터 증자로 저가에 주식을 받아 바로 되팔아버리는 등의 일이 일어나면서 내부자거래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여전히 밈 주식 현상과 관련해 '새로운 투자의 패러다임'으로 보아도 될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월가에서도 계속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낸 `지켜봐야 할 새로운 레딧 주식(New Reddit stocks to watch)`보고서에서 질 캐리 홀(Jill Carey Hall)은 "밈 주식 현상이 오래 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인터뷰를 하면서도 "고객들 중에서 당장 투자는 아니지만 `넥스트 밈 스탁`을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보고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밈 주식들의 막대한 변동성이 개미들의 힘만 이라고는 볼 수 없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버투파이낸셜의 더글러스 시푸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많은 기관, 전문 트레이더와 소위 ‘투기꾼’들이 주식시장과 옵션시장에서 밈 주식 매매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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