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직원 무더기 방치에 승진까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음주운전 사실 자진신고 유도 가능한 관련 규정 보완 필요
- 공공기관 직원 안전의식 결여 수준 심각...기강 재정립 요구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산업현장의 안전관리와 산업재해 예방을 담당하는 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직원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환노위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로 공단 직원들의 음주운전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음에도 공단 측은 징계 조치도 없이 해당 직원들을 방치했다고 지적하며, 안전 담당 공기관의 기강 해이를 문제 삼았다. 또 노 의원에 따르면 심지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직원에 대한 승진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기본적 안전 준수 의식조차 갖춰지지 않은 산업안전 기관의 업무 신뢰도에 상당한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공단 측은 직원들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발급 업무와 건설재해 예방 차원의 전문 기술지도기관 계약 체결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운전 사실을 자진 신고토록 하는 관련 규정을 보완하는 한편, 승진 대상자의 음주운전 비위 현황을 자체적으로 파악·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직원들을 방치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명색이 산업안전재해 예방과 안전관리를 담당한다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음주운전을 자행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인해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직원 17명을 방치했다. 이후 감사원의 지적으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그때서야 해당 직원들을 징계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10일부터 30일까지 약 20일에 걸쳐 공단 직원들의 음주운전 실태와 징계 현황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공단은 자체 인사규정에 따라 직원이 음주운전을 한 경우, 반드시 징계 처분을 해야 함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적발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자진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위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조차 잡혀 있지 않아 공단 직원들의 안전의식 함몰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음주운전 비위 사례에 대해 징계양정 기준이 마련돼 있다. 최초 음주운전이 적발됐을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은 정직 또는 감봉, 0.08% 이상(음주측정 불응)은 정직 처분토록 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피해자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법 행위임에도 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최초 적발 시 고작 정직 처분이 최고 수준이다. 안전관리 분야 공공기관의 징계 기준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공직 기강 해이 수준 심각...직원 안전의식 다잡아야 

지난 3년(2017~2019년)간 음주운전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은 고작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받게 되면 운전경력증명서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만큼, 공단이 관리감독 대응책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 측 소견이다.

결국 공단은 지난해 7월에서야 그 동안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직원 17명에 대해 뒤늦게 징계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적발된 17명 중 7명은 면허정지, 나머지 10명은 면허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음주운전이 3번이나 적발돼 무면허 운전을 하다 인명 사고를 낸 사례마저 있었다. 해당 직원은 상습적으로 취중에 차량 핸들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안전담당 공공기관 직원들의 안전의식 결여가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이는 곧 안전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귀결된다.

이에 공단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난 직원들에 대해 파면(2명), 면직(1명), 정직·감봉(12명), 견책(2명) 등의 징계 조치를 취했다. 여기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음주운전 사실을 은폐한 직원 가운데 승진까지 한 직원이 3명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 공단 측은 “이미 승진 절차가 완료된 상황에서 취소 등의 조치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의 공분 지수를 높였다.

노웅래 의원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그동안 음주운전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감사원 감사 후에야 무더기 징계를 한 것은, 평소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숨기고 승진한 사람들에 대해 취소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음주운전을 봐주고 방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작 자기 직원들의 음주운전은 방치하면서, 어떻게 다른 곳의 안전 사항에 대해 지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공단의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노 의원은 음주운전 사실을 자진 신고토록 하는 관련 규정을 보완하는 한편, 승진 대상자의 음주운전 비위 현황을 자체적으로 파악·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공단 한 인사과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지난해 감사 지적사항을 수렴해 인사 승진 후보자 등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했다”면서 “향후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사람이 임용되거나 승진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해 환경 종사자들 건강관리도 부실

지난 국감에선 공단의 지역 사업장에 대한 건강관리카드 발급 관리 부실 문제도 지적됐다. 유해 환경 종사자들에 대한 건강관리에 차질을 빚는 등 업무 태만과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나왔다. 감사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주요 사업 추진과 예산·인사 등 경영 관리 분야 전반을 점검하는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관리카드 발급 관리 태만, 클린사업장 조성 지원 사업 부실 사후관리 등이 적발됐다.

우선 공단 본부가 위치한 울산지역본부 등을 통해 울산 관내 7개 사업장 근로자 48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 근로자 10명이 공단의 안내를 받지 못해 건강관리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카드 소지자는 퇴직·이직·업무전환 등으로 건강관리카드를 발급 받은 업무에 종사하지 않게 된 경우 매년 1회 특수건강진단에 준하는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공단은 건강관리카드 발급대상 사업장을 파악해 현황을 기록·유지·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를 소홀히 해 상당수 근로자들이 카드를 발급 받지 못했고, 유해환경 종사 근로자들의 직업병 조기 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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