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주간지 타임(TIME)과의 6월23일자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추켜세웠다. 그는 김이 “매우 솔직”하다며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김이 자신에게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며 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한 것 처럼 부각시켰다. 그 밖에도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의 눈빛과 태도를 통해 평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고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날 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되풀이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개토론 석상에서 김정은을 “썩(thug:흉한 또는 조폭)”이라고 여러 차례 지칭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고 전쟁이 없다.”고 주장하자 “북한 (김정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바이든은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쉽게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와 김정일 정상회담은 “실패했고 역효과를 낳았다.”고 단정했다.

이처럼 문재인과 바이든 두 사람의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서로 상반된다. 둘 중 바이든의 평가가 옳았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 옹호는 3년 전인 2018년 9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를 상기케 한다. 그 때 블룸버그는 김정일을 두둔하던 문 대통령의 유엔과 외교협회(FR)의 연설들을 상기시키며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됐다고 썼다.  

그동안 미국은 김에게 핵을 포기하면 평양을 미국의 맨해튼처럼 경제적으로 발전시켜 주겠다며 핵 폐기를 요구 했다. 하지만 김은 도리어 핵과 미사일을 증강시켰다. 김은 2019년 2월 트럼프와의 하노이 2차 회담에서도 핵은 그대로 보유한 채 수명이 다 한 낡은 영변 핵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 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이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김의 핵 폐기 의지를 보증해 주었다. 또한 김이 “매우 솔직”하다는 칭찬도 했다. 문 대통령이 또다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역효과”를 냈고 김을 “흉한”이라고 했다. 김은 이복형과 고모부를 참살했고 고위관리들을 기관포로 처형하는 등 “흉한”임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증강시키며 남한 공격을 위해 핵의 전술 무기화를 다그치고 있는데도 김정일의 핵폐기 의지가 확실한 것처럼 대변한다. 문 대통령이 김을 두둔하는 데는 나름대로 기대와 저의가 깔려 있는 듯 싶다. 문 대통령의 기대와 저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그동안 주장해 온 자신의 말이 아직까지 옳다고 호도하기 위한 데 있다. 다른 하나는 김을 추켜세워 김이 그에 감복한 나머지 지신과의 4차 정상회담에 나서도록 비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은 문 대통령을 미국의 대북제재도 풀어 주지 못하는 “저능한 청와대” “남조선 괴수”로 간주할  뿐, 자신과 동행할 상대로 보지 않는다. 결국 문 대통령의 김에 대한 기대는 “닭 쫓던 개 모양”이 되고 만 셈이다.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는 10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한 자신의 기대가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김이 “매우 솔직”하고 “국제적인 감각”도 있는 게 아니라 바이든의 지적대로 “흉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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