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 장악노린 ‘태광그룹’이 로비 주범

청와대가 또 다시 시끄럽다. 이번엔 성로비 때문이다. 불과 몇 개월 전 이메일 파문으로 청와대 행정관이 사퇴를 한 이후 기강확립을 부르짖었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성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 티브로드는 업계 6위인 큐릭스 홀딩스와의 인수합병 최종승인을 앞둔 상태여서 업계에서는 보은성 접대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업계 관계자는 “이번 성로비 파문에 태광측이 전방위 로비를 펼치며 이메일 파문으로 낙마한 이 모 전 행정관을 대신해 청와대에 줄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한편 경찰은 태광측에서 정기적으로 로비를 했다는 증거를 잡기 위해 태광측 법인 카드 내역서를 확보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태광의 압수수색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성로비 사건으로 청와대와 티브로드, 방통위는 발칵 뒤집혀졌다.

청와대의 경우 최초 사건을 인지한 후 3일이 지난 후에야 정정길 청와대실장이 사과를 하고 나섰지만 의혹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티브로드측도 마찬가지다. 케이블 방송업체로 주가를 올리던 티브로드는 직원의 부적절한 접대 의혹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광측 관계자는 “이번 성로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우리도 언론의 보도를 보고 알았다.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티브로드측의 성로비에 대해 이미 인지한 것이라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유선업계 관계자 A씨는 “티브로드의 로비력은 대단하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관련자들이 처음 만났다고 말을 하는데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2차를 가겠는가. 적어도 2~3번 만나면서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2차까지 갈 수 없다. 또한 2차를 간 것은 접대 받는 쪽도 청탁이나 부탁을 들어준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주기적인 만남이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에는 티브로드가 최근 큐릭스 홀딩스와 합병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티브로드는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티브로드가 지난 2월 큐릭스 지분 70%를 25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 금액이 너무 헐값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15개 사업권역을 확보하고 있는 티브로드가 7개 권역을 보유한 업계 6위의 큐릭스와 합병을 하면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방송 시장 점유율을 23%까지 높일 수 있다. 최종 승인이 나면 경쟁사인 CJ헬로비전(16%), 씨앤앰(13%)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것이다.


티브로드 전방위 로비 의혹

이런 상황에서 티브로드는 방송위의 최종 승인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큐릭스의 가입자가 60만 명이나 된다. 최소 가치를 따져도 약 4000억에서 5000억원 가량인데 거의 반값에 인수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말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큐릭스 내부에서부터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여러 가지 소문들과 문제점들이 큐릭스 내부에서 제기되자 방통위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A씨는 “청와대 행정관들을 접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통위의 부담을 줄여 주고 원활한 승인을 위해 청와대 행정관들을 로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메일 파문으로 낙마한 이 모 전 행정관을 대신해 청와대에 인맥을 형성하기 위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메일 파문으로 낙마한 이 전 행정관은 태광 이호진 회장과 친인척 관계로 업계에서는 이 전 행정관이 태광측에 방송관련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당시 이 전 행정관은 홍보 업무를 맡아서 태광측에 관련 정보들을 미리 알려주며 태광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성로비 파문까지 티브로드를 뒤 흔들면서 모기업인 태광산업도 회사 이미지를 실추당해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티브로드가 전방위 로비를 한 의혹이 있어 해당 팀장의 법인카드 내역서를 확보하고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사항에 대해서 증거가 잡히면 티브로드의 압수수색도 벌일 계획으로 알려져 다각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성로비와 관련돼 국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 야 3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와 티브로드의 성로비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야 3당 의원들은 “공직자가 직무상 관련이 있는 업체로부터 향응을 받은 것도 용납할 수 없는데 성 접대까지 받았다는 사실에 국민이 분노와 충격에 휩싸였다. 이는 최고권력기관의 ‘성뇌물 수수사건’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련자 사표로 사건을 덮을 일이 아니다. 방통위가 티브로드와 다른 업체의 합병 의결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이 사건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합병승인이 나면 티브로드는 업계 선두주자가 되고 이어 종합편성방송사업자로 진출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경의 철저한 수사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로비의 대상자였던 김 전 행정관과 장 전 행정관, 그리고 방통위 신 전 과장의 인맥형성 과정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인수위와 방통위를 거치고 행정관의 자리에 오른 케이스다. 장 전 행정관은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선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고 인수위 경제 2분과 실무위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과장은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행정관으로 있었다. 이후 신상의 이유로 하차하고 방통위 뉴미디어 과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김 전 행정관과 신 전 과장은 방통위 고위 임원인 H씨의 사단으로 불리며 방통위 정책 전반에 대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강지원변호사 인터뷰
“성로비 대가성 입증되면 뇌물죄에 해당”

이번 파문으로 청와대와 관련업체가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성로비가 과연 어떤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성폭력 전문 변호사인 강지원 변호사는 “행위자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성로비를 했다면 화대에 준하는 금액의 뇌물을 준 것으로 간주하고 뇌물죄로 처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단지 대가성을 입증해야만 가능하다. 경찰이나 검찰이 이를 입증하면 성로비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로비를 한 티브로드 관계자가 윗선의 지시로 인해 로비를 한 것을 입증하면 지시를 내린 사람도 같이 처벌할 수 있다고 강 변호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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