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헐값 임대해 5년간 900억 손실 추정”…검찰 수사 주목

[제공 : 경실련]
[제공 : 경실련]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13년 12월 출범한 수서고속철도(SR)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열차를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춰줌으로써 코레일에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SR 출범 당시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차량 임대계약을 지시한 국토부 당시 책임자를 형법에 따른 배임 교사죄로, 임대계약을 체결한 코레일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한다"라고 밝혔다. 일요서울은 이 고발장 사본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국토부 "법률·회계 검토 거쳐 결정한 것" vs 경실련 "통보 시기 달려, 거짓말"
불공정한 철도차량 임대계약…코레일 막대한 손실 입힌 책임자 엄벌 촉구


SR이 현재 운행에 사용하는 고속열차는 총 32편이다. 이 중 22편성은 코레일에서 임대해 사용 중이다. 경실련은 이 과정에서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 3.4%를 적용해 코레일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 실제 임대료보다 싸게 제공…관계사 부당 지원 논란

한국철도공사법 제9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공사는 철도차량의 임대사업을 할 수 있고 임대사업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통상적으로 공사의 자산관리 규정을 따른다. 철도차량은 공사의 자산으로 공사의 자산을 임대할 때 자산관리 규정에 따라 공사업무 수행, 직원 후생 복지, 주거용, 경작용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자산의 연간 임대료는 목적물 가액에 최소 5% 이상의 요율을 곱한 금액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대료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예비 타당성 조사 기준 5.5%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비율일 뿐 아니라 2015년 국토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이 설정한 기본 임대수익률 5.0% 기준과 한국철도공사의 자산관리 규정 제53 저 1항에 따른 요율(5.0%)과 단순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임대율"이라고 밝혔다.

당시 예비 타당성 조사 수행 총괄 지침에 따른 사회적 할인율 5.5%로 임대료를 산정할 때 임대료는 5236억 원이다. 현재 코레일이 받는 연간 차량 임대료는 353억 원이다. 180억 원가량 차이를 보인다. 계약기간 5년을 적용하면 900억 원에 이른다. 이 부분과 관련해 고발장에는 "(이는) 관계사에 대한 부당지원일 뿐만 아니라 임대료율을 정상 이하로 산정해 코레일에 열차를 빌려주고 받아야 할 몫을 대폭 낮춘 것이므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현저히 악화시키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레일이 철도차량을 구매해 임대사업을 함으로써 거두는 수익이 자금조달을 위해 부담하는 이자보다 적어 코레일이 고속철도차량을 구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를 책정해 철도차량은 임대한 것은 코레일에 재산상 손해를 보는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경실련은 이외에도 "▲철도차량 임대료율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산정되었다는 점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임대료가 산정되는 경우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본 계약 체결로 인해 코레일에는 손해가, SR에는 이익이 생기게 된다는 점 ▲코레일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됨에 있어 그 예측이 빗나간 결과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대해 계약 체결 이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손해 발생이 예상되는 계약을 체결해 배임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토부는 KTX 차량을 SR에 임대할 때 코레일 매출 감소 등 철도 공공성이 악화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상위기관이라는 위치를 무기로 삼아 업무상 배임의 죄를 교사했다”라며 "불공정한 철도차량 임대계약으로 코레일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고발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

- 반박에 재반박…결국 법의 심판으로 결판 날 듯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설명ㆍ반박 자료를 통해 "현재 SR에서 코레일에 납부 중인 고속철도차량(22편성)의 임대료 기준은 코레일, SR 등 관계기관 합의, 법률·회계 검토 등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SR에 특혜를 주기 위해 코레일에 낮은 임대료 책정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총 차량 가격 중 철도 공사 투자액은 전체의 52%일 뿐이며 이에 대해 채권이자율(3.6%)에 가산이율(1.5%)을 더한 5.1%의 임대료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철도노조에서 주장하는 임대료는 철도 공사 투자액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48%)을 포함한 총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정부 지원금까지 철도 공사에서 임대료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주장이며, 코레일-SR 등 기관 간 합의한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 이후 경실련은 또다시 성명을 내고 국토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졌다. 경실련 측은 "국토부는 2015년 6월24일 ‘철도차량 임대료 산정 지침(안)’을 통해 철도 공사는 임대목적물의 가액을 산정하면서 국가가 지원(보조, 출자, 출연 등)한 가액은 제외한다는 내용을 철도 공사에 의견 조회했고 2016년 4월5일 국토부는 한국철도 공사에 ‘정부 지원 철도차량 임대료 등에 관한 기준 통보’(이하 기준)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철도차량의 임대료율은 철도 공사 채권의 가중평균 이자율의 50%로 정한다. 다만, 고속철도노선을 운행하는 철도차량의 경우 1.5%의 가산이율을 더하여 정한다”라고 최종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국토부의 해명은 최종 통보 이전인 2015년 의견조회 당시의 기준이며, 최종 철도차량 임대계약 체결 시 적용된 기준은 2016년 국토부가 한국철도공사에 통보한 ‘기준’이므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결국 경실련과 국토부의 이번 대립은 법적 도움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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