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경영 지적 많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도 한계 있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하 대한상의?SK회장)의 `은근한 한 방` 화법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카카오의 소셜 오디오 플랫폼 `음(mm)`을 통해 방송된 `오디오 라이브 토크쇼`에 참여해 가족 경영과 전문 경영인 사이에 뭐가 더 좋으냐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경영 이미지를 숨기려는 다른 총수와는 달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빗대어  발언함으로써 청취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제공 : 대한상의]
[제공 : 대한상의]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음`에서 `우리가 바라는 기업`을 주제로 열린 토크쇼에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놨다.

특이 이날 방송에서 최 회장의 발언 중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대기업 가족 경영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전문 경영인 체제 또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대기업 그룹 승계에 관한 질문에 "가족 경영과 전문 경영인 사이에 뭐가 더 좋으냐에 대해 여러 지적이 있고 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가업 승계 성공 기업도 많아

실제로도 지식백과 나무위키에 등재된 해외 사례를 보면 스웨덴 발렌베리와 독일의 `밀레`사가 있다. 우선 발렌베리는 금융·건설·항공·가전·통신·제약 등 스웨덴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기업 19곳을 포함해 100여 개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발렌베리 소속의 기업들은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며 국내외 매출은 약 1000억 달러로, 스웨덴 전체 GDP의 1/3과 맞먹는 규모이다. 순이익의 상당수는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되며
남은 그룹 이익금은 개인이 아닌 발렌베리 가문의 재단에 적립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이 회사의 계열사로는 가전제품 업체 일렉트로룩스, 2021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화젯거리인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있다.
이 회사는 150년 이상의 시간 동안 5대에 걸쳐 경영 세습이 진행됐다.

후계자 평가는 10년이 넘게 걸리며, 견제와 균형을 위해 2명을 뽑는다. 이렇게 선발된 두 명은 차례대로 산하 회사들의 경영진으로 참여하며 경영수업을 받다가 최종적으로는 그룹의 지주회사인 인베스터 AB, 그룹의 모태이자 현금창출원인 SEB의 CEO 직책을 교대로 수행한다.

독일 `밀레`사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귀터슬로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자제품 제조업체이다. 총 직원 수가 1만6,000명을 넘는 대기업이다. 이 집안은 창업 동업자였던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에서 4대에 걸쳐 연구 개발과 재무 부분을 교대로 맡고 있는데, 항상 선대와 포지션을 반대로 해 맡고, 가업 승계 시에는 그에 걸맞은 시험을 거친다고 한다.

게다가 이 회사는 매우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비상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외부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건실하게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년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를 연구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한국에는 1990년 공식적으로 소개됐고 2005년 8월 밀레의 35번째 외국 법인이 설립됐다. 강점을 가진 분야는 다름 아닌 빌트-인 가전, 특히 세탁기와 청소기로 유명하며 여타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최 회장은 "사실 우리 기업은 아직 역사가 짧고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불거진 문제"라며 "미국도 창업주에서부터 2ㆍ3세 내려갈 때 이런 문제가 줄곧 야기돼 왔고 지금은 상당 부분 전문 경영인 형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가족 경영의 형태도 있다"라고 말했다.

- 리스크 감당 어려워

최 회장은 전문 경영인의 한계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에 투자한 사례를 들며 전문 경영인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 회장은 "도시바에 문제가 생겨 매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까지 관여했지만 일본 기업 중 어느 곳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경영이라는 것이 그만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사업인데 일본의 전문 경영인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운 좋게 SK하이닉스가 글로벌 파이낸셜 투자자와 손을 잡고 투자할 수 있었다"라며 "일본에는 그런 경영인이 없다 보니 한국을 부러워한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복수의 매체 등은 "통 큰 의사결정/ 빠른 실행력...반도체 꽃 피웠다` 등의 기사로 최 회장의 빠른 결단력이 도시바 인수에 원동력이 됐다고 치켜세웠다.

최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부재로 반도체 사업 결정이 늦어져 피해를 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편 이날 방송을 소개한 한 일간지 매체의 댓글난에 누리꾼들은 "사실임.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는 오너 경영이 아니면 어려움", "가족이 경영 글츄 내꺼니 잘하쥬 전문경영자 내꺼처럼 할까?"라고 적으며 최 회장의 말에 공감했다.

일부 누리꾼은 "전쟁과 기업 운영에 공식은 없다. 승자만 남을 뿐이다. 전문경영인이 가족경영인보다 능숙한 운영의 묘는 있어도 그것이 기업의 운명을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댓글을 통해 최 회장의 말을 반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방송 말미 "우리나라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지만 어떤 기업에서든 어느 경영체제에서든 많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고 문제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쇼는 카카오 음성 플랫폼 `음(mm)`을 통해 저녁 9시에 진행됐다. 이우현 서울상의 부회장(OCI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경헌 HGI 이사, 이나리 플래너리 대표, 이정아 구글코리아 부장, 이진우 경제평론가,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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