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선(先)입당, 후(後)대선출마’ 방침을 밝혔다. 6월 28일 사퇴 이후 17일 만이고, 정치 참여선언 3일 만에 속전속결(速戰速決)이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거리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윤 전 총장과 ‘다르게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국민의힘 밖 유력 대선주자의 첫 입당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당 밖’에서 ‘당 안’으로 끌어들여 범야권의 대선지형이 급변하게 됐다.

최 전 원장은 입당 배경으로 “온 국민이 고통 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이제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자신이 추구할 정치적 가치로 “새로운 변화와 공존”을 제시했다. 그는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 여러 가지 정책들이 선한 뜻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특히 어려운 분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설파했다.

최재형 전 원장은 먼저 대권행보를 시작한 윤석열 전 총장과 ‘선의의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8월 말 또는 9월 초까지 입당할지, 아니면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11월 이후 2단계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정치는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입당의 변곡점은 8월 말 또는 9월 초가 될 수 있다. 이때까지 윤 전 총장이 여권 1위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완전 역전될 경우 전자(입당)를 따를 수 있고, 윤 전 총장이 계속 지지율 1위를 고수하게 될 경우 후자(제3지대)를 따를 수 있을 것이다.

최재형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각종 설화(舌禍)로 지도력이 실추된 이준석 대표의 위상도 다소 회복되었다. 아울러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이었던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한층 활기를 띠고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최 전 원장의 야당행을 맹비난하고 나섰지만, 문재인 정권의 전횡과 폭주, 법치의 훼손이 최재형 전 원장과 윤석열 전 총장을 정치의 길로 불러냈다. 이 두 사람은 ‘반(反)문재인의 기수’로 정통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통보수 세력은 그동안 국민의힘에 유력 대선주자가 없었기 때문에 탄핵과 적폐청산에 앞장섰던 원죄(原罪)가 있음에도 윤석열 전 총장을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재형 전 원장이 후발주자로 등장함으로써 선택의 폭이 넓어져 더 큰 희망을 갖게 되었다.

대선주자로서 최재형 전 원장의 강점은 많다. 65세의 나이는 대통령 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군 장교를 지낸 법조 엘리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인 보수 인물이다. 그밖에도 ‘까미남’(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의(仁義)의 소유자다.

그러나 최 전 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고 당 내 조직도 없다. 때문에 대선 경쟁을 이끌어줄 ‘페이스 메이커’로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검증 과정과 당 내외 후보들의 견제를 모두 극복해야 한다.

최 전 원장은 ‘최재형의 시간’ 동안 시대정신과 비전, 정책 등 정치적 소명을 보여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최재형의 시간’은 혹여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을 할 수도 있는 한 달 반 남짓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콘텐츠’를 입증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최 전 원장은 이 기간 동안 정통보수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중도 진보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힘 당원들에게는 대한민국을 세우고, 키우고, 지킨 보수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윤석열 전 총장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정통보수 세력에게는 정권교체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줘야한다.

최 전 원장은 본인이 ‘입당의 변’으로 말했던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 부흥(復興)’의 ‘국가 대개조(大改造)’의 청사진을 대선 출마 입장에 제시하길 바란다.

덧붙여 이러한 시대적 소명 수행을 위해 국민통합을 위한 ‘전직 대통령들 석방’, 정치발전을 위한 ‘정치보복 금지’, 국가발전을 위한 ‘반대파 등용’ 등 정치철학을 천명한다면 ‘변화와 공존’을 희구하는 국민이 이에 호응할 것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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