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여당의 대선 경쟁구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호남 민심도 요동치고 있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호남에서 선택을 받아야 민주당 대선주자로 선출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과거 광주에서 시작된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힘으로 대선후보로 선출돼 대통령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선 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여당 대선주자들의 호남 쟁탈전도 날로 가열되고 있다. 2022년 대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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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vs 이낙연호남 혼전 양상, 일부 조사에선 이낙연 역전
호남 잡아야 경선 이긴다초조한 주자들 호남으로 출동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쟁구도가 또 한번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세론이 무너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1강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됐지만 다시 이재명-이낙연양강구도가 된 모양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한때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지만 예비경선을 거친 뒤 점차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이재명 지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가 본선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당 대선 경선 레이스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는 호남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호남에서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선두를 유지했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를 거치면서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재명 지사 우위로 판세가 역전됐다. 그러나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일부 여론조사 결과 다시 이낙연 전 대표 우위로 재역전 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략적 선택호남, 양강구도이재명-이낙연 혼전

현대리서치연구소가 서울신문 의뢰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여야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3%포인트) 결과 광주·전라 지역에서 이낙연 전 대표 34.4%, 이재명 지사 32.2%, 윤석열 전 검찰총장 10.6%, 정세균 전 국무총리 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본경선 후보 6인을 대상으로 한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 37.7%, 이재명 지사 36%, 정세균 전 총리 9.5% 등의 순이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광주·전라권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30%로 선두를 차지했고 27%를 얻은 이재명 지사가 그 뒤를 이었다. 정세균 전 총리(5%)는 이 지사와 큰 격차로 3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지사가 호남에서 여전히 이낙연 전 대표를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실시한 민주당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에서 이재명 지사(42.8%)가 이낙연 전 대표(33.7%)를 여유롭게 앞섰다. 이 조사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9.0%)이 정세균 전 총리(5.1%)보다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실시한 민주당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이재명 지사(42.1%)는 이낙연 전 대표(24.9%)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크게 앞질렀다. 이 조사에서도 추 전 장관(6.7%)이 정세균 전 총리(6.2%)를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각 여론조사 기관별로 조사 결과에 차이는 있지만 호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에 이재명 지사 측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흔들린다면 전체 판세에서도 역전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 측은 이낙연 전 대표가 영남 역차별발언을 문제 삼아 공격한 것이 어느 정도 지지율에 타격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KBS 라디오에서 제가 안동에 가서 한 얘기 중에 대구, 경북은 보수정권이 다 거기 집중적으로 밀어줬지만 보수정권이 대구, 경북 어떻게 만들었냐. 지금 엉망 아니냐 경제, 이런 역차별을 당했다 이렇게 말씀드렸다그런데 이거를 민주정권이 호남만 하느라고 영남은 역차별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비꼬아서 저를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들도 우리 편이 하는 이야기니까 이렇게 넘어갔더니 이게 의외로 사실처럼 되어버려서 그런 타격들이 꽤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본선 경쟁력을 고려해 항상 전략적 투표를 해왔던 호남이 결국 이 지사를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호남은 합리적이고 전략적 선택을 해왔다면서 본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호남의 전략적 투표는 본선 경쟁력이 있는 이재명 지사에게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국립묘지를 조용히 참배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지사는  눈이 많이 내리는 5·18 국립묘지를 홀로 참배했다.(사진=광주시민 제보) 2021.01.29 뉴시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국립묘지를 조용히 참배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지사는 눈이 많이 내리는 5·18 국립묘지를 홀로 참배했다.(사진=광주시민 제보) 2021.01.29 뉴시스

전이낙연측, "호남 뒤집기  시작했다"  이재명 '골든크로스' 노려

반면 이낙연 전 대표는 호남을 발판 삼아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윤영찬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에서 모든 지표에서 이제는 오차 범위 내로 진입하는 단계로 왔다, 이렇게 보고 있다이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격차가 있었지만 저희가 가장 중시하는 민주당 지지층 그리고 전략적 거점인 호남에서의 지지층, 이 부분에서 막상막하의 또는 오차 범위 내에서 지금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여러 가지 고무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호남에서 확실한 우위 구도로 전환하면서 호남이 큰 바람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며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고 그 추이를 이기는 대세는 있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여파로 대선 경선이 5주 연기된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금의 지지율 상승 추세로 바짝 몰아붙여 호남에서 뒤집어버리면 그 추세가 계속 갈 수 있는 것인데 대선 경선이 연기되면서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서는 김이 확 빠져버린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 전 대표가 지지율 격차를 바짝 좁히며 추격해오자 이 전 대표를 향한 공격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그동안 원팀으로 치러야 하는 본선을 고려해 사이다가 아닌 국밥이 되겠다며 발언 수위를 조절하던 이 지사는 사이다 복귀를 선언하며 강도 높게 이 전 대표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친문 지지층과 호남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이 전 대표가 동참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과거사 공세를 퍼붓고 있다.

호남 민심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쟁탈전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두 주자는 모두 호남 민심에 쐐기를 박기 위해 호남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24~25일 광주·전남을 방문하고, 이낙연 전 대표도 26~27일 광주를 찾아 정책토론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방침이다.

이재명에 치이고추미애에게 밀리고 애타는

물마시는 정세균, 뉴시스
물마시는 정세균, 뉴시스

두 사람의 호남 쟁탈전을 바라보는 정세균 전 총리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전북 진안군 출신인 정 전 총리가 총리직에서 내려와 대선에 출마하자 전남 영광군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의 남북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호남 정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 한 관계자도 정세균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호남 민심도 정 전 총리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호남에서 지지율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클 뿐만 아니라 대구 출신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의 2위 다툼이 아닌 추미애 전 장관과의 3위 다툼이 벌어진 양상이다.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해 호남 민심을 공략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2일 광주 ‘CBS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광주는 항상 정통성이 있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해 주셨다이번에도 본선 경쟁력이 가장 탁월하다고 자신하는 정세균에게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 전 총리는 앞선 선발주자 두 분이 많은 지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거기를 뚫고 들어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경선 과정을 통해서 앞서간 선발 주자들을 넘을 그런 기회가 만들어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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