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관료 출신 3인방에 ‘반문(反文)·보수’ 표심 갈릴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조문을 위해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尹 ‘정책 공백·처가 리스크’ 등에 중도·보수 민심 이탈 가속화  
- 50·60대 전통적 보수 지지층, 영남·기독교 배경의 崔로 쏠려 
- ‘정치 교체’ 선언한 김동연, 제3지대서 尹·崔와 차별화 시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0대 대선 정국이 민심의 저울질에 끓는점을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핵심 지지층인 ‘친문, 친노’ 세력이 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야당도 ‘블루칩’ 잠룡들의 잇따른 정계 등판에 보수 유권자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야권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정권 교체’ 기수로 범야권의 소명(召命)을 받은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 3인방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앞서 대권 행보를 시작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반문(反文)’ 정서 결집의 구심점이라는 공통분모를 뒀지만, 이들 두 대권주자의 행보나 핵심 지지층을 살펴보면 온도 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문 정부와 경제 정책 기조 등에서 이견을 보여 공직 사퇴 후 줄곧 잠룡으로 지목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정치 교체’를 강조하며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과 차별화를 도모하는 모양새다. 내년 3.9 대통령선거판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 3인방의 각양각색 정치 행보와 핵심 지지층을 살펴봤다.

야권 제1 대권주자로 꼽혔던 윤 전 총장의 대세론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윤 전 총장은 이달 들어 여권 최대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골든 크로스’를 내어 주면서 자칫 야권발(發) 정권 교체론마저 흔들릴 만한 상황이다.

중도 외연 확장을 중시하며 ‘압도적 정권 교체’ 타이틀을 내걸었던 윤 전 총장이 최근 무당(無黨)층을 향한 소구력에서도 탄력을 받지 못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야권 지지층의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야권에선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급속도로 무너진다면 4.7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취임에 이르는 일련의 상승 흐름을 단절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개사가 공동으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27%, 윤 전 총장 19%,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4%,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4%,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이 2%,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각각 1%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1.5%다. 해당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격차가 8%에 이른다.

난기류를 맞은 윤 전 총장의 정치 입지에 야권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이가 위험하다며 에둘러 입당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은 여론조사 방식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시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를 펴 나가겠다”면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런 야권 1강 대권주자의 부침이 제3 야권 ‘블루칩’ 잠룡에게 극적 모멘텀을 제공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이달 정계 진출과 동시에 국민의힘으로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야당의 입당 제안서를 만지작거리며 제3지대 잔류와 제1야당 입당을 두고 간만 봤던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부친상이 끝나자마자 야당과 한 차례 공식 접촉 끝에 입당을 결정했다. 대권 후보로서 도덕적 흠결이 없다는 점도 신규 지지층 유입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김 전 부총리에게도 야권 유력주자의 부진은 호재다. 당장 정치적 기반과 명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김 전 부총리에게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는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 ‘정권 교체’도 아닌 ‘정치 교체’라는 모호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여야와 적당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며 외연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김 전 부총리에겐 파고 들 틈이 생긴 것. 중도층 포섭을 염두에 둔 김 전 부총리는 국민의힘 입당을 고사하고 제3지대에 머문 윤 전 총장과 정면으로 견줄 만한 시간적 여유를 번 셈이다.   

‘60대·개혁보수·TK’ 尹 지지층 이탈 전조

윤 전 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서 문 정권의 검찰개혁 숙원사업에 반기를 들며 보수 지지층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찰·법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이렇듯 공정·정의 가치를 대변하는 등 ‘강골 검사’로서 면모를 내비치며 야권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졌다.

이후 수개월간 대선 후보 적합도 1위를 독식하며 일약 범야권 원톱 주자로 거론되는 등 정권 교체론을 견인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만 해도 야권에선 뚜렷한 정권 교체 기수가 없었던 만큼,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 집중되며 민심 지지 기반이 자연스레 다져졌다.

특히, 제1야당을 지지하는 보수 지지층을 포함해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과 PK(부산·울산·경남)이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의 부친이 충청도 출신으로 ‘충청 대망론’까지 일면서 지지층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천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0.3%, 이재명 경기도지사 25.4%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 조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과다.

해당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60세 이상, 대구‧경북, 중도·개혁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층 성분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대구시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상황이었다”면서 “(21일) 현재까지도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보수 지지층이 두텁다. 다만 최재형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지휘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수 진영의 본진 격인 대구·경북에서 최 전 원장을 향한 민심 이반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반문재인’ 연대를 리드할 만한 상징성을 갖췄지만 설익은 정치 경력·감각과 차별성 없는 정책 비전, 반문 정서에만 기댄 민심 호소 등의 한계성을 드러낸 결과로도 보인다.

특히 문 정권 실정(失政)에 대한 반발 기조만 갖췄을 뿐, 대안이 없는 정책 구상은 중도층 표심 이탈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계 진출과 동시에 제3지대에 머물며 보수·중도·진보를 아우르는 광역 지지층 기반 확보를 목표로 잡은 것도 하나의 패착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국민의힘 입당을 두고 좌고우면하며 샅바싸움을 하는 동안 최 전 원장을 비롯해 야당 자강론을 이끌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으로 보수 표심이 분산되고 있다는 정치권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지휘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비토 정서가 엄존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대선 정국에서 무한 증식이 가능한 ‘처가 리스크’도 윤 전 총장이 내세운 공정·정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

대선 시계는 아마추어 정치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선결 과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예방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예방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탈원전 전사’ 崔, 전통 보수지지층 기대 한 몸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체재를 넘어 독립적 발광체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부친상이 끝나자마자 정계 진출을 선언, 국민의힘 입당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각종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윤 전 총장에 이은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5%대 안팎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지율 퀀텀 점프로 10%대를 돌파한다면 야권 유력주자로 거듭날 수 있다.

정계 등판과 동시에 야당 자강론의 주축인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을 제치고 야권 대선 적합도 지지율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10%대 지지율이 확보된다면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안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본지 취재에서 “우리 당내에서 최 전 원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확실히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면서 “가장 안정감 있는 대권주자라는 게 당내 평가다”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의 강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탈(脫)원전 경제성 감사를 통해 ‘대쪽’ 공직자 이미지와 함께 개인사에서 흠결을 찾아보기 힘든 ‘무결점’ 이미지를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경남 진해 출신에 신촌교회 장로라는 배경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그로서는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춘 셈이다. 기독교는 통상 정치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여 왔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독실한 기독교 전도사로 알려진 만큼, 기독교의 압도적 후광으로 야당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윤 전 총장이 중도, 개혁보수 지지층이 두텁다면 최 전 원장은 50·60대 중심의 기존 보수층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한 윤 전 총장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반감은 곧 최 전 원장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야당이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라리 구관이 명관이라는 식으로 윤석열 대신 홍준표나 최재형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최재형 전 원장이 빠른 입당을 결정한 것은 보수 표심을 모으는 데 상당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설령 윤 전 총장이 뒤늦게 우리 당으로 합류한다 해도 최 전 원장에 비해 메리트(장점)가 크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본지 취재 결과, 실제로 야당 내에선 친박계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최 전 원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 안팎의 지지 세력도 어느 정도 윤곽을 갖춘 모습이다.

당내에선 조해진·김미애·김용판·정경희·박대출 의원 등이 최 전 원장을 지원하고 있고, 원외에서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천하람 전남 순천 당협위원장이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를 돕고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 최영섭 예비역 대령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 ‘무주공산’ 3지대 터줏대감 노리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현재 무주공산과 다를 바 없는 제3지대에서 대권 행보를 시작하며 중도 외연 확장을 통한 전략적 차별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여야로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고사했던 김 전 부총리는 현재까지도 여야, 제3지대를 놓고 명확한 노선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행보가 이어지면서,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김 전 부총리는 대권 의지만큼은 확고하게 내비치고 있다.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34년간 공직에 몸담아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이 미래와 나라를 위해 해야 될 일이 있다면 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대선 출마 전 정치권의 관례적 움직임도 빼먹지 않았다.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판한 한편,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론 카드를 꺼내들며 상위층이 독식하는 구조를 타파하고 기회복지 국가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정치 철학도 제시했다.

또 최근에는 ‘킹 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과 국가비전 등을 논의한 데 이어,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과 회동 일정을 조율하며 입당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야권 잠룡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관료 출신인 그가 정치인으로 이력은 전무하지만 선거철마다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권 출신에 경제통이라는 점은 대권주자로서 상품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의 소년가장, 상고·야간대학 졸업 등 흙수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란 점도 정치권이 주목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김 전 부총리가 제1 기착지로 어디를 선택하느냐다. 정가에선 정권이 아닌 ‘정치’ 교체를 선언한 김 전 부총리가 여야 정당이 아닌 제3지대를 기반으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정치 세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김 전 부총리가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대권 도전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쏠린 야권 표가 김 전 부총리에게 옮겨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 채비에 돌입한 것을 두고 이른바 ‘게임 체인저’를 노린 몸값 높이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정권 교체’에 역점을 둔 대권행보를 펼치고 있는 반면, 김 전 부총리는 정권교체보다 ‘정치세력 교체’를 더 중시하며 결이 다른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원내 1, 2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면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여야 모두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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