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미국 제재 대비하라”
美 바이든, 네덜란드 기업에 ‘중국 수출 금지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중국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에서는 향후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공동 행동을 요구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국내에서 중국 화웨이의 5G장비를 활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 등의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창환 기자]
미국 상하원이 중국 제재를 위한 법안을 마련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무역협회에서는 향후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공동 행동을 요구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국내에서 중국 화웨이의 5G장비를 활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 등의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미국의 중국 경제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를 위한 법안 마련까지 나서면서 미중 간의 갈등의 불씨가 다시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美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에 대한 절대적인 동의의 움직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분위기다. 이른바 ‘중국견제 패키지법’이라는 이 법은 과학 기술 분야 對중국 제재와 이와 관련된 자금의 유출 방지까지 포함하고 있어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아울러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의 반도체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강도 높은 브레이크를 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 장비 부품을 제공하고 있는 네덜란드 업체와 관련 네덜란드 정부에 직접 ‘수출 금지’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무역협회가 먼저 나섰다. 화웨이의 5G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의 경우처럼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중국 견제 패키지 법안 마련… 對중국 제재 적극 활용 예고

지난 22일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 견제 종합세트 법을 만든다”며 우리나라에 對중국 공동 수출입 통제 등을 제안해 올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제품 생산 공급망 내 직·간접적으로 제재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의 포함 여부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지난 정권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갈등’이 지속 될 것을 전제하며,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들이 공급망 점검 등의 필요한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향후 미국이 앞서 언급한 신설 법안을 근거로 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당장 이에 대한 대응에 나서기보다 당분간 추세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강신구 LG유플러스 언론홍보실장은 일요서울에 “지난 트럼프 정권 때는 여러 가지 제재와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고 나서는 당장 어떤 압박이나 요구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 건에 대해서는 더욱 깊이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한 이런 제재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겠지만 우리 정부에서도 기업 자율을 존중해 준 만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흐름을 지켜보고 결정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각 국가별 대응 상황을 고려한 분석을 토대로 대비책 마련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자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고 다자주의를 앞세운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포함해 전 세계적인 미국의 입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對중국 정책에서는 동맹국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더욱 철저한 압박에 들어갔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에 앞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취재진에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는 더욱 치열한 경쟁 관계에 돌입할 것”이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윤 전 원장은 “당시 글로벌 빅2로 미국의 경제를 압박하던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보면 지금의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알 수 있다”며 “현재 미중 간의 문제 역시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네덜란드 ASML, 매출 17% 고객 중국에 ‘팔 수도 안 팔 수도’ 없어

이 전망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와 바이든 정권으로 이어지는 중국 압박은 미국의 전 세계 동맹국에 대한 유연한 대처와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여러 각도로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자국 기업 ASML이 중국 수출이 17%를 차지하는데도 이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한국을 찾아 혈맹임을 강조했던 상황을 지나칠 수 없다. 아울러 올해 미국에서 가졌던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분위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무역협회가 언급한 “미국의 對중국 공동 수출입 통제 등의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전 세계를 향해 “미국이 돌아왔다”고 언급하며 동맹국들의 협력을 강조 해왔다. 아울러 최근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공동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감싸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중국 격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중국 거래가 이어지는 국내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놓이게 됐다.

한편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요청대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든 반도체 부품 장비가 중국으로 건너가지 못하도록 수출 허가를 지속 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hiteHous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에게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Whit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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