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연소’가 따라붙는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지 50일이 지났다. 취임 전과 후 달라진 점이 무엇이 있을까. 정권교체 지수가 정권재창출 지수보다 높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에 역전당한 일, 범야권 대선후보 중 지지도 1위의 윤석열 후보가 여당의 이재명·이낙연 후보와 1 대 1 가상대결 구도에서도 지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 대표의 성적표가 초라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준석 대표의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의 일처리 방식 때문이 아닐까. 이 대표는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겨놓고도 못 미더워서 그런지 본인이 직접 대선후보들을 만나고 있는데, 과욕이고 원맨쇼가 될 수 있다.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 백번 보는 것 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게 좋다. 경험 보다 좋은 선생이 없는 법이다. 당내에는 경륜 있는 중진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쓰는 것이 용병(用兵)의 근본이다.

이준석 대표는 전당대회 중 대구·경북 유세 때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고, 대표에 선출되자 “TK가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아전인수(我田引水) 식 주장을 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은 당원 여론조사에서조차 이준석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20% 이상 앞선다는 엉터리 여론조사에 시달렸지만, 개표결과 당원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3.5%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니 “TK가 탄핵이 정당했다고 인정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당 대표 개인의 탄핵에 대한 소신이 당론이 될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탄핵은 역사이니 덮고 가자”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탄핵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의 주장일 뿐이다. ‘탄핵의 진위(眞僞)’와 ‘태블릿PC의 진실’이 하나 둘 밝혀진 지금은 역사적 관점에서 ‘탄핵의 정당성’ 문제를 재조명해야 한다.

이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돌리는 ‘수구 회귀’가 아니다. 탄핵의 정당성을 재조명해야 제2, 제3의 불행한 대통령 탄핵을 막을 수 있고,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승화시켜 멈추어 선 역사가 전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원죄(原罪)가 있는 윤석열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8·15 광복절 사면에 대해서 다만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항간의 이야기에 의하면 야권을 갈라놓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헌법 고유 권한이 그런 식으로 악용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말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지난 6월 29일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저도 그런 생각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한 자신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이준석 대표의 잦은 언론 노출에 따른 설화(舌禍)는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합의했다가 번복한 일, 여가부·통일부 폐지 발언,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기 직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잔인함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해 외교적 논란을 일으킨 일, 윤석열 후보를 ‘비빔밥 속 당근’에 비유한 일 등 잦은 실언은 당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위기를 직시하고 선당후사(先黨後私)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취임 이후 일관되게 ‘당내 대선후보 자강론’을 주장해온 것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지난 7월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당내 경선이 아연 활기를 띄게 되었다.

최재형 후보의 지지율이 빠르게 상승하여 야권의 ‘원톱’ 구도가 출렁거릴 조짐을 보이자 친이·친박 인사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다. 친이·친박 계파는 희미해지고 ‘윤석열계·최재형계’로 갈리는 국민의힘 분위기다. 후발주자인 최재형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용호상박(龍虎相搏)’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사다.

앞으로 이준석 대표의 역할은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 범주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의 당 대표는 조연이지 주연이 아니다. 내년 3.9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을 경우 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모두 동반 사퇴해야 한다.

그것이 대표, 최고위원들의 숙명이다. 이 대표가 개성이 강한 대선주자들의 분출하는 요구를 잘 조정해서 당의 명운이 걸린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소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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