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7월27일 그동안 끊겼던 남북간의 통신연락선을 복원키로 합의했다. 작년 6월9일 북한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통신연락선을 끊은 지 413일 만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미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남북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관계회복 문제로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두 정상간 “칸막이를 사이에 둔 대면 정상회담 방안논의 까지 오고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김정은과의 만남을 열망했던 것으로 보아 7.27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합의는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짐작된다. 문 대통령은 교착상태 빠진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있다. 자신의 임기가 9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데서 초조감은 더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김정은은 종신 독재자로서 느긋하다. 김은 대화를 서두는 문 대통령을 만나주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 대화 재개 요청에 호응한 듯 싶다. 김정은은 14년 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상회담에 매달렸던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아버지 김정일이 자기 의도대로 주물렀던 책략을 이용할 게 분명하다.
 

당시 김정일은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사 자체를 크나 큰 치적으로 간주한다는 약점을 간파했다. 그리고 김은 정상회담을 질질 끌며 노 대통령을 애태우다가 임기 7개월 전인 2007년 10월초 평양서 열고 자기 계획대로 요리했다. 김은 10.4 남북정상회담 선언에서 “북한 핵”을 ‘한반도 핵“으로 표기, 북핵을 남북한 핵으로 희석시켰다. 또 김은 북해 폐기에 대해선 분명한 언급도 없이 문 대통령에게서 14조원으로 추산되는 북한경제개발사업 합의도 받아냈다. 노 대통령의 10.4 남북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이 불법으로 5억달러를 찔러 주고 성사시킨 6.15 남북선언과 함께 정상회담에서 구걸하는 쪽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사례였다.
 

문 대통령도 김·노 대통령처럼 북핵 폐기 보다는 김정은과의 회담 그 자체를 큰 치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노 대통령의 실책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미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 보다는 김정은 비위맞추기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23일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추켜세우며 자신에게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김을 띄워주기도 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문 정권은 지난 5월 미국에 금강산관광 등에 대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다행히 미국에 의해 거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예견되는 남북 실무급 대화 재개와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북에 끌려 다니려면 차라리 하지 아니함만 못하다. 이미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3차례나 만났다. 하지만 북핵·미사일은 더욱 더 증강되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한·미군사훈련을 컴퓨터게임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등 남한만 무장해제해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임기종료를 앞두고 대화에 호응한 건 심각한 경제·식량난·코비드 백신 결핍 등을 해소키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임기 말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남측 대통령을 북측 의도대로 이용하기 위한 책략으로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핵 폐기 진전 없는 대북경제 지원이나 한·미군사연합훈련 축소 등은 더 이상 말아야 한다.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은 아직 이르다. 남한이 더 급하다는데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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