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재형 대선 후보는 지난 7월 16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통령제 개편 등 헌법개정 논의에 대해 명확한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최 후보는 ‘제73주년 제헌절’ 입장문을 통해 “우리 정치의 끊임없는 갈등과 극한투쟁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영해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해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변화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이후 출범한 모든 정권이 좌파-우파를 불문하고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통치’ 때문이었다.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면 최 후보의 주장대로 “국가의 정책 수립이나 집행 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 개입도 많아, 그 결과 공직자들이 국민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내년 5월 10일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현행 헌법대로 국정을 운영하여 성공한 최초의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목하 여야 공히 당내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여당은 이재명-이낙연 간의 네거티브로 경선 불복 등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야당도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윤석열·최재형 후보에 대한 당내 검증이 가열차다. 여야 공히 경선 이후 당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결속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공동 정부론’이다. 과거에는 당

대(對)당 방식으로 대선 국면에서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공동정부 구상이 있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은 정권 창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성공 사례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성사됐다가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파국을 맞았고,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성사됐지만 대선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차제에는 지금껏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당내 공동 정부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다. 승자 독식 구조로는 당내 화합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본선에도 적전(敵前)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승자와 패자(2위 후보)가 권력을 분담해서 국정을 공동 운영하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국민의힘의 경우는 현재 지지율 1위-2위인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모두 정치 초년생들이고, 문재인 정권에서 성장한 후 입당한 약점을 갖고 있다. 당연히 여권뿐만 아니라 당내 후보들로부터 엄혹한 검증에 시달릴 수 있다.

지난 8일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후보를 직격(直擊)했다. 홍 의원은 “전직 대통령을 무리하게 구속하고 재판 중 또 재구속하고 건강이 악화됐는데도 형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한 사람이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할 때 불구속하려 했다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이 다됐다는 느낌”이라고 비꼰 후 “그건 공정도 상식도 아니고 국민을 속이려는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를 ‘박쥐‘에 비유하면서 청와대 대변인 시절 두 차례 만났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첫 술자리에서 윤 후보가 “박근혜 3년이 수모와 치욕의 세월이었다”고 말했다며, “원한과 복수 사이에 정녕 관용이 들어설 여지가 있었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해관계와 처지가 같은 사람은 위급할 때 서로 구한다는 ‘동주상구(同舟相救)’의 고사가 있다. 차제에 윤석열-최재형 두 후보는 서로 전략적으로 연대하여 선의의 경쟁을 펼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에는 13명의 잠룡(潛龍)이 있지만, 아무래도 흥행 면에서는 외부 입당 후보들 간의 경쟁에 미치지 못한다.

공동정부론의 본질은 후보단일화이자 역할분담이다. 경선의 최종 승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패자가 책임총리를 맡게 되면 당내 분열을 막을 수 있고 본선 결집을 기할 수 있다. 공동으로 선거대책위를 구성하고, 집권 시 공동으로 대통령직인수위를 출범시킨 후, 국정을 분담해서 운영하면 기존의 제왕적 대통령제 운영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성공한 대통령’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