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와 ‘공정’이란 단어가 본래 의 뜻을 상실했다. 공정(公正)은 국어사전에 적힌 대로 ‘공평하고 정대(正大)’함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을 국정철학의 기본으로 내걸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 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고 기 회 있을 때 마다 공정 구현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그의 공정은 과정이 편파적이며 결과는 불의로 드러날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런 왜곡은 민주화 투사 장기표 씨의 부인 조무하 여사에 의해 간략히 집약되었다. 조 여사의 남편 장 씨는 민청련 사건, 청계 피복노조 사 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10년 도피와 10년 옥살이했다. 그랬으면서도 장 씨는 10억 원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거부했다. 돈 받기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보 기 드문 맑은 민주투사이다. 그의 아내 조 여 사는 감옥을 내 집 드나들 듯 하던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교사직을 내던지고 20여 년간 역경을 이겨냈다. 조 여사는 문 권력의 오염된 공정에 대해 “약자의 편”에 선다면서도 “그들이 약자의 편에 서는 경우는 자신들 가 진 것이 침해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렇다.”고 했다. 문 권력이 공정을 자기들 기득권 이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만 외친다고 꾸짖은 대목이다.

공정의 절실성은 7월22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1988년 이후 9회 연패 위업 을 달성한 강채영·장민희·안산 세 선수들의 선발전에서도 드러났다. 한국 여자 양궁의 기록적인 9 연패 비결은 특혜도 “짬짬이”도 없는 공정한 선발 경쟁에 있었다. 6개월 동안 5 차례에 걸쳐 공정한 선발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전은 이미 2020년3 월 2차 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대표 선발을 백지화하고 새로 뽑았다. 모든 선수들이 다시 공정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기득권자에게 유리하지 않고 오직 실력자만 가려내기 위한 “공정” 경쟁이었다. 양궁 3관왕의 안산 선수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정”한 선수 선발이 승리 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진정한 공정은 미국 언론의 노벨상으로 평 가 받는 퓰리처상을 통해서도 새삼 각인되었다. 2017년 4월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오하이오 주 부에나비스타 카운티의 스톰레이크 시에 있는 지역신문 ‘스톰레이크 타임스’의 아트 컬런 편집국장을 논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지방지 중에서 도 아주 작은 초미니 수준이다. 전체 발행 부수는 3000에 불과하고 직원도 모두 10명밖에 안 된다. 발행인은 컬런 국장의 형이고 그의 아내는 사진기자이며 취재 기자는 아들 이다. 그런데도 퓰리처상 측은 ‘스톰레이크 타임스’가 지역 정부와 농업기업협회의 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쳤다는 사실에 주목, 상을 주었다. 수질 오염과 관련, 피소된 지역 정부를 농업기업협회가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집중 취재한 게 돋보였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발행 부수 3000에 직원 수 10명의 초미니 가족 신문은 아무리 훌륭한 보도와 논평을 실었다 해도 수상은커녕 심사 대상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구습 에서 벗어나지 못한 선입견, 학연·지연·인연 로비 작용, 묻힌 공로자 발굴 노력 결핍 등 탓 이다. 하지만 퓰리처상 측은 신문의 규모나 영향력을 접어둔 채 스톰레이크 시 구석까지 찾아가 수상자를 가려냈다. 퓰리처상측은 수상자를 선정할 때 오직 언론으로서의 기능과 역할만 세밀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들여다보았다. 한국 여자양궁팀의 단체전 9 연패와 퓰리처상 측의 초미니 신문 ‘스톰레이크 타임스’ 선정을 지켜보면서 공정의 참된 의미를 새삼 확인한다. 동시에 문 권력의 오염된 ‘공 정’이 씁쓸히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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