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롯데 있나요, 상생은 남의 이야기인가요?"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마트로부터 수백 억원대 갑질 피해를 보고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제보해 411억 원의 과징금을 끌어낸 육가공업체 (주) 신화(대표 윤형철) 가 롯데 측의 계속된 소송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윤영철 (주)신화 대표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롯데는) 대형법무법인을 쓰고도 행정소송 2심까지 완패를 했다. 불공정 사실이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라며 "하지만 (롯데는) 또 대법원 상고를 진행 중이다. 협력업체를 이렇게까지 나 몰라라 하는 게 말이 되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괘씸죄를 적용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롯데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갑질에 판정승 끌어냈지만 피해 보상은 여전히 안갯속
 정부가 구제대책 마련해 줬으면…(주)신화 대표 "끝까지 간다" 밝혀


최근 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타당했다고 보고 롯데마트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하지만 (주)신화는 재판 기간에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시간만 허비했다. 문제는 롯데마트가 불복 소송을 또 제기했고, 손해배상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행정소송 확정판결을 지켜보자며 재판을 미룰 가능성이 커 결국 (주)신화는 또다시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롯데는 최근 지주사 중심으로 ESG 전담팀까지 신설하면서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내걸었다. 하지만 수년간 중소 협력사들을 상대로 갑질 구설에 오른 롯데의 변화 제시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판사 이승주)는 지난달 27일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롯데마트(롯데쇼핑)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6개 돈육 납품업자들(신화, 롯데푸드, 맛그린, 돈마루, 동양플러스, 청미원식품)로부터 삼겹살, 목심, 앞다리살 등을 납품받아 판매하면서 총 118건의 돈육 판매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했는데, 할인행사를 이유로 납품단가를 평상시 납품단가보다 낮게 결정하고 발주했다”라며 “롯데마트는 이 중 26건의 할인행사를 하기 전에 납품업자들과 판매촉진 비용 분담조건 등에 관해 서면으로 약정했으나, 나머지 92건의 행사는 별도의 서면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신화의 차별화 돈육인 ‘셀록포크’를 납품하는 매장에 대해 1년 단위로 판매촉진 사원 파견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고, 2012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의 기간에 (주)신화의 종업원 총 2782명을 파견 받아 서울역점 등 34개 점포에서 삼겹살, 고심 등 돈육을 세절, 포장, 진열, 판매하는 작업에 종사하게 했다”라며 “파견된 종업원의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전액은 납품업자인 신화가 부담했다”라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롯데마트가 납품업자 신화가 데이먼 코리아에 자문수수료를 지급하게 했으며, 돈육 세절 비용을 보전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 과징금 패소에 또 불복

이번 판결은 지난해 2월 27일 롯데쇼핑이 공정위 과징금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9년 11월 20일 ▲서면 약정 없는 판촉비용 전가 행위 ▲세절 비용 전가 ▲PB 상품 개발 컨설팅 비용 전가 ▲저가 매입행위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등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롯데쇼핑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411억8500만 원을 부과했다.

(주)신화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 매출 68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유망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나 2012년 롯데마트로부터 100억대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민사소송이 발단돼 시련이 시작됐다. 이후 신화는 현재까지도 롯데마트로부터 납품단가 후려치기, 판촉비용 전가, 물류비용 부풀리기, 인건비 전가 등 170억 원의 손해를 입는 불공정행위를 당해왔고 매출액은 120억 원대로 뚝 떨어졌다. 146명의 직원은 현재 18명으로 줄었다.
 

 

윤형철 신화 대표는 최근 탄원서를 통해 `죽을 각오로 한 말씀 올립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이 탄원서에는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할 만큼 롯데마트로부터 터무니없는 흑색선전과 외유, 협박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굴지의 대기업이 법대로는 손해배상을 할 거라는 생각에 버티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롯데마트는 손해배상은커녕 시간을 지연시켜 우리 회사를 말려 죽이는 방법으로 보복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이어 "지난 7월 22일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는 행정소송 판결까지 나왔으나 롯데마트 측은 또다시 상고를 제기했다"라며 "이로써 우리 회사의 민사소송 역시 또 어떻게 지연될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노력 끝에 승소하고도 보상 한 푼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까. 왜 시정명령을 받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너뜨리겠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도대체 우리 회사는 언제 배상을 받고 다시 일어 설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항변했다.

이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재작년 롯데마트에 411억 대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피해 업체에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았다. 과징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현행법 때문이다.

윤형철 대표는 "롯데마트 측이 낸 과징금은 전액 정부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정작 갑질 피해를 본 우리 회사는 단 한 푼의 구제금융도 받지 못한 채 생사기로를 헤매고 있다"라며 "롯데마트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법무법인을 선임해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우리 회사가 롯데마트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법무법인을 선임한 후 시간만 끌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롯데 갑질 조사 촉구

한편 롯데쇼핑은 하반기 ESG 경영에 속도를 낸다. 롯데그룹은 최근 사장단 회의를 열고 별도 ‘ESG 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이를 토대로 하반기 내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사 CEO 평가에 ESG 경영 성과를 반영한다. ESG 경영 전담 조직도 구성한다.
롯데쇼핑은 이와 관련 친환경 브랜드 ‘리어스(RE:EARTH)’ 론칭을 준비하고, 17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갑질 구설의 중심에 선 롯데가 ESG 경영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표는" ESG 경영 중 하나는 `상생`이다. 상생을 내세우는 롯데가 믿고 따랐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또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대법원까지 항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박스] 롯데마트 갑질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롯데마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18년도에는 `공정위의 롯데 봐주기` 규탄 시위가 열린 바 있다. 당시 시위에는 롯데 갑질 피해연합회를 비롯해 정의당 중소상공인위원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각계 시민단체 소속 회원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를 설립한 뒤 납품업체를 상대로 갈취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전관예우 등을 의식한 공정위가 대기업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특히 공정위에 불공정 하도급 피해 사례로 구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번번이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며 피해업체들은 억울한 마음에 직접 관련 법을 공부해가며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뚜렷한 설명도 없이 각하 처리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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