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에 올라탔다. 국민의힘 밖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던 윤 전 총장까지 국민의힘 합류를 선택하면서 의원들도 각 대선주자를 향한 줄서기가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적 텃밭인 호남의 민심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텃밭이자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 민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많은 TK 민심을 얻어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TK 의원들도 대선 경선 열차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어떤 대선주자를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눈치 작전에 분주하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1.07.29.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1.07.29. 뉴시스

윤석열 TK서 선두, 최재형 홍준표 등 맹추격
‘TK 없이 경선 승리 없다각 캠프의 TK 의원 영입 경쟁도 치열

대구·경북(TK)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 혼돈기를 보냈다. TK는 보수 진영의 향배를 결정짓는 정치적 방향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곳 출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중도 하차한 이후 정치적 구심점을 잃고 방황해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TK 지역에서 불고 있는 정권 교체 바람도 매우 거세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정권교체 야당 후보 당선이라고 답한 응답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64%로 가장 높았다. 반면 현 정권 유지 여당 후보 당선25%에 불과했다.

이 같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TK의 민심을 얻으려는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 의사를 피력한 대선주자는 13명에 달한다. 현역 의원으로는 홍준표·김태호·박진·하태경·윤희숙 의원이 있고, 원외 인사로는 유승민·안상수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대표,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장성민 전 의원도 국민의힘에 최근 입당했다.

이 가운데 홍준표·김태호·하태경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장기표 위원장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박진·윤희숙 의원, 황교안 전 대표는 서울 출신, 안상수 전 의원은 충청,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장성민 전 의원은 호남 출신이다. TK 출신은 유승민 전 의원이 유일하다.

TK 민심 정부 각 세운 윤석열, 최재형 기대감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231명을 대상으로 보수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조사를 실시한 결과 TK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37.9%1위를 달렸다. 뒤이어 홍준표 의원 11.3%, 최재형 전 원장 11.1%, 유승민 전 의원 9.2%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반문재인깃발을 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K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정권교체 바람을 타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정작 TK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최재형 전 원장에게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대선 열차가 시동을 걸면서 대선주자들의 ‘TK 민심 쟁탈전도 막이 올랐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선에 출마하기 이전부터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TK 민심을 공략한 바 있다. 대구지검은 윤 전 총장의 검사 임용 후 첫 근무지(1994). 윤 전 총장은 2009년에도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에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로 대구고검에 좌천됐다.

윤 전 총장은 총장직 사퇴 이전인 지난 33일 지방검찰청 순회 일정 마지막으로 대구고검과 지검을 찾아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강성 보수 지지층과 TK 민심을 겨냥해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2016최순실 국정농단 사건특검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고 발언하기도 해 논란이 됐다.

선두달리는 , ‘박근혜고리로 TK 공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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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의원들에게 나를 비롯해 박영수 특별검사 등은 박 전 대통령을 비공개 조사한 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공감대를 쌓고 있었다그러나 소환 조사 일정 조율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돼 조사가 무산됐고, 수사기간 연장도 불허돼 사건이 결국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0일에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해 대구 서문시장, 대구 창조경제 혁신센터 등을 방문해 TK 민심에 구애를 보냈다. 윤 전 총장은 대구 2·28 민주운동 기념탑을 참배하며 방명록에 “2·28 정신을 이어받아 법치와 민주주의 기반으로 대구·경북의 재도약과 번영을 위해 힘껏 뛰겠다고 적었다.

대구 수성구을이 지역구인 홍준표 의원은 TK에서 윤 전 총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자 윤석열 때리기TK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경북일보에 따르면 홍 의원은 최근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청년 4.0 포럼 초청 강연에서 윤 전 총장은 중앙지검장 할 때도 자신의 기수보다 5기수 올라 벼락출세했는데,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를 철저히 궤멸시킨 그 사람이 반대 진영으로 다시 넘어와서 TK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저격했다.

그러면서 한국 보수우파의 본산이고 중심이라는 TK분들이 제자리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대구경북 분들이 나를 지지해주면 무조건 내가 1등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TK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일과 7TK를 찾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대구 국립선열공원 참배, 대구경북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경주 중앙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홍준표, 최재형, 유승민 등 ‘TK 민심공략

최 전 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서는 방명록에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기초를 든든히 만드신 박정희 대통령님의 애국, 애민 정신을 더욱 발전시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용단을 오늘이라도 내려야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무더위속에 고령인데 수형생활을 계속하는 건 가슴 아픈 일이고 이런 상황이 더 이어져선 안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대구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역에 뚜렷한 기여도가 없는 윤석열 전 총장, 최재형 전 원장에게도 TK에서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과거 대립각을 세우고 탄핵에도 동참하면서 만들어진 배신자이미지 극복이 최대 관건이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저출생 해결을 위한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TK배신자 프레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런 정서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권교체 열망이 제일 강한 지역도 역시 TK”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수도권과 젊은층에서 통하는 후보가 돼야 한다. 이 점을 TK유권자도 점점 알아가고 있다면서 민심 회복에 자신감을 표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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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TK 의원들의 몸값도 상승 중

대선주자들의 TK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이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도 몸값이 오르고 있다. TK 지역 의원들을 캠프에 영입해야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TK 의원들은 특정 대선주자 지지를 선택하기도 했지만 아직 행로를 결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상당하다.

특히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이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과 최재형 전 원장은 모두 주호영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윤 전 총장 입당 촉구 성명에 참여한 김정재, 김상훈, 김승수, 이만희, 홍석준, 정희용 의원 등은 TK 지역 내 친윤석열의원들로 분류되고 있다.

김용판 의원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에는 강대식, 김희국, 김병욱 의원 등이 합류해 돕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에는 윤두현, 윤재옥 의원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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