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반일(反日)감정은 그 어떤 것도 이기는 마법의 열쇠가 되었다. 실제 2020년 4.15총선에서 나경원 의원은 토착왜구 프레임에 걸려 낙마했고, 승리한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현충원에서 친일파 무덤을 파내야 한다”고 희희낙락(喜喜樂樂)했다. DJ의 아들 김홍걸 의원은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현충원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망언을 하여 아버지의 명예를 더럽혔다.​

​ 반일은 정의고, 친일은 불의라는 낡은 이분법적 등식이 유령이 돼 한국사회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 최근 좌파 언론과 민족문제연구소의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증조부·조부 ‘친일파 몰이’가 도를 넘고 있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친일파 덧씌우기’가 대선 판의 유력 후보 제거 도구로 쓰이고 있다. 차제에 ‘친일 청산’을 청산해야 한다.

친일인명사전에 올랐다는 이유 하나로 친일파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친일인명사전은 극좌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집필한 책으로 친일 기준이 선택적으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공신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은 임헌영이다. 그는 남로당(남조선노동당)을 이끌었던 박헌영을 존경한다며 자기의 이름을 헌영으로 개명을 한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흥남 시청 농업계장이었다. 해방 전 당시는 농업사회였기 때문에 농업계장이 최재형 후보의 증조부가 역임한 면장보다 더 우월적 지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좌파들의 기준으로는 명백한 친일파다. 이른바 ‘친일파’ 간부의 후손인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었는데, 면장 후손인 최재형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전형적인 ‘내로남불’ 논리이다. 좌파들은 최재형 후보를 청산하려다 문재인 대통령을 청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일도양단(一刀兩斷)이 불가능한 ‘친일 구분’은 한국사회에 하나의 숙명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괴롭힘’의 범위에 대해 해방 후 지금까지 몇 차례 정리 작업이 있었다.

1948년 이승만정부가 ‘반민족행위처벌법’을 만들어 그해 10월 반민특위를 가동해 그냥 일본과 친하게 지내며 단순 협조한 자는 제외하고 ‘악랄하게 민족에 해를 끼친 자(악질 친일파)’로 698명을 골라내 조사와 처벌을 했다.

노무현 정권 들어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 선정 작업을 거쳐 1005명을 추려냈다. 기준은 ‘일정 계급 이상 관리·헌병·경찰로서 민족구성원의 감금 고문에 앞장선 행위자’였다.

비슷한 시기에 민족문제연구소도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마쳤는데, 노무현 정권이 선정한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총 4389명의 이름을 올렸다. 기준은 ‘식민통치기구 일원으로 식민지배 하수인이 된 인물’로 확대했다.

일개 극좌 시민단체가 정치권의 합의와 정부의 공인도 없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만주군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일본육사 3학년에 편입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촌 김성수, 만해 한용운,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까지 친일명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한민국 체제와 정체성을 무너뜨려 공산화의 길을 트려고 ‘역사와의 전쟁’에 불을 붙인 결과다.

대한민국에서 ‘친일 프레임’ 소용돌이의 연원은 해방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10월 단신으로 환국(還國)한 이승만은 귀국 일성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로 표출된 ‘대동단결, 자주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서울 주재 소련영사관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조선공산당(후에 남로당) 박헌영은 즉각 “통일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덮어놓고 한데 뭉칠 수는 없다. 조선에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세력이 남아 있다. 친일파를 근절시킨 다음 옥석을 완전하게 가려놓고 순전한 애국자, 진보적 민주주의 요소만을 한데 뭉쳐 통일해야 한다”면서 이승만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공산당을 반일단체로 채색했다.

아직도 친일 반일 프레임의 ‘친일파 장사’가 약발이 제대로 먹혀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좌파의 반일 선동에 반응하여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운다. 대한민국이 중세적 광기가 판을 치는 ‘항일(抗日)의 나라’로 가게 되면 미래를 잃게 된다.

좌파 세력들은 ‘과거와의 싸움’을 걸어 대선에서 재미 보려고 ‘미래를 희생’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좌파 집단과 언론이 친일파요 토착왜구가 아닌지 묻고 싶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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