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평, ‘태양광 113.21원, 원전 67.84원’ 보고서 내놔, 與 주장 뒤집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원전이 태양광보다 싸다`라는 연구보고서를 준정부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내놔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는 등 원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태양광보다 비싸다고 주장했다. 여당 국회의원 중에서도 유사한 주장을 하며 경제성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준 정부 기관에서 이런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연구용역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 내용을 일요서울이 공개한다.

 사회적 비용 빠져 저렴 vs 폐기물 비용 합쳐도 태양광 절반…맞불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설 아닌 명쾌한 계산 풀이 나와야 한다 주장도


보고서는 한국자원경제학회가 `균등화 발전비용(LCOE) 메타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제출했다. 해외 주요 기관은 LCOE 산정 방법론 및 결과 비교 분석, 국내 에너지 원별 가격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 최근 데이터를 반영해 에너지 균등화 비용 추정을 연구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원의 LCOE는 1kWh를 만드는 데 해상풍력이 265.81원/kWh로 가장 높았고, 태양광은 113.21원, 원자력 발전이 67.84원/kWh로 가장 낮았다. 특히 사회적 비용인 사고위험 대응 비용까지 포함해도 원전은 태양광보다 15% 더 저렴했다. 이어 보고서는 "해상풍력>수소 가스터빈>바이오>연료전지>조력(방조제 無)>ESS>석탄(외부비용 포함)>소수력>육상풍력>태양광 100kW>조력(방조제 有)>가스(외부비용 포함)>석탄>태양광 3MW>IGCC>태양광 3kW>원자력(외부비용 포함)>원자력 순으로 LCOE가 높다"라고 밝혔다.

에너지전환포럼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발전 단가 및 전력 단가는 원전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더 저렴하다" 주장했다. "(다만) 계산 과정에 추가사항이 계산 주체에 따라 달라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난 8월 `전력 수급 위기와 탈원전, 무엇이 팩트인가`라는 주제를 진행한 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해 상충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 경제성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여권 의원들

여권에선 그동안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더하면 알려진 것과 달리 원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이어왔다.

과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탈원전 정책 당정 협의`에 참석해 원전이 저렴하다는 주장에는 원전 발전 단가에 포함돼야 할 사회적 비용이 빠져 있다"라며 "방사성 폐기물, 원자로 폐기 등 사후 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라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책 회의에서 김성환 수석부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원전은 저비용에너지"라는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원전은 저비용에너지`라고 말했는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라며 "윤 전 총장에게 1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치유할 수 없는 천문학적 처리 비용은 계산에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전 핵폐기장 건설과 운영에 들어가는 수십 또는 수백 조 원의 비용은 전력 생산 원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따라서 원전이 저렴하다는 것은 발전 원가 기준이지 사용 후의 가장 비싼 쓰레기 처리 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계산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석탄과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지 않은 비용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래세대에 큰 짐이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시민단체도 성명을 통해 원전이 태양광보다 싸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대표 나연 준)은 성명을 내고 “신안 해상풍력단지에 투입될 48조 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비의 다섯 배지만 전력 생산량은 같다” “송전탑 건설 비용까지 고려할 때 생산단가가 원전보다 14배 비싸고 전기료가 1.5배 이상 오르게 될 이 사업이 차기 정권에서도 추진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 누리꾼들의 설전도 이어져…. 결론은 `아직`

원전 경제성에 대한 비교는 과거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누리꾼은 "원전은 싸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고, 온갖 장점이 있다. 그런데 사고의 가능성은 아주 낮은 편이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뒷감당이 안 되고, 방사성 폐기물과 원전 건물 자체를 처리하는 게 어렵다."라는 글을 인용한 후 "원전이 싸다면서 거기에 왜 추후 폐기물 처리 비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늘 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원전이 싸려면 그 가격까지 포함해서 계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단 1개의 원전이라도 완전히 폐기하고, 그 폐기물을 확실히 처리하며 그에 들어가는 비용이 공개된 적이 있었던가요?"라며 "원전이 싸다, 경제적이다. 이런 말을 하려거든 폐기 후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모두 합산한 금액이 포함되고 나서야 정말 싼지, 경제적인지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원전은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폭탄이다"라며 "결국 당장 전력수요가 폭발하면 커버할 수 있는 건 화력 아니면 원자력이다. 어느 쪽이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원전의 사고위험과 폐기물 처리 비용 vs 화력의 탄소배출+화석 연료 수입 비용+기후 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한 누리꾼은 "불완전하고 위험성이 너무 큰 원전은 폐기하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게 맞는 판단이라고 본다"라며 원전 옹호론을 펼쳤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서 면밀한 사실관계 파악을 통해 미래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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