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불안석 금융권…가계부채 관리 고삐 더 죌 듯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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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두 수장이 관료 출신의 금융전문가인 데다 가계부채 관리 수위가 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하반기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교체된 만큼 이들의 당찬 포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반기 규제 강화 시점에 전문가 등용, `사모펀드` 집중 전망
은행권 두 수장 행보 주목…금융위-금감원-한은 관계 회복 기대

정부는 지난 5일 신임 금융위원회 위원장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에 정은보 한미방위비 분담 협상 대사를 임명 제청했다. 고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6일 예금보험공사에 청문회 준비 임시 사무실을 꾸려 업무 파악을 시작했다. 고 후보자에 대한인사청문회는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또한 지난 6일 취임식과 함께 본격 업무에 착수했다.

- 잔뼈 굵은 두 수장 향방에 숨죽이는 제2 금융 

금융권은 두 수장의 체제가 본격화되면 2금융권 대출 관리 방안을 더욱 세분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고 후보는 과거 2003년 신용카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의 정리를 주도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의 고삐를 더 조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 고 후보자는 금융통화위원 재직 당시 평소 강성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지목돼 왔기 때문에 제2금융권을 향한 관리 수위 역시 높을 가능성이 크다. 고 후보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련 대책의 효과를 더 높일 방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은 전년 동기보다 9.5% 늘어난 1765조 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있어서 민감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7명 중 5명이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다. 이 중 한 명이 고 후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 대책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라며 "금융안정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부도 고 후보자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만큼 금융 관계자들의 긴장감은 더욱 역력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코로나19 대응 금융 지원, 가계부채 관리, 금융산업·디지털금융 혁신, 금융 소비자 보호 등 금융 현안에 차질 없이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금융권에선 정당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과도한 수준으로까지 번지진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신임 금감원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취임식을 하자마자 첫 대상으로 공모펀드를 겨눈 만큼 펀드 판매 은행 및 운영사들의 긴장감이 배로 증가하고 있다. 제재 수위는 물론 경영진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들에게 지난 5년간 판매한 모든 공모펀드의 위험등급 공시와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펀드의 위험등급은 6단계로 `매우 높은 위험`부터 `매우 낮은 위험`까지 나뉜다. 2016년 개편을 통해 3년간 운용한 변동성을 기준으로 펀드 등급을 정기적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 작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무엇보다 투자자에게 등급 변경 등이 잘 고지됐는지 중점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게 금감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펀드의 위험등급 공시 현황을 전면적으로 살피는 것은 2016년 공모펀드 판매 제도가 개편된 후 처음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 원장이 사모펀드 사태가 일단락된 후 공모펀드로 감독의 칼을 겨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펀드 판매사와 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에서도 두 수장 교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고 후보자가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내놓은 적이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한다.

고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암호화폐 정책에 관한 질문에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고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는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오래전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통보한 실명계좌 등의 신고 기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현행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위에 신고를 완료해야만 현재와 같은 원화 거래를 할 수 있다.

- 금융위-금감원 `갈등` 해소 주목 

무엇보다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하는 건 금융위와 금감원의 화합이다. 고 내정자와 정 원장은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재무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함께 근무했다.

고 내정자는 2016년 4월부터 5년 이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근무했다. 고 내정자는 금융위 출신으로 금융당국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한국은행의 상황도 이해하고 있다. 5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한 만큼 이주열 한은 총재와도 인연이 있다. 전금법 개정에 대해 고 내정자는 금융위와 한은 사이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원장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금융위 사무처장을 맡았고 고 내정자가 2013년 5월 사무처장을 이어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두 수장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위, 금감원 수장들이 신경전이나 힘겨루기가 사라질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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