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권의 4월 춘투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그녀의 전략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이이제이’전략은 적들이 서로 싸우게 하여 적을 제압한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는 장고하고 있다. 그의 운신 폭은 짧다. 4.29재보궐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없다. 경주는‘친이VS친박 대리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친이(이명박)계인 정종복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박근혜)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누구도 지원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라 선거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盧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리스트’에 친박계 PK인사들이 연루의혹을 받았다. 대규모 친박계 사정이 예상됐다. 그런데 사정은 예상 밖으로 번졌다. 박연차 리스트는 친노 뿐만 아니라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친이 핵심인사로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추 전 비서관은 MB 정권 실세인 이상득, 정두언 의원과 접촉해 박 회장 ‘구명로비’를 펼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동기이자 친구사이인 천 회장은 박 회장과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통한다.

박연차 리스트에서 시작된 야당 사정은 강금원 쓰나미로 번지면서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친노계는 쑥대밭이다. 이강철 전 청와대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이광재 의원, 정상문 비서관 등이 구속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권의 상황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추부길 전 비서관이 구속됐고, 천신일 회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이계 내에서도 계파간 자중지란이 일고 있다. 특히 MB권력 핵심 3인방으로 꼽히는 이상득 의원, 천신일 회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갈등도 심각하다. 친이계의 갈등이 자칫 이명박 정권 레임덕을 가져오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이이제이 전략이 실현되고 있다. MB핵심 3인방이 해체되고 나면, 박 전대표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친이 핵심인사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상황이 바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수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속단하긴 이르다”면서 “4.29재보궐 결과에 따라 당내 변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박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후보 1위다. 재보궐 결과에 따라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는 변화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박연차리스트’ 수사의 결과와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의 힘은 살아있다. 경주 지원유세에 TK인사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박희태 대표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인근 지역 의원들은 경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TK지역은 박 전 대표의 입김이 상당하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경주엔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사모가 정수성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복잡한 집안싸움에 따른 `전패 상황까지 점쳐지고 있다. 재보궐 이후 한나라당내 당권 변화가 예고된다. 재보궐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는 이때를 기해 당권장악 및 세 확산에 나서 대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대표가 선택한‘벼랑 끝 전술’은 바로 이이제이 전략. 친이 끼리 싸워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그의 선택이 혼돈양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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