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세(Tax) 일부 빠져도 구글·애플세 늘면 플러스?

 

김윤 BIAC 한국위 위원장(삼양홀딩스 회장)이 지난 3월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윤 BIAC 한국위 위원장(삼양홀딩스 회장)이 지난 3월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제사회가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Tax, 이하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디지털세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법인이나 서버 운영 여부와 관련 없이 이익이 아닌 매출이 생긴 지역에 세금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대상 기업인 구글의 이름을 따 구글세라고도 부른다.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구글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에 제대로 과세하면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다국적 기업 디지털세 부과 논의 본격화...부과 대상에 제조업 포함
- 10월 G20 정상회의서 최종 합의, 국내 세수 효과는 긍정적·부정적


유럽연합(EU)은 2018년 3월21일 디지털세 세제안을 발표했다. 이 세제안에 따르면 디지털세 대상은 연간 수익이 7억5000만 유로 이상이거나 유럽에서 5000만 유로 이상의 이익을 얻는 IT 기업으로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150여 개 기업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해외에 디지털세를 내야 할 기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 2020년 1월 고정 사업장 외에 새로운 과세권 배분 기준을 도입해 시장이 있는 국가에 세금을 내게 하는 것(필라 1)과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필라 2) 등 디지털세 기본 방향을 마련했다.

그중 필라 1에서는 구글 등 통상 디지털 기업으로 분류되는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 스트리밍, 클라우드 컴퓨팅 외에도 가전·휴대전화, 옷·화장품·사치품, 포장 식품, 프랜차이즈, 자동차 등 소비자 대상 사업까지 디지털세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반면 금융, 항공, 해운, 인프라건설, 반도체 등 중간재 생산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 디지털세 파장 어디까지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물리적 사업장이 없어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어 한국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받게 된다.

구글의 경우 지난해 한국에서 5조 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에 낸 세금은 97억 원에 불과하다. 앱 마켓의 수익을 지사가 있으면서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매출로 잡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4155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법인세는 고작 21억8000만 원 수준이고, 페이스북 역시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35억 원만 세금으로 냈다. 두 기업은 각각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를 조세회피처로 삼았다.

또한 국세청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아마존·유튜브 등 다국적 IT 기업 134곳이 인터넷 광고와 게임·음성·음향·영상 등의 형태의 전자적 용역을 공급해 얻은 이익에 대해 낸 부가세는 2019년 총 2367억 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인 네이버 혼자 낸 법인세 4500억 원의 절반에 그친다. 반면 해외 매출이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냈던 법인세 일부는 매출 발생 국가로 빠져나간다.

2020년 기준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연결기준 236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35조 900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5%를 넘는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매출액 31조 9000억 원, 영업이익 5조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5.6%를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익을 올리는 만큼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 2023년 발효 "영향 미미할 것"

일각에서는 해외 매출이 많은 한국 기업 특성상 디지털세 적용 기업이 늘수록 국내 세수가 줄어들어 조세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세 적용 대상 확대로 국내 기업이 유탄을 맞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털세의 애초 취지가 글로벌 디지털 기반 서비스 기업의 매출 발생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기업은 매출 발생 지역이 비교적 명확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29일 미국의 경제 전문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디지털세 도입 등 글로벌 과세 원칙 변경에 따른 한국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세금이 매겨진다면 국내에서는 이중과세 방지로 인해 국내 세수가 감소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것 때문에 다른 형태로 기업들에 조세 부담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 추정은 어렵지만, 정부로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2020년 말로 예정됐던 디지털세 최종 방안 마련은 코로나19 확산과 미국 대선 등의 영향에 따라 2021년 중반으로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유럽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 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시기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글로벌 IT 기업의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며 디지털세에 찬성한다. 반면 세율이 낮아 IT 기업이 본사를 세우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은 자국 내 유치한 글로벌 IT 기업의 철수를 우려해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독일, 스웨덴 등은 자국 자동차 산업의 피해를 우려하거나 디지털세 부과에 따른 반발을 우려해 디지털세 유보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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