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승객 불쾌감, 이용약관 위배” vs 택시업계 “택시 산업 좌지우지, 플랫폼 독점”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를 둘러싼 대립각이 심화되고 있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반면, 소비자 편의를 위한 만큼 문제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카카오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부 택시 기사들이 승객에게 ‘카카오 T’ 대신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가 무더기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는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독점 지위 횡포’ 비판에 ‘소비자 편의, 문제없다’ 반응도
- “상생 언급하더니...회사 키운 노동자 생계는 벼랑 끝”



택시 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T)의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왕왕 언급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호출요금 인상을 두고 날선 대립으로 화제 된 바 있다. 앞서 카카오 T는 지난 7월30일 카카오 T의 ‘스마트호출’ 요금을 탄력요금제로 변경했다. 스마트호출 기능은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할 때 추가금을 내면 더 빨리 택시가 배치되는 기능인데, 기존 1000원(야간 2000원)의 정액제에서 ‘0원~5000원’의 가격 범위가 변경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가 택시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택시 업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호출요금을 인상한 것이 ‘갑질’과도 같다는 주장이다.

호출요금 인상두고 대립각
‘갑질’ 논란에 정책 재조정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8월11일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 T는 택시업계와 협의없는 일방적인 호출요금 인상을 즉각 철회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카카오T는 2018년 웃돈을 내면 우선적으로 택시를 배차하는 호출서비스 유료화 방침을 추진했다가 부당요금에 해당한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철회했다”며 “당시 카카오는 호출서비스 유료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올해 초 프로멤버십이라는 꼼수로 택시기사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더니 급기야 승객들의 호출요금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출요금 인상도 정부가 사전에 택시업계의 의견수렴 없이 허용한 것”이라며 “전통 산업이 신산업과 동반성장해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계법령을 정비해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업계 반발에 카카오측은 8월13일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 내 공지를 통해 택시 ‘스마트호출’ 서비스 요금과 바이크 요금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0원~2,000원’으로 조정한다는 내용과 함께 “이용자 개편으로 서비스 이용에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당사 서비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뉴시스]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뉴시스]

“이용 말라”...무더기 제재
승객 불쾌감 및 약관 위배
“노동자 생계는 벼랑 끝”


논란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카카오 T를 사용하는 일부 택시 기사들에 대한 카카오의 경고 처분이 이뤄지며 재차 소비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들이 승객에게 카카오 T 이용을 말리거나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추천한 사실이 적발된 것. 카카오에 따르면 1차 경고 처분 이후 동일 사례가 재발하면 일정 기간 카카오T 이용 자격을 박탈할 방침이다.

사측은 다른 택시 앱 이용을 권유하거나 카카오 T 택시 이용을 만류하는 행위가 이용 승객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용약관에도 위배된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서울지역 한 택시 기사는 본지에 “소비자들의 입장으로썬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카카오와의 조용한 갈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카카오가 이렇게 커지기 전 만하더라도 택시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거대 기업이 되고 부터는 도리어 기사들이 카카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 산업 자체가 카카오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8월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대리 운전노동자들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규탄했다. 노조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카카오는 과거 택시·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상생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며 “시장을 장악하자마자 이런 약속은 내팽개쳐졌고, 고율의 수수료와 프로그램비를 징수하는 등 기사들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조원대 가치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김범수 의장은 손꼽히는 자산가가 됐지만, 이 회사를 키워온 노동자들의 생계는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며 “노조는 법의 틈새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는 카카오에 맞서 생존권을 지켜나가기 위한 전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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