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강경진보(극좌), 강경보수(극우)가 난리다. 소위 파란 태극기와 빨간 태극기가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여당이지만 한줌의 강경파에 휘둘려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과 시민단체, 학계의 거센 반발에도 지난 8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했다. 

관훈클럽 등 언론 7단체는 2,636명의 언론인 반대 서명지를 국회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친여 성향인 정의당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자유언론실천재단에 민변, 경실련, 한국법학교수회. 서울외신기자클럽, 국제언론인협회, 세계신문협회 등이 포함됐다. 또한 해외 언론단체들마저 개정안 수정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이뿐만 아니다. 민주당 강경파 일부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에 대한 명예훼손을 금지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하다 논란이 일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정의연보호법’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피해자, 유족 또는 일본군위안부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명예를 가장 심각히 훼손한 인사가 바로 윤미향 의원이라는 것은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 법안의 공동발의자에는 정의연 이사장 출신에 최근 부동산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출당 조치된 그도 이름을 올렸다. 윤 의원은 정의연 보조금·후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강경 보수파도 난리다. 전광훈 목사의 국민혁명당과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교회 대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단 예배를 진행해 시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교회 내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방역수칙을 수차례 어겨 구청으로부터 시설폐쇄명령을 받았다. 지난 8월22일에 일요일에는 전 목사는 실내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배를 진행했고 교인들은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 모여 예배를 했다.

전 목사 등 일부 강성 정치인이 이끄는 ‘태극기 세력’은 강경 보수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은 아니다. 과거 태극기 세력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기점으로 '강성 친박' 성향 집회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강경보수' 보다는 '박근혜 열혈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탄핵정국과 2019년 8월 자유한국당(現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때 절정에 달했다. 그 해 한국당(현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2017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33만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태극기 세력을 끌어들였던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대패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힘 일부 대선 주자는 태극기 세력에 대한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오히려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정국속에 지난 광복절날 광화문집회를 개최해 태극기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는데 말이다. 

대선은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에서 극우도 극좌도 설 자리는 없다. 태극기는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듯 대선은 특정세력을 위한 권력놀음이 아니다. 진보든 보수든 집토끼를 지켜야 하지만 박빙의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는 중도층이 갖고 있다. 민주당의 재집권도 국민의힘의 정권교체도 작금의 현실을 보면 확신할 수 없는 이유다. 누가 먼저 빨간 태극기, 파란 태극기 세력을 멀리하는 쪽이 내년 대선에서 웃을 것을 불 보듯 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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