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내년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중원을 놓고 혈투가 시작됐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들의 제3지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야 맞대결이 펼쳐질 경우 여야는 ‘49 51’의 초박빙 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야 승패는 중원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연이어 중원 표심 장악에 성공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누가 중원 제패에 성공할까.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3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2%, 국민의힘은 31%로 집계됐다. 뉴시스
한국갤럽이 발표한 8월 3주차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2%, 국민의힘은 31%로 집계됐다. 뉴시스

중원에 여야 운명 달려’, “대선 승부는 예측불허
여야 대선주자들 산토끼 잡기전쟁, 일부는 갈팡질팡

여야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원 제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실상 양자 대결로 치러진 지난 201218대 대선 개표 결과 득표율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51.6%,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48.0%였다. 두 사람의 승패는 3.6%포인트 격차로 갈렸다.

지난 201719대 대선은 거대 양당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당적의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더해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진보정당인 심상정 후보까지 나서면서 지지표가 갈렸다.

이번 대선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라는 제3지대 변수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제3지대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은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양자대결로 치러질 수밖에 없다. 양자 대결이 치러지게 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권재창출을 바라는 진보진영이 총결집하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보수진영이 총결집해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와 보수의 강대강 맞대결이 이뤄진다면 결국 표심은 중도층과 중도층 표심의 핵심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의 선택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여당이 청와대와 지방 정부, 국회까지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진보+중도의 결합으로 여권이 힘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도층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보수가 궤멸 위기에 처하면서 보수진영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421대 총선에서도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안겨줬던 중도층은 서서히 여권에서 멀어져 보수+중도결합 구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에 더해 박원순·오거돈 사건’, ‘추미애-윤석열 갈등등이 누적되면서 민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산토끼중도층 표심은 아직 여도 야도 아니다

그렇다면 산토끼인 중도층의 표심은 내년 대선에서는 어디로 흘러갈까.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서 내년 대선에서도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대 기관이 4월 재보선 직후인 412~14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정당 지지도는 중도층에서 국민의힘(23%)이 민주당(22%)을 앞섰다. 그러나 같은 기관의 84주차(23~25) 조사에서는 민주당(26%)이 국민의힘(25%)을 다시 앞질렀다.

여야 차기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서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지지율 격차도 지난 4월보다 훨씬 좁혀졌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426~30일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37.6%, 이재명 지사는 20.6%였다. 두 주자의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기관이 지난 23~24일 실시한 84주차(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는 중도층에서 윤석열 전 총장은 27.2%, 이재명 지사는 24.8%로 지지율 격차가 2.4%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 민심과의 격차도 좁혀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4월 재보선 직후인 413~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도에서 정권 교체 야당 후보 당선’(66%)응답이 현 정권 유지 여당 후보 당선’(24%)보다 42%포인트 더 많았다.

그러나 갤럽의 81주차(3~5)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51%)현 정권 유지’(39%) 응답 사이의 격차는 12%포인트로 줄었다. 여론조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당 지지도와 대선주자 지지율, 정권교체 민심 등을 종합해봤을 때 중도층 민심은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크게 출렁이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민의힘이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권력 다툼 양상을 보였고, 국민의힘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보수 진영으로 향해 있던 중도층 표심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최근 KBS 심야토론에서 내년 대선 전망에 대해 “(지난 4월 재보선 때) 대통령 직무평가도 55 35로 벌어지고, 여당 찍을 거냐, 야당 찍을 거냐도 그렇게 벌어지고. 다 벌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좁혀져 있기 때문에 예측불허다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신중모드산토끼 공략, 이낙연 집토끼 공략

대선이 다가올수록 중원이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요동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중원 장악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여당 대선 경쟁구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본선까지 고려해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강성 친문의 표심을 잡아야 하지만 중도층 표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최대 정국 쟁점으로 부상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원내 일이야 원내에서 하겠죠라며 제가 의원도 아닌데, 지켜보는 입장이니 잘 모른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후 언론중재법개정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주목을 받27일에서야 여러 우려나 법률적인 지적들은 충분히 감안해 합리적인 법안을 만들어야겠지만, 그것이 언론중재법을 보류하거나 미룰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일부 아쉬움이 있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언론개혁의 첫발을 뗄 때라고 여당에 힘을 실었다. 이 지사 캠프도 최근 들어 여당 내 후보 때리기보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등을 향해 당 밖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지지율이 주춤하자 중도와 친문 지지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예비경선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바지 발언등이 논란이 되면서 이 전 대표의 안정적 이미지가 중도층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이후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가 감지되지 않자 올 정기국회 안에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제도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성을 강조하며 집토끼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우클릭윤석열 전략 재정비, 홍준표 보수색채 빼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보고 있다. 2019.05.1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전 서구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보고 있다. 2019.05.17.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당초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기 이전에는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층과 탈진보층까지 결합해 확장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이후 중도층 공략보다는 우클릭행보를 보이면서 너무 강경 보수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총장 측은 중도층 공략을 위해 전략 재정비에 나선 분위기다.

최근 윤 전 총장은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김성호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송기석 전 국민의당 의원 등 옛 민주계와 호남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외연 확장에 다시 박차를 가했다. 최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우클릭에서 다시 좌클릭 쪽으로 한걸음 이동했다. ‘윤석열 캠프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표심 잡기를 위해 민지야 부탁해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 모색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보수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서 윤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강한 보수 색채빼기를 시도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도 홍 의원의 외연 확장성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홍준표 캠프정책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제성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최근 YTN라디오에서 홍준표 의원은 박정희와 노무현을 합쳐 놓은 사람이라며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한 추진력, 리더십, 카리스마를 갖추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소탈하고 꾸밈과 거짓이 없고 소통을 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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