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기 쓴 소리를 토해냈다. 조 전 대표는 이승만 정권 때인 1960년 야당 대통령 후보 조병옥 선생의 아들이다. 조 전 대표는 국회 7선 의원을 지냈고 2003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집권 시절 집권당 소속이면서도 그들에게 쓴 소리를 서슴지 않아 “미스터 쓴 소리”로 통했다.

조 전 대표는 민주당이 2007년 4월25일 재보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씨를 전남 신안·무안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자, 김홍업이 비리로 실형선고 받고 사면 된지 얼마 안 된다며 “물러나야 한다.”고 반대했다. 또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밀어주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중 중립 위반과 측근 비리로 얼룩지자 “사과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 대로 결국 노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되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다. 이회영은 상하이(上海)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을 역임했으며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다. 그러나 1932년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사했다. 초대 대한민국 부통령 이시영이 이회영의 동생이다. 이종찬은 국회의원 4선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 때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했으며 민주당 부총재도 맡았다.

80대 중반의 조·이 두 원로들은 김대중·노무현 편에 섰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김·노의 후계자인 문 대통령에 대해 쓴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조 전 대표는 6월5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이 “기본 지식, 균형감각 같은 게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실상 문 권력은 “기본 지식”과 “균형 감각”이 결여된 채 낡은 좌파 이념에 매몰돼 멀쩡하던 경제를 병들게 했다. 조 전 대표는 이어 문 정권을 “오죽하면 청와대 정부라고 했겠느냐”고 꾸짖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독단한다는 말이었다. 조 전 대표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대선 지지도가 높은 것과 관련해선 “공정, 정의, 상식, 법치가 통하지 않는 사회에 국민들이 환멸을 느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정권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도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비판세력을 개혁이나 적폐 대상으로 몰아 단죄하는 등 불의로 막가며 법치를 파괴한다는 말이었다.

이종찬 전 원장도 6월14일자 종합주간신문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 정부에 대한 좌절과 실망을 쏟아냈다. 그는 문 정권이 “국가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없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을 살펴보면 남의 것을 꿰맞춘 느낌이다. 그래서 나라 전체가 경제적으로 멍이 들었다.”고 개탄했다. 문 정권의 정책이 “국가 비전”없이 “남의 것을 꿰맞춘 느낌”이라는 지적은 중남미형 좌파 경제이론을 꿰맞추었다는 세간의 지적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전 원장은 전두환 대통령 시절 자신이 집권당인 민정당의 원내총무를 지낸 사례를 환기시켰다. 그는 그 때도 집권당은 국회의석 3분의2를 넘겼는데도 “야당이 퇴장한 사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적 없다.”며 “야당을 끌어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문 집권당은 야당이 퇴장한 사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한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선 박정희 때도 없던 언론 징벌법을 8월19일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야당이 문 권력을 ”다수 폭정“ ”좌파 독재“라고 비난했던 대목을 상기케 한다.

문 집권세력은 친여 쪽에 섰던 두 원로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 권력은 지난 4년 동안 기본 지식과 “분명한 비젼”을 결여한 채 좌로 기울며 공정·정의·법치를 파괴했다. 문 권력은 군사정권도 삼갔던 의회 다수결 폭정과 좌파이념에 빠졌다. 문 정권은 앞으로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병든 경제를 회복하고 깨진 법치를 되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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