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파트 세입자인데, 갑자기 보일러가 고장이 났다. A씨는 집주인 B씨에게 보일러를 고쳐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B씨는 세입자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며 오히려 수리를 스스로 하라고 한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기본적으로 임대에 관한 법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는데, 임대인은 계약기간에 임차인이 주택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민법623조).

따라서 만약 전세 집 보일러가 고장 나서 난방은커녕 온수조차 사용할 수 없다면 고장 난 보일러 수리비 책임은 원칙적으로 집주인에게 있다. 결국 노후 보일러 고장으로 난방 불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파손 복구, 수도관 동파로 인한 온수 사용 불가 등 세입자가 집을 사용하는데 불편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문제에 대한 수리는 원칙적으로 집주인인 임대인이 책임을 진다. 그 이유는 집주인은 세입자가 그 집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게 해줘야 할 임대인으로서의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무상 수선 의무에 대해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결국 누구에게 고장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인가로 돌아가게 되는데 만약 보일러 고장이 세입자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세입자가 그 수리비를 부담해야 하고 그 경우 외에는 집주인에게 책임이 있다.

그럼 세입자가 집주인의 허락 없이 임의로 벽지 전체를 더 고급스러운 것으로 바꾸거나 욕실의 욕조나 변기를 최신식으로 바꾼 경우, 방범창이나 디지털 도어락을 스스로 설치한 경우에는 어떨까? 이런 경우 세입자는 더 좋게 고쳤으니 원상복구 의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집주인이 자신의 동의 없이 고쳤으니 원상회복하라고 주장할 경우 세입자에게 원상회복 의무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세입자는 집을 수선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집주인은 세입자의 안전을 배려하여 주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등의 보호 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방범창을 설치하거나 현관 열쇠를 첨단 디지털 기기로 바꾸는 것은 집주인이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입자는 그런 것에 대해 나중에 원상회복 청구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한편 예컨대 천장에서 비가 새는 경우, 벽이 갈라져 찬바람이 들어오는 경우에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 임의로 고쳤다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수리비를 줘야 한다. 그 이유는 이러한 요소들은 세입자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사항에 관한 수리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리비를 법적으로 ‘필요비’ 내지 ‘유익비’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세입자가 이러한 필요경비를 지출할 경우에는 견적서와 영수증을 반드시 챙겨 집주인에게 청구해야 한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세입자 A씨가 보일러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보일러가 고장 난 특별한 경우라면 A씨가 수리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집주인 B씨가 수리해야 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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