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소 외관 (뉴시스)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소 외관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추석 연휴 이사철을 앞두고 무주택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무주택자를 포함한 전세대출 규제 방안을 확정해 추석 이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뛴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상승폭을 넘어선데다가, 전세대출 규제 등 정부 발표를 앞 둔만큼 세입자들의 불안은 커져 가는 듯하다.

“브랜드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는 크고 작은 빌라‧주택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중소형 평수를 희망하는 예비부부나 신혼부부, 싱글 직장인들의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에 이어 빌라‧주택 전셋값도 크게 오르다보니 부담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걸 체감한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파트는 물론 빌라와 주택 전셋값도 높아져 지역을 벗어나야 하는 이들을 만나는 경우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지하층 평균 전셋값이 1억 원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셋값 폭등 피해 우려의 목소리는 고조되는 상황이다.
 

 [사진=양호연 기자]
 [사진=양호연 기자]

지난 8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2017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에서 전세 거래된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지하층의 전세 보증금을 조사한 결과 올해 평균은 1억435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에 위치한 빌라 지하층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2017년 7801만 원, 2018년 8814만 원, 2019년 8891만 원, 지난해 9507만 원이었지만 결국 올해 1억 원을 돌파한 셈이다.

이를 두고 다방 측은 “반지하가 포함된 지하 주거지는 옥탑방과 함께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며 “서울 빌라 지하층의 평균 전세금이 1억 원을 돌파한 것은 국토부가 관련 실거래가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집값과 전월세 가격 급등 영향으로 주거 취약 시설인 빌라 지하층의 전세금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한 해의 전셋값 오름폭을 넘어선 상황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0.26% 올라 지난 한 해 전셋값 오름폭(10.23%)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앞선 사례만큼이나 서울을 벗어난 이들이 경기도와 인천 등을 대안으로 꼽는 탓인지 전셋값 폭등세는 경기도와 인천이 두드러진 상황이다. 특히 인천은 21년 내 가장 큰 전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거주하는 한 신혼부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차도 되지 않는 작은 빌라에 살고 있는데도 입주 2년이 지나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고 하니 집주인으로부터 2000만 원을 더 올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특히 이 주변에는 자취를 하거나 신혼부부들이 많다보니 소형평수의 빌라 수요가 많아 오르는 전셋값을 마련해야한 하는데, 사실상 대출을 제외하곤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천 주변 아파트가 엄청나게 들어서고 있지만,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몰리는 이유 탓인지 청약에 당첨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하반기에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례로 ‘KB부동산 전세가격 전망지수’만 보더라도 8월 기준 128로 전월(126.2)보다 1.8포인트 높아지면서 ‘상승’의 비중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도 전세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나아가 집주인들은 ‘반전세’ 형태로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우리로써도 매물을 소개해 줄 때마다 난감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이 마저도 집주인이 당일날 계약금 선입을 요구해도 별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사례가 많다보니 중소형 평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난감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5년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2030 청년층이 받은 전세 대출 규모는 58조 원 이상 증가했다.

발표에 따르면 2017년 6월 52조8189억 원이던 전세대출액은 6월 기준 148조5732억 원으로 5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20대의 경우 2017년 6월 4조3891억 원에서 2021년 6월 24조3886억 원으로 5.6배 증가했고, 30대 역시 24조7847억 원에서 63조6348억 원으로 38조8501억 원 증가해 전 세대 중 가장 큰 금액 증가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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