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이 개막되면서 모든 현안이 블랙홀처럼 빨려들고 있다.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셈이다. 반면, 대통령 선거 3개월 후 치러질 지방선거는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주목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의 계절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출마자들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대선 역할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선 캠프에서 역할을 하면서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공천권을 확보하는 데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 이면에는 대선 후보가 지방선거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는 인사들이 하나 둘 대선 캠프에 합류, ‘표면적으로는 대선승리, 내면적으로는 지방선거 공천 확보를 구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최재형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2021.09.05. 뉴시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최재형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2021.09.05. 뉴시스

- 국힘 텃밭, 경남 윤석열-윤한홍VS최재형-박대출 세팅
- 민주 광주, 이재명-민형배VS 정세균-강기정 손잡아

내년 지방선거 판세는 앞서 치러질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는다. 역대 선거 결과만 살펴봐도 대통령 취임 초기 실시된 경우에는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집권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막 출범한 정권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차기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지기에 출마예정자들은 대권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야 텃밭 대선 성패 무관공천장 받기 위한 줄대기

다만 대선 영향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등 영남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이 그렇다. 2004년 총선에서는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까지 거세지면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변없이 영남권을 거의 석권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던 2008년 총선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완승했으나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텃밭인 호남과 충청권에서는 패배했다. 대선 패배가 텃밭 지역의 지지기반을 더욱 강화시켰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만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로 인해 보수진영의 분열까지 겹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17개 시도지사 선거 중 14곳을 차지했다. 대선에서 패했던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연고지가 부산, 경남 지역이란 점까지 겹치면서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크게 흔들렸다. 결국 대구와 경북에서만 승리할 수 있었다.

때문에 대통령 선거 후 3개월 만에 지방선거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출마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선의 영향권이 압도적인 탓이다. 이에 따라 대권 향배에 신경써야 하는 만큼 당내 후보들 중 어느 편에 줄을 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밀었던 후보가 당내 경선을 통과한 뒤 대권까지 차지한다면 공천권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지만 경선에서 떨어질 경우 가시밭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선에서 패할 시 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도 2선으로 후퇴하고 비상대책위가 발족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출마 예정자들 간에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의 연줄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정치권 안팎에선 당이 혼란한 상황에 놓인 만큼 대선 후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비록 대선에서는 패배했으나 대선 승리를 위해 적극 나섰다는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의도 주변에서는 출마예정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선 향배를 귀동냥하면서 정치적 배팅을 고민하고 있다. 줄만 잘 서면 공천장을 받을 수 있는 게 이번 지방선거다.

국힘 텃밭 영남권,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분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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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입증하듯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출마 예정자들이 속속 대선캠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경남지사 선거부터 살펴보자. ‘드루킹 사건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잃고 수감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시 경남지사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고, 상대적으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당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남지사 출마 후보군들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경남지사 출마의사를 밝힌 윤한홍 의원은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부실장을 맡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전략총괄본부장을 맞고 있다. 반면, 김태호 의원의 중도 하차로 물밑에서 도왔던 윤영석, 박완수 의원은 현재 중립지대에 있는 상태지만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에서는 2명의 현역의원(민홍철, 김정호)과 한경호 전 경남지사 권한대행,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경남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홍철 의원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에서 영남본부장을 맡고 있고, 도당위원장인 김정호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은 경남에서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경북지사의 경우 국민의힘 이철우 지사 대항마로 강석호, 김광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강석호 전 의원은 홍준표 의원 캠프에 합류해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기재부 출신인 김광림 전 의원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오중기 한국도로공사시설관리 대표, 장세호 경북도당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오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의 특보로 선임됐다.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곽상도, 윤재옥, 김상훈 의원을 비롯해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재옥 의원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캠프에서 물밑지원을 하고 있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윤 전 총장을 측면지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중앙위 수석부위원장인 김상훈 의원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이승천 한국장학재단 상임감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홍 전 부시장과 이상식 전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은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 합류했고, 이승천 한국장학재단 상임감사는 정세균 전 총리 조직에 합류했다.

민주당 텃밭 호남도, 의원들마다 각개전투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2021.7.1 뉴시스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대선 예비 후보들이 행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2021.7.1 뉴시스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정무수석, 민형배 의원을 비롯해 무소속 양향자 의원 출마설이 나온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은 정세균 전 총리 캠프 비서실장을 맡고 있고, 민형배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전북지사로는 3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송하진 지사를 비롯해 안호영, 김윤덕, 김성주 의원 등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단체장인 이유로 캠프에 가담할 수 없는 송 지사를 제외하고는 정세균 전 총리 캠프와 이재명 지사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호영 의원은 정세균 캠프의 전북본부장, 김성주 의원은 정책총괄본부장, 김윤덕 의원은 이재명 캠프의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의 오랜 텃밭인 전남지사에는 김영록 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김승남, 서삼석, 신정훈, 이개호 의원 등이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개호 의원은 이낙연 캠프 조직본부장을 맡으며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김승남 의원 역시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서삼석 의원은 중립을 지키고 있고, 신정훈 의원은 김두관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여야 대선 경선 결과에 따라 광역단체장 후보군들의 희비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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