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 어기고 술판…직원 관리도 허술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한국국토정보공사(LX) 특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일요서울이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 국민신문고를 통해 LX 내에서 논란이 될 만한 일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사측의 감사 내용이 담겨 있다. 일요서울은 결과 보고 문건과 국민 신문고 내용을 토대로 자초지종을 추적해 봤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감사의 배경은 지난 7월14일 국민 신문고에 접수된 내용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 5월10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진행된 LX 신입직원 연수 교육 과정에서 참여 직원 일부가 교육원 내에서 단체 음주 모임 등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에는 신입사원 연수 교육 중 6~13명이 한방에서 음주 모임을 했고 외부로 나가 술을 사 오고 교육 기간 동안 음주 모임이 계속됐다고 했다. 관련자는 지역본부 직원 10~11명도 포함됐다고 한다. 

문제는 이 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2달여간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파악하지 못해 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생을 관리하는 당직 근무자의 관리 소홀 ▲외부 미등록 차량 출입 관리 소홀 ▲관리책임의 의무 소홀 ▲교육원 시설관리 및 교육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 코로나19 방역은 남의 이야기? 공무원이 어쩌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결과 보고 문건은 지난 8월 작성된 것이다. 국민 신문고 접수 후 7월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감사자 3명을 투입해 신고서에 언급된 교육생과 교육원 관련 직원들의 문답서를 통해 위반 사실을 특정하고 감사실 내부검토 과정을 거쳐 감사 결과를 최종 확정했다.

감사 결과 총평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관련 교육생 10명이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엄중한 위기 상황에 공직자로서 더욱 신중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함에도 교육원 내 숙소에서 5인 이상 인원이 음주 모임을 가져 방역 수칙 및 코로나19 대기 교육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과 후 교육생의 생활지도. 감독 의무자인 당직 근무자는 방호원(LX파트너스)에게 순찰을 맡긴 채 숙소동 순찰을 소홀히해 일과 후 교육생의 생활지도 등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음식과 술을 배달하는 차량을 포함한 미등록 차량이 수시로 출입하는데도 그에 대한 통제ㆍ경비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기타 지시사항 불이행으로 감점 1점 처분하는데 그친 점을 지적하며 교육생 지도, 감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내부 규정의 개선이 필요한 사항임을 확인했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LX는 지난 5월 58명의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연수 교육을 진행했다. 감사 결과 5월 13일에 9명, 17일 7명, 19일 6명이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셨다.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총 11명이다. 연수 기간 당시 연수 지역이었던 충청남도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실내·외에서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으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게다가 교육 과정 담당자가 코로나19 방역 수칙과 원 내 음주, 흡연 금지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고 특히 생활관에 모여서 음주를 하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일부 교육생이 숙소에 모여 음주를 한 것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일과 후 교육생의 생활지도, 감독 책임이 있는 당직 근무자는 숙소동 순찰을 1회도 실시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생들이 숙소에 모여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면서 음주를 하였는데도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은 등 당직근무 중 순찰 및 교육생 지도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들 중에는 시끄러운 소리에 8명이 한곳에 모여서 음주하는 것을 확인 하고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교육생들의 명단만 확보하고 술을 압수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교육생들은 지적 받은 후에도 나머지 술을 계속 마셨다.

같은 날 이들 외 6명도 음주 모임을 가졌다는 사실이 지역본부 직원들의 문답 과정에서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직일지에는 `이상 없음`으로 기록하는 등 당직근무일지 작성도 허위로 한 사실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실은 평소에도 외부 차량에 대한 통제·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4월 1일부터 5월 20일까지 외부 차량 출입 기록을 살펴본 결과 미등록 차량이 2955건, 미인식 차량이 685건에 달했다. 전체 출입 중 39%가 출입 관련 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 사측 "운영 규정 개정해 방역 수칙 준수"

이에 따라 LX 감사실은 해당 교육생에게 주의를, 당직 근무자에게는 경고 및 주의에 해당하는 문책을 요구했다. 특히 사회적인 거리 두기 행정명령 및 교육 운영 기준 위반에 대해서는 `문책(주의) 조처를 내렸다. 감사실은 "지역본부 국토정보직 7급 A 본부장에게 `직원경고 등 처분에 관한 지침` 제5조에 따라 신분상 조치(문책, 주의) 처분을 바라며 관련자 9명 또한 문책 주의 처분을 바란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당직근무 소홀 관련자와 외부 미등록 차량 출입 관리 부실 관련자에 대해서도 감사실은 "B 원장은 당직근무를 소홀히 한 직원에 대해 문책, 주의 처분 조처를 내렸고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인사처장)은 외부 미등록 인식 차량 출입에 대한 관리, 당직근무 순찰, 교육생 생활지도, 감독에 소홀히 한 B 실장에게 신분상 조치(문책, 경고) 처분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시설관리 및 교육 운영에 관한 사항에는 권고 조처를 내렸다. 

LX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외부 차량의 교육원 내 출입에 대한 통제ㆍ관리가 미흡했고 일과 후 교육생 관리와 원내 음주에 관한 관리 규정이 부족해 숙소 내 음주 모임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며 “교육원 운영 규정을 개정해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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