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9월9-10일 이틀간에 걸쳐 당내 12명 대선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거창한 ‘국민 시그널 면접’이란 제하에 이뤄졌으나 대선후보들의 위상을 기업 취업준비생 수준으로 격하시켰다. 또한 ‘국민 시그널 면접’은 객관적인 국민 의중 반영이 목적이었는데도 진보좌파 면접관들의 좌파이념 옹호로 기울었다. 세 면접관들 중 두 명은 진보좌파에 속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면접은 당이 스스로 대선 후보의 위상을 깎아내렸을 뿐 아니라 좌파 이념 홍보 마당이나 열어준 것 밖에 안 되었다. 대선 후보들의 위상이나 당의 정체성 등을 간과한 채 단지 흥행이나 노린 경망스런 쇼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40대-60대의 세 면접관들에겐 앞에 묵직한 탁자를 놓아 주었다. 그러나 그들 보다 훨씬 연령대가 높은 60-70대의 대선 후보에게는 그런 탁자도 없이 면접관 앞에 놓인 걸상에 앉게 했다. 면접관 앞에 앉은 대선후보는 취직 위해 면접 받는 취준생처럼 작게 보였다. 국민의힘은 자기 당 대선 후보들을 취준생 이미지로 끌어내려 집권당당 후보들 보다 왜소하게 느끼게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위상을 위축시킨 해당(害黨)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은 면접을 마친 후 페이스북에 “26년 정치하면서 대통령 후보를 면접하는 것도 처음 봤고 또 면접하며 모욕주는 당도 생전 처음 본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박선영 동국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준일 뉴스톱 대표들을 면접관으로 지정했다. 진 전 교수와 김 대표는 진보좌파로 분류된다. 진 전 교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작은 정부론’을 문제 삼았다. 그는 최 후보의 “공약을 보니 시장 지상주의적 내용이 많다.”며 “코로나 시대에는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요청되는데 작은 정부는 낡은 구호 아니냐”고 했다. 우파의 근간인 ‘작은 정부’를 “낡은 구호”로 폄훼하며 좌파의 “큰 정부” 논리를 정당화한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위한 ‘큰 정부’에 바탕한다.
 

그밖에도 진 전 교수는 하태경 의원이 기업들에게 직원 10%를 상시 해고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고 공약한데 대해서도 비판적 질문을 던졌다. 그의 비판적 질문 또한 좌편향 논리에 근거한다. 국민의힘은 보수정당 대선후보 면접관으로 좌파 인사들을 지명함으로써 보수의 근간인 ‘작은 정부’를 ‘낡은 구호‘로 헐뜯게 했다. 그런가하면 김 대표는 홍준표 원에게 “여성 비하 막말, 돼지 발정제 등 안 좋은 인식이 남아서 여성들이 차마 홍준표를 못 찍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또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에게는 국민의힘 후보들 중 ”배신자 이미지“를 지닌다고 했다. 틀림없는 망신주기 질문이었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들은 여러 차례 후보들간 언론매체들을 통해 치열한 토론을 거친다. 이 토론들을 통해 대선후보들의 정책과 개인 신상은 충분히 드러난다. 그래서 굳이 국민의힘이 학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량감이 모호한 좌파 인사들을 면접관으로 등장시켜 자기 당의 대선후보들을 헐뜯게 할 필요는 없다. ‘국민 시그널 면접’은 국민의 관심사 질의가 아니라 좌파 논리 주장을 펼치고 망신주기 면접으로 기울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공직자들의 경우 기존 기득권이나 허명(虛名)을 떠나 “무조건 자격시험에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선후보 면접도 이 대표의 “자격시험” 발상에 연유한다. 하지만 “자격시험”을 명분으로 대선 후보들을 취준생 처럼 다루고 당의 보수 철학을 해치게 해선 안 된다, 이 대표는 당을 ‘쇄신’한다며 ‘쇠퇴’로 몰아넣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초기 기대는 날이 갈수록 위험부담으로 흔들리고 있다. 그 이유를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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