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맹점주 빵 공급 차질에 영업 타격
- 화물연대, 파업 본질 곡해하지 말라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추석을 앞두고 매출 증대를 기대했던 파리바게뜨가 내홍을 겪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시작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리바게뜨 재료 운송 거부 파업이 원주를 비롯한 10개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점주들이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점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화물연대 불법파업으로 인해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7일 오전 8시 30분 현재 459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최근 광주지역 화물연대 소속 배송 기사들이 10일이 넘도록 불법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아침 일찍 도착해야 할 식자재들이 오후 늦게 도착하면서 팔지 못하고 폐기하는 물품들이 늘어나면서 점포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파업의 원인이 불분명함에도 화물연대는 파업을 종료하는 조건으로 손해배상 책임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가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 사안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물류센터까지 연대파업으로 확대하려고 있어 전국 3400여 개의 가맹점포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철회 및 강경 대응` 예고

청원인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이미 경영환경이 최악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간 갈등에서 힘없는 자영업자를 볼모로 삼아 본인들의 이익을 취하고자 파업을 강행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이 조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전국의 가맹점주들을 대표해 (파업을 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사측은 차량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제시간에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점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점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중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전국 화물연대는 광주센터 배송 파업으로 대차 투입에 따른 GFS의 비용 발생과 점주의 손해배상에 대한 완전 면제를 요구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GFS와 직접 피해 당사자인 점주들은 명분 없는 묻지 마 파업을 한 기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라며 "전국 화물연대가 배송 파업으로 가맹점주를 괴롭힌다면 우리는 파업 기사들과의 운송계약 해지 요구와 대체 운송 수단 강구 등 더욱더 강력한 점포 사수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일요서울이 일부 점포를 취재해보니 오전 7시에 공급받아야 할 재료를 받지 못해 제품 진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주들을 만날 수 있었다.

- 화물연대 파업으로 일파만파

한편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은 증차 된 차량 투입을 위해 기존 배송 기사들의 배송코스 조정과 운영 방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배송 기사들 간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배송 기사들이 운임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조건으로 증차를 요청해 회사는 이를 수용하고 차량 2대 증차를 완료했다. 배송코스 운영은 SPC 본사와 물류 계약을 맺은 운수사 고유의 업무로 원청(본사)과 관여할 수 없는 사인이다.

하지만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방안 수용을 주장하며 사전 통보 없이 지난 3일 새벽부터 배송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SPC 측이 가맹점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체 차량을 투입했지만, 노조가 입출차를 방해해 24명의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번 파업에 동참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은 200여 대 차량이다. 이는 전체 배송 차량의 30% 수준이다.

화물연대 광주본부 SPC 지회(이하 노조)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월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던 호남샤니(SPC)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시간과 업무강도를 줄이기 위해 SPC 물류자회사 GFC(이하 SPC)에 증차를 요구했고 이후 진행된 교섭에서 화물연대는 양보를 거듭하여 2대 증차를 SPC와 최종 합의했으나 SPC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만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SPC 그룹은 전국적인 유통망과 수백 개의 매장을 가진 거대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화물노동자들을 착취해왔다”라면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하고 사람답게 일하기 위해 서울, 경기, 강원, 부산, 충북, 대경 등 전국의 화물노동자들이 화물연대로 모여 노동조건 개선과 정당한 운임을 요구했으나, SPC는 화물연대가 투쟁을 선언하는 순간에만 처우 개선을 약속할 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를 파기하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를 뭉개버려 왔다”라고 규탄했다.

조합원들은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공정한 보도를 언론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상남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SPC지회 화물노동자는 “언론은 운행 노선 문제로 양대 노총의 갈등을 유발하는 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을 노노갈등으로 호도하고 있다”라며 공정한 언론보도를 요청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리바게뜨분회 화물차주들이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증차에 따른 운송 노선 재조정`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뉴시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리바게뜨분회 화물차주들이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증차에 따른 운송 노선 재조정`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뉴시스]

이재준 화섬연맹 교선 국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화성연맹도 지난 7월1일 사측의 노조파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 후 사측은 개입한 적 없다고 밝히고 그 이후로는 무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그는 "(화물연대 일련의 상황들이 화섬연맹 노조파괴 사례와 같다)결국에는 SPC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탄압하는 이런 것들을 노노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둔갑시키고 회사는 빠지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파리바게트 측은 “불법적 파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혀 이번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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