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상모동에 있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 생가가 자유우파 대선후보들의 ‘성지(聖地)’가 되고 있다. 부국(富國) 대통령 박정희를 정권교체 ‘대선의 장(場)’으로 소환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8명 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연이 없는 사람은 최재형 안상수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들이 앞 다투어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는 이유는 뭘까.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이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지난 17일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참배했지만, 보수단체회원 수백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막아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위대는 “죄 없는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은 물러가라” “한마디 사과도 없느냐”고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외쳤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저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제가 그 부분은 감내해야 할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예비후보도 지난 19일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참배했지만, 윤석열보다 더 심한 보수단체회원 수백 명의 욕설·비난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시위대는 유 후보를 막아서면서 한 시간여 동안 대치했으며, “유승민 반드시 너를 응징하겠다” “배신자 역적. 감히 어데!” 등의 피켓을 들고 비난했다.

유 후보는 SNS 글을 통해 “양심과 소신에 따라서 탄핵을 찬성했다”며 “탄핵 이후에 보수 정치권과 보수 유권자들이 분열하고 갈등을 빚게 되고 또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 있고 송구하다.”고 구애를 했다.

홍준표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참배한 자리에서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박정희기념관을 꼭 건립해야 되겠다. 서울에서는 하도 논쟁이 있으니 아예 박정희기념관을 태어나신데 건립하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늘 들렀다.”고 밝혔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 업적이 김대중 대통령에 비해 낮지 않은 데 상대 진영에서 돌아가신 분을 폄훼하고, 이에 우리 쪽은 죄지은 듯 움츠러드는 것은 참 안타까웠다.”며 소회를 피력했다.

윤석열 유승민 후보와는 반대로 생가에서 환영 받은 후보가 있다. 최재형 예비후보는 지난 6일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참배한 자리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번영의 기초를 닦아준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오래오래 우리가 기억하고 또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을 기렸다.

이어 “바로 오늘이라도 박근혜 대통령 사면의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자, 주위에 있던 지지자들은 “맞습니다!”라며 큰 소리로 환호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현 정국은 ‘대란대치(大亂大治, 세상을 크게 흔들어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의 형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체제탄핵이 시작됐다. 이런 국망(國亡)의 시기일수록 ‘대란대치’의 지혜가 필요하며, 국민은 박정희 대통령과 같은 강력한 지도자 출현을 기대한다.

윤석열·유승민은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예지와 통찰’을 배우기 위해서 예상되는 모욕(?)을 감수하고 생가를 찾았을 것이다.

대란(大亂)의 속성은 기회다. 대치(大治)로의 결정적인 공간을 마련해준다. 그러나 지금 여야의 대권주자들에게는 ‘금(金) 없는 금방(金房)’처럼 대치(大治)를 기대할 만한 탁월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 야권 대선주자들은 “하면 된다(can do)”는 ‘박정희정신’을 배워야 한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대란(大亂)이 대치(大治)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비정상을 정상화하여 체제를 수호하고, 부국강병으로 안보위기를 불식하고, ‘부국(富國) 혁명(경제 개혁)’으로 경제 살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지만으로 지도자를 선택하면 나라가 망한다. 새로운 5년을 결정하는 대통령선거는 ‘기대’를 반영하는 전망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으로 ‘정권교체’ 응답이 높게 나오지만, 여당 지지층 내에서는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정권교체론=야당 승리’는 착시현상일 수 있다.

정권교체가 지난(至難)하기 때문에 보수우파가 유능하다는 것을 국민에 알려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검증은 하되, 인신공격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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