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어차피 대선후보는 윤석열” vs “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

어대윤무야홍의 피말리는 전투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맞대결이 불을 뿜고 있다. 양측은 추석연휴 전후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퉜다. 지난 6월말 정치입문과 8월 국민의힘 입당 이후 절대 강자의 지위를 놓지 않았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정체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홍 의원이 무서운 상승세로 치고 올라가면서 양측의 대결구도 역시 한층 흥미로워졌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야권 대선경쟁도 대박 조짐이다. 윤 전 총장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 줄 알았던 게임에 홍 의원이 추격하면서 크고작은 관전포인트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윤 전 총장이 독주하던 기세 그대로 대세론을 유지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홍 의원이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둘지 유권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뉴시스

- 국힘 대선 레이스 본격화, 윤석열·홍준표 양강 경쟁 치열
- 윤석열 절대강자 구도 무너지고 홍준표 거센 추격전 양상
2차 컷오프 최종경선서 당원투표 비중 확대최대 변수


두 사람의 진검승부는 국민의힘 대선경선 TV토론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윤 전 총장은 정치신인의 티를 벗고 능숙한 정치인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선두주자를 향해 쏟아지는 타주자들의 견제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아웃복싱 스타일로 점수를 착실히 쌓았다. 거침없는 직설로 유명한 홍 의원은 저돌적인 인파이터 스타일로 연일 윤 전 총장을 밀어붙이며 플랜B로서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부동산 난맥상으로 상징되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고려할 때 차기 대선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보다는 야권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 최종후보로 선출돼 본선에 나설 경우 차기대권에 보다 성큼 다가서게 된다.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가 회를 거듭할수록 선두를 수성하기 위한 윤 전 총장과 빼앗기 위한 홍 의원의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대윤과 무야홍의 대결을 둘러싼 막전막후를 살펴봤다.

윤석열.홍준표 갈리는 민심여론조사 각축전 치열

야권 대선구도는 그동안 윤 전 총장의 절대 강세였다. 여권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기 지지율 1위를 다퉜지만 국민의힘 내부로만 들여다보면 다른 주자들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윤석열과 일곱난쟁이또는 윤석열과 아이들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한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윤 전 총장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분류됐지만 최 전 총장은 최대 후원자였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지지철회를 선언할 정도로 고립무원에 빠졌다. 3지대 역시 힘을 쓰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뛰고 있지만 지지율은 물론 정치적 파괴력에서도 윤 전 총장의 맞상대가 되지 못했다.

미묘한 균열을 만들어낸 사람은 홍 의원이었다. 앞서가던 윤 전 총장을 조용히 추격하면서 예측불허의 경쟁구도를 만들어냈다. 다선 중진의원, 경남지사, 대선후보, 당 대표를 지낸 관록의 정치인인 홍 의원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나친 독설 탓에 한때 저질 막말 정치인이라는 꼬리표에 시달렸지만 최근에는 특유의 직설화법이 오히려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의 지지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윤 전 총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홍 의원은 내친김에 역전을 통해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올라서겠다는 각오다.

추석연휴를 전후로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의 최종 대선후보는 안갯속이었다. 대체적으로 윤 전 총장이 앞서는 모양새였지만 홍 의원의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언제라도 결과는 뒤집어질 수 있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였다. 여야 다자구도 대결에서는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상당한 격차로 앞섰다. 반면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홍 의원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실시해 20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8.8%, 이재명 경기지사(23.6%)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홍 의원이 15.4%,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3.7% 등의 순이었다. 반면 범보수권 후보로 좁혀보면 홍 의원이 30.0%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29.5%에 그친 윤 전 총장과는 초박빙 접전이었다.

또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6~18일 실시해 같은날 발표한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야 다자대결에서는 이 지사가 27.8%로 윤 전 총장(18.8%)9%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이어 홍 의원 14.8%, 이 전 대표 12.0% 등의 순이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격차는 KSOI 조사와 비교할 때 상당 부분 줄었다. 아울러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를 살펴보면 역시 홍 의원이 30.2%21.8%에 그친 윤 전 총장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뉴시스
뉴시스

최대 승부처 TV토론, ·홍 일진일퇴 공방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과거와 같은 윤 전 총장의 절대강세 구도는 사라진 셈이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은 방어에 무게를 둔 수성전략을, 홍 의원은 공격에 무게를 둔 공세전략을 취했다. 물론 전반적인 구도는 여전히 윤 전 총장이 우세하지만 여야 다자대결 구도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다면 양측의 승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의 상황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양측의 고민과 전략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1차 컷오프를 거쳐 8명의 대선주자가 나섰지만 주된 관심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맞대결이었다. 1차 토론에서는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2차 토론에서는 홍 의원의 핵무장 발언과 윤석열 캠프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영입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치열한 토론전과는 관계없이 어이없는 실수도 나왔다. 이 때문에 1차 토론에서는 윤 전 총장의 우세가, 2차 홍 의원의 우세가 돋보였다. 명확한 승자 없이 일진일퇴의 공방을 받으면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한 셈이다.

토론에 강점을 보여왔던 홍 의원은 지난 161TV토론에서 조국 일가 수사는 잘못된 게 아니라 가족을 도륙하는 과잉수사였다고 언급해 뭇매를 맞았다. 윤 전 총장을 비판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 경선 라이벌 주자들은 한목소리로 융단폭격에 나섰다. 오죽하면 여권 지지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조국수호라는 표현에 홍준표를 합성한 조국수홍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더구나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표를 위해 양심을 판 홍준표는 조국당으로 가라는 원색적인 비난마저 나왔다. 홍 의원은 쏟아지는 비판에 반문만으로는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제 생각을 바꾸겠다고 물러섰다.

정책역량 부족이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써왔던 윤 전 총장 역시 지난 232TV토론에서 청약통장과 관련한 실언으로 비판에 시달렸다. 윤 전 총장은 유승민 전 의원과의 상호토론 과정에서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언급해 대선후보 자질론에 휩싸였다. 주택청약 통장은 무주택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입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윤 전 총장 측은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다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의 말실수가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120시간 노동 아프리카 손발노동 대구민란 부정식품 후쿠시마 원전 페미니즘 등 크고 작은 설화가 적지 않았다. 대선주자로서의 인식이 보편적인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적잖은 리스크 요인이다.

뉴시스
뉴시스

탄탄한 당심윤석열vs‘폭넓은 확장성홍준표

최대 승부처는 108일 실시되는 2차 컷오프다. 대세론을 유지하면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윤 전 총장과 지지율 상승으로 골든크로스는 다짐하는 홍 의원의 대결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컷오프에서는 경선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데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은 컷오프 통과가 당연시된다. 이들의 관심은 컷오프 통과가 아니라 1위 여부다. 지난 15일 경선후보를 8명으로 압축하는 1차 컷오프 당시에도 서로 1위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국민의힘은 1차 컷오프 이후 순위와 득표율을 철저히 비공개했다. 다만 당원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각각 앞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대 관건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낮아지고 당원투표의 비중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 의원이 앞서고, 당원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압도적 우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 여론조사 80%, 당원 여론조사 20%1차 컷오프 때와는 달리 2차 컷오프에서는 일반 여론조사 70%+당원투표 30%로 진행된다. 최종 경선에서는 당원 50%+여론조사 50%의 비중으로 선발한다.

게다가 최종 경선에서는 본선 경쟁력문항도 포함된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하지 않는 대신에 합의한 사항이지만 구체적인 문항 결정은 조사시점과 방식을 놓고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갈등이 재발될 수 있다. 이밖에 2차 컷오프 때까지 남은 4차례의 TV토론도 변수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차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생결단의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4명의 군소후보들이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중 누구를 지지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과연 어대윤이냐 무야홍이냐를 둘러싼 양측의 전투는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정당국에서 이른바 고발사주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물론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을 둘러싼 후폭풍 등 야권 경선에 영향을 미칠 메가톤급 변수들 또한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실현할 보수적자 논쟁도 후끈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윤 전 총장의 압도적인 우위가 허물어지면서 홍 의원이 추격전에 나선 것은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보수층 일부가 지지 대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홍 의원의 상승세는 여권 지지층이 대선 본선 상대로 껄끄러운 윤 전 총장보다는 홍 의원을 전략적으로 지지한 역선택의 결과로 봐야한다는 평가절하의 시각도 있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차기 대선 구도를 고려할 때 ()문재인이라는 상징성을 유지한 윤석열 전 총장이 크고작은 악재에도 소폭 앞서가는 모양새라면서도 윤 전 총장이 본선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당심을 장악할 경우 무야홍 바람도 미풍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역대 대선을 돌이켜보면 당심은 민심에 수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홍 의원이 추격에 성공할 경우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극적으로 누르고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