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1강 구도가 깨지면서 보수층, 특히 대구·경북(TK) 지역 보수층이 선택의 고민에 빠졌다. 보수층은 최근 고발 사주 의혹등으로 인해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TK에 지역구를 둔 홍준표 의원과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윤석열-홍준표양강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60대 이상, 그리고 TK지역민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놓고 고민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K지역민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본선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서울 강서구 ASSA빌딩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2차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원희룡, 유승민 후보. 2021.09.23.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서울 강서구 ASSA빌딩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선거 2차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수, 윤석열, 최재형, 하태경, 홍준표, 황교안, 원희룡, 유승민 후보. 2021.09.23. 뉴시스

TK지역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택적 고민 시작됐다
- 최종 컷오프 국민 대 당원 반반, 승부처된 TK 표심

대구·경북(TK) 지역은 보수의 텃밭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물론 대선 후보 선출 등 TK지역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사람은 단번에 유력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르는 게 특징이다.

TK, 역대 대선 때마다 보수후보 표 몰아줘

2002년 대선의 경우 이회창 후보가 낙선했지만 대구에서는 77.7%, 경북에서는 73.4%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TK지역에서 70%가량 득표했다. 무소속 출마를 했던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 18%를 합치면 TK지역 표심은 압도적으로 보수 후보에게 쏠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TK지역에서 8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가 분열됐던 2017년 대선에서도 TK지역에서는 보수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대구에서 45.3%를 득표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12.6%,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4.9%를 기록했다. 대구 유권자 70%가 비민주당 계열 후보에게 투표한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TK지역민들은 전략적선택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국민의힘은 2019년 전당대회를 치렀다. 당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황교안 전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TK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당시 TK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황 전 대표를 지지하다시피 했다. ‘민심을 앞세운 오세훈 후보는 결국 TK지역 당심 얻기에 실패, 황 전 대표에게 패한 바 있다.

그 결과 황 전 대표는 당시 야권 내 유력 대선 후보 주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아시아투데이가 의뢰해 알앤써치가 지난 2019920~21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26.8%를 얻어 20.7%를 얻은 이낙연 전 총리를 누르고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 심장인 TK지역에서 34.6%라는 높은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리더십 논란 등을 일으킨 데 이어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황 전 대표에 대한 기대심리는 추락했다.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했던 그는 TK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TK지역민들은 결국 그를 외면했다.

이준석-나경원이 맞붙은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도 나 전 의원은 책임당원의 30%가량이 몰려 있는 당의 핵심 기반인 TK지역의 지지를 이끌어내려 애썼다. TK지역 현역의원들도 물밑 지원을 했으나 수도권으로부터 시작된 이준석 바람이 결국 TK지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TK지역민들은 전략적 선택을 하면서 나 전 의원에게 쏠렸던 표심이 이준석 후보에게로 옮겨가며 변화 바람에 동조했다. 당시 유일한 TK출신 당대표 후보였던 주호영 의원도 이 후보의 상승 앞에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에서 TK지역 민심이 읽힌다. TK 지역은 국민의힘 변화를 주문하는 동시에 정권교체열망이 높다. 이는 나아가 대선 경선에서도 일부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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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이미지로 윤석열 대세론 형성됐지만...

이 때문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TK표심이 국민의힘 어느 후보로 향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황교안 전 대표가 지고난 다음 TK표심은 그동안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핍박받는 윤석열이미지를 얻었다. 정권에 맞서는 그의 모습을 보고 TK지역민들도 윤 전 총장에게 관심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면 반문재인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점이 TK지역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수사를 사실상 지휘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에 맞서 검찰 중립을 지키는 과정에서 반문 주자로 각인된 것이 유효했던 것이다.

이는 TK지역에서 윤석열 대세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 경북매일실문이 에브리미디어에 의뢰해 지난 6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유권자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범야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7.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국민의힘 홍준표 11.3%, 유승민 전 의원 10.9%를 기록했다.

또 영남일보와 KBS대구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724~25) TK지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윤 전 총장은 40.8%로 다른 모든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39.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야권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에 몸담았던 최 전 원장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콘텐츠 부족 등으로 인해 관심지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그대로 윤석열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말실수와 함께 고발 사주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홍준표 의원이 특유의 직설화법 등 개인기를 바탕으로 2030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TK지역 한 인사는 될 사람에게 밀어주는 TK지역의 전략적 선택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TK지역 한 의원은 지역구에서 윤석열보다 홍준표가 더 나은 것 같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말했다. 보수의 텃밭인 TK지지층이 그동안 1강인 윤 전 총장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왔다면, 이제는 홍 의원이 부상하면서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TK민심, 윤석열? 홍준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텃밭'인 대구.경북(TK)과 울산, 충청을 두루 훑는 전국 순회유세에 나섰다. 2012.12.12 , 뉴시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텃밭'인 대구.경북(TK)과 울산, 충청을 두루 훑는 전국 순회유세에 나섰다. 2012.12.12 , 뉴시스

이를 입증하듯 TK민심이 급변하고 있다. 경북매일신문과 영남일보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리고, 홍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이 소셜데이타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1~12TK지역 성인 남녀 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36.1%를 기록한 가운데 홍 의원은 3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20% 이상 났으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의 핵심 기반이기도 한 TK 국민의힘 지지층과 50·60대의 선호도를 홍 의원이 상당 부분 잠식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 내에서는 TK표심이 누구에게 쏠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냐, 홍 의원이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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