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가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흥행 요소가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경선의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추미애를 꼽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당초 추 전 장관이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민주당 내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선 경선을 뛰어도 큰 성적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추 전 장관이 기세등등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추 전 장관이 경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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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초반 냉소받던 추미애,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에 날개 달아
- 정세균까지 중도 사퇴시킨 추미애 바람, ‘이재명-이낙연동시 위협


추다르크로 불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이슈 메이커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임이었던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치 검찰이라고 강하게 몰아세웠고 -윤 갈등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에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정치적 중립과 관련 위엄과 신망 손상 등 6가지 혐의를 들어 윤 전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이 때리면 때릴수록 윤 전 총장의 몸집이 커진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추미애가 윤석열의 대선 선대위원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중도층 이탈을 초래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이에 추 전 장관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내 일각에서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추미애 전 장관의 대선 도전이 윤석열 전 총장을 키워주게 되지 않겠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지난 6CBS 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의 대선 출마에 대해 추윤 갈등에서 정치에 그렇게 부담을 주고 거의 완패하다시피 해서 사실상 쫓겨난 사람 아닌가라며 조금 성찰하고 자숙하고 지내야지. 저렇게 하는 게 저는 정말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간다고 쏘아붙였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이 추윤 갈등 한참일 때, 좀 뜰 때 반사체니 발광체니그랬다. 지금 조금 더 빛을 윤석열 전 총장한테 더 쏘여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저러는 게 아닌가 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보겠죠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고발사주의혹’ “추미애가 옳았다재평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09.14.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부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박용진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09.14. 뉴시스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이 대선 경선에 참전해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갈등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고발 사주의혹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민주당은 당시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윤석열 전 총장의 최측근이라며 윤 전 총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고 공격을 퍼부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지난해 윤 전 총장을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하며 사사건건 충돌했던 추 전 장관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추미애가 옳았다. 윤석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추미애의 진가를 다시 본다꽃이 지고 나서야 봄인 줄 알았다면서 추 전 장관을 치켜세웠다.

이 같은 기류가 경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민주당 내 조직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던 정세균 전 총리를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진행된 경선 누적 득표율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41%, 이낙연 전 대표는 31.08%를 획득한 가운데 추 전 장관은 11.35%를 얻어 3위로 올라섰다. 이어 정세균 전 총리(4.27%), 박용진 의원(1.25%), 김두관 의원(0.63%)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최근 YTN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이 3위로 올라선 것에 대해 추미애 후보가 검찰개혁 주장하고 윤석열 전 총장과 가파르게 대치했던 법무부 장관인데 그런 부분들이 당내의 권리당원이라든지 그런 쪽에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일부 언론보도는 추미애가 옳았다, 이런 표현들도 하던데 아마 그런 부분들도 조금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미애 후보가 정세균 후보를 누르고 3위가 됐다는 게 다른 특별한 요인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이 3위로 올라서자 충격에 빠진 정세균 전 총리가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추 전 장관의 목소리는 날로 기세등등커지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와 고발 사주 의혹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 임명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가 이 전 대표를 향해 언론들은 야당하고 합세해서 추미애 윤석열 갈등 프레임을 씌웠다면서 “(이낙연 후보는) 당시 당대표였는데 이를 바로잡으려는 법무부 장관에 대해 해임건의를 했다고 언론보도가 났다면서 격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추 전 장관은 최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위에서)양자 구도가 깨지고 삼자 구도로 재편되었다는 평가도 해주시고 3위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또한 2위 추격의 발판도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추미애 깃발을 보시고 돌아오신 지지자들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추미애 변수’, ‘이재명-이낙연 운명 가른다?’

"웃고는 있지만..." 토론준비하며 서로 웃고  있는 이낙연.이재명 후보. 뉴시스
"웃고는 있지만..." 토론준비하며 서로 웃고 있는 이낙연.이재명 후보. 뉴시스

민주당 경선은 이제 광주·전남(25), 전북(26), 제주(101), 부산·울산·경남(102), 인천(103), 경기(109), 서울(1010) 지역 순회 경선 등의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앞으로 남은 경선에서도 3위로 올라선 위력을 계속 유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모두에게 위협적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재명 지사의 경우 과반을 득표해야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곧바로 직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의 추격세가 무섭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를 앞서고 있다는 결과도 나온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과 이재명 지사의 지지층이 겹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은 대장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 이 지사를 옹호하며 우호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의 당대표 시절 성과에 대해 빵점이라고 혹평하는가 하면 이 전 대표가 -윤 갈등 정국에서 자신에 대한 장관 해임까지 건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미애 전 장관이 상승세를 타면 탈수록 이재명 지사의 과반 획득에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추 전 장관은 동시에 이낙연 전 대표에게도 위협적 존재가 되고 있다.

향후 만일 ‘이재명 대 이낙연’ 간의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된다면 추미애 전 장관 지지층이 이재명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 전 장관이 지금까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던 만큼 결선투표에서 추 전 장관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에게 표를 던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추미애 후보의 약진이라는 것은 전체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분량이 줄어든다는 뜻도 되는 것이라며 결선 가느냐, 안 가느냐는 2위부터 5위까지의 총합으로 따지는 것이다. 지지층의 성향상 추미애 후보의 지지층은 아무래도 이낙연 후보보다는 이재명 후보하고 좀 겹치지 않겠냐, 그렇게들 보니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추미애-이재명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만일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된다면 당연히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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