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강타한 네거티브 대전... 與野 경선판 흔드나

이재명 [뉴시스]
이재명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추석 연휴를 지나고 대선에 대한 민심의 향배가 어떻게 흘러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족이 모처럼 모이는 대명절인만큼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민심의 흐름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이 시작되기 전 여야의 대선주자 중 양강구도를 형성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징후가 나타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둘러싸고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며 여야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던 두 후보 캠프는 추석민심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본지는 추석 이후 대선을 향한 민심을 알아봤다.  

-의혹에 발목 잡힌 여야 1위... 당내 1위 입지 흔들

여야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추석 연휴를 지나 민심이 흔들리진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두 후보를 향한 잇따른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석기간 조사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의 상황은 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당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여당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승세를 보이며 이 지사와 오차범위(±3.0%포인트) 수준으로 격차를 좁혔다. 반면 야당에선 최근 상승세를 탄 홍준표 의원을 윤 전 총장이 오차범위 안에서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MBN 의뢰로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추석 연휴 기간인 21~22일 양일간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와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의 격차는 조사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선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여권 내 지지층이 동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내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34.2%)와 이낙연 전 대표(30.2%) 간 격차는 직전 조사(13.7%포인트)인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4%포인트) 좁혀졌다. 

여당은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며 지지율이 주춤한 가운데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 전 대표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다. 호남권역인 전남·광주·전북 등에서 이 전 대표는 49.7%의 지지율을 얻어, 39.1%를 얻은 이 지사를 크게 앞섰다. 

이 지사는 고향인 영남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밀렸다. 이 전 대표는 대구·경북(TK)에서 지지율 31.9%를 얻으며 이 지사(24.4%)를 7%포인트 가량 앞섰다. 이 지사는 부산·울산·경남(PK)에선 22.7%로 이 전 대표(28.1%)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다만 영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선 이 지사가 앞서고 있다. 특히 경기·인천 지지율은 42.1%에 달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윤 전 총장이나 홍 의원과 양자대결 구도로 붙을 경우 모두 오차범위를 넘어서는 격차로 패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구도에서는 이 전 대표가 26.2%, 윤 전 총장이 39.3%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전 대표와 홍 의원 간 대결 구도에선 이 전 대표가 25.1%, 홍 의원이 33.3%로 이 전 대표에겐 현재 야당 1, 2위 후보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선 이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수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인해 9월 초부터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했지만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에 가려져 뒤로 밀린 것이다. 실제 직전 조사에서 지지율이 26.5%까지 떨어져 36.5%를 얻은 홍 의원에 크게 뒤졌던 윤 전 총장은 이번 조사에선 30.8%로 3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이번 조사는 추석 연휴 기간인 21~22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1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 

- 이낙연 “불안한 후보로는 안된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관련해 추석 연휴에도 설전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추석 당일에만 SNS에 3건의 글을 올리는 등 연휴 기간 동안 대장동과 관련해 11건의 글을 직접 올리며 의혹에 일일이 반박했다. 이에 맞서 이낙연 캠프측은 “국민의 오해를 불식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양측은 추석 연휴 초반부터 충돌했다. 지난 19일 광주·전남·전북 TV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이 지사를 향해 “소수 업자가 1100배 이득을 얻은 것은 설계 잘못이냐, 아니면 설계에 포함된 것이냐”며 “역대급 일확천금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지사는 “보수언론과 보수 정치세력이 공격하면 그게 다 옳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또 “제가 부정을 하거나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 후보직과 공직 다 사퇴하겠다”고 했다.

후보 간 정면 충돌 이외에도 두 캠프 간에는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TV 토론 직후 이재명 캠프측 민형배 의원은 SNS에 “이 전 대표의 태도는 도대체 어느 당 소속인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물리쳐야 할 ‘나쁜 후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크게 염려한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이낙연 캠프측 윤영찬 의원은 지난 20일 “이 전 대표를 국민의힘과 엮으려는 프레임을 당장 멈추기를 바란다”며 “왜 한 배를 타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 총을 겨누는 것이냐. 이는 원팀 훼손을 넘어 원팀 정신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의 총리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역공에 나섰다. 이 지사는 “당시 집값이 두 배로 오를 걸 예측 못하고 더 환수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부동산 정책 잘못해서 집값 폭등으로 예상개발이익을 두 배 이상으로 만든 당사자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듯하다”고 이 전 대표를 꼬집었다.

이에 이낙연 캠프측 김효은 대변인은 지난 22일 “입만 열면 기승전 이낙연 탓”이라며 “경기도 판교 대장동 집값 폭등에 이 지사는 책임이 없는가”라고 했다. 이날 전북을 찾은 이 전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민간이 그렇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공영개발은 순수한 공영개발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안한 후보로는 안 된다”라며 “(대장동 의혹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를 소상히 밝히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SNS에 “앞으로 법으로 아예 개발이익 불로소득 공공환수를 의무화하고 이를 전담할 국가기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난 23일 본지와의 만남에서 “이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은 민주당 경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큰 사건이 될 수 있다”며 “추석 전후로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민심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돌파해내며 여권에 대체할 수 없는 후보로서 대세론까지 형성했다. 그러나 이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그의 지지율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그럼 윤 전 총장은 어떨까. 윤 전 총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지지율에 수혜를 본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도 고발 사주 의혹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경우 정치적으로 이 지사와 같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뉴시스]
윤석열 [뉴시스]

 

- 尹, 흐릿해진 대세론... “수사 여부에 野경선판 변할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은 경선 과정 중 피의자 신세가 됐다. 고발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윤 전 총장과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입건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주요 사건관계인으로 보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과 자택, 차량,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손 전 정책관의 대구 사무실과 서울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야당을 통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일 온라인 매체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김 의원이 손 검사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과 자료 등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윤 전 총장은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선거 때마다 그런 정치 공작으로 선거를 하려 한다”며 의혹을 전면 일축했다. 이어 지난 10일 당에서 주관한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도 “검찰총장이 국회의원 100명이 넘는 정당에 사주했다는 게 악의적 공작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자신은 아무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기존 해명을 재확인하면서도 “명확하게 확인이 되면 총장으로서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은 국민께 사과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조사해야 한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는 것과는 별개로 윤 전 총장은 정치적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여부의 개입여부와는 별개로 당시 검찰의 수장이던 그의 책임론이 대두된다면 흠집내기식의 정치적 타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 캠프측 김병민 대변인도 “윤 후보를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상습 고발자와 손발을 맞춰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이라며 “윤 후보 이미지를 손상시키기 위해 여권은 물론 검찰과 공수처가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이 수사기관에 넘어간 가운데 야권에선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의 약진이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에선 견고했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흔들리며 홍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추석 이후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윤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진행에 따라 언제든지 야권의 경선 판도는 변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이재명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불거지며 양당의 경선 판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재명·윤석열로 나뉘었던 양강구도가 3파전(이재명·윤석열·이낙연, 이재명·윤석열·홍준표)으로 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어떤 3파전이 되느냐에 따라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의 여부도 바뀔 수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사기관의 수사흐름에 따라서 언제든 정치지형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추석민심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 그리고 여야의 경선과 내년 대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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