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시작으로 여야 주요 주자들이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윤 후보는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다. 이어 같은 프로그램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나왔고 이낙연 후보(10월3일)가 연달아 나올 예정이다.

특히 윤 후보는 방송에서 검찰총장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려고 했다. 윤 후보 측은 해당 회차가 분당 최고 시청률(12.1%)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으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윤 후보는 방송에서 직접 김치찌개, 불고기, 계란말이 등을 요리해 출연진에게 대접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이것만은 안 하겠다’는 질문에 “‘혼밥(혼자서 밥먹는 것)’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때 ‘혼밥 논란’ 등 소통 부재 비판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인 셈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TV조선 예능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에 오는 출연했다. 방송에서 홍 후보는 집을 공개하고 아내 이순삼씨와 일상을 소개했다. ‘저격수’라는 이미지에서 다정다감한 모습으로의 쇄신을 꾀한다는 평가다.

대선주자들의 예능 출연을 선호하는 것은 딱딱한 뉴스나 TV토론과 재미·웃음이 가미된 예능의 정치적 효능감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간미나 인생·가족사를 보여줄 수 있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담소을 나눌 수 있다.

대선주자들의 예능 효시는 1996년 DJ(김대중)의 일산 집을 찾은 MBC의 <이경규가 간다>가 꼽힌다. 72세의 DJ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서태지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명해진 것도 2009년 출연한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였다.

대선을 앞둔 ‘예능 전쟁’은 2012년 SBS <힐링캠프>에서 뜨거웠다. 박근혜 후보가 중학생 시절의 비키니 사진을 공개하며 노래를 불렀고, 문재인 후보는 특전사 사진과 격파 시범을 보여줬다. 2017년엔 뒤늦게 대선에 나선 홍준표를 빼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모두 등장한 JTBC 예능 토크쇼 <썰전>이 많은 어록과 화제를 낳았다.

대선국면 본격화를 앞두고 여야 유력주자들이 TV예능 나들이는 딱딱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벗고 유권자들에게 보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한 이미지 정치다. 그렇지만 예능 출현이 단순히 쇼가 되지 않을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예능프로에선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해놓고 정치 현장에서는 상대방의 치부를 건들리며 네거티브에 승부를 건다면 대국민 기만극이 된다.

현재 성남시 대장동 개발건부터. 검찰 사주의혹 등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있다. 예능에서 보여준 선함과 유머 감각, 그리고 소탈한 모습이 TV속에서만 보여주고 현장 정치에서 사라지면 안될 일이다. 이참에 대선주자들의 예능출연이 ‘예능은 예능이고 선거는 선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