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화천대유 개발이익 몰아주기 의혹 여전
화천대유에 정계·법조계 인사 ‘수두룩’...비리 온상 지적도
진상 규명 없는 가운데 여야 상호 ‘폭탄 돌리기’ 정쟁 가열
野 “대장동 복마전 실체는 이재명”...‘특검 도입’ 강력 요구
與 “국힘 토건세력 그 자체...郭 아들 퇴직금, 대가성 로비”

2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가 제각각 논란의 본질이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하며 정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대선 최대 화두로 급부상한 대장동 의혹의 본령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대장동 의혹은 2015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관 합작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의 수익 배분율이 특정 민간 투자사에게 과도하게 높게 설정됐다는 점이 도화선이 됐다.

즉, 토지 개발사업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수익이 특정 집단에 배정되는 것을 이 지사가 방조했다는 지적이 들끓으며 이른바 ‘이재명 게이트’가 대선 정국의 중심부를 강타한 것.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의문 투성이’ 대장동 특혜 논란의 정점은 이재명?

대장동 개발사업의 단초가 됐던 ‘성남의 뜰’은 총 출자금 50억 원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출자금 25억 원, 지분 54%), 하나·국민·기업은행 및 보험사(출자금 21억5000만 원, 지분 39%), 화천대유자산관리·천화동인(출자금 3억5천만 원, 지분 7%)이 투자에 참여했다.

민간 투자사로 참여한 화천대유는 자회사인 천화동인과 함께 불과 7%의 최소 출자 지분에도 불구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수익(183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4040억 원의 수익금을 배당받았다. 화천대유는 전체 출자금의 1%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투자해 57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천화동인(에스케이증권 주식회사)은 3억 원을 투자해 무려 1154배에 달하는 3463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

당시 이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공부문의 총책을 맡았던 만큼, ‘성남의 뜰’ 주주 구성 방식과 수익 배분 구조 등이 이미 컨소시엄 구성 단계에서부터 설계됐다는 의혹 제기도 야권을 중심으로 빗발쳤다. 

이렇듯 출자 지분이 적은 민간 사업자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거둔 데다, 이들 사업체 안팎에 전현직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들을 비롯해 그 가족들까지 대거 포진한 것이 밝혀지면서 대장지구 개발사업이 ‘권력형 부동산 불로소득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더군다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대장지구 개발사업 컨소시엄 참여 업체로 화천대유를 선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민간 사업체로 선정된 화천대유는 설립된 지 불과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신생 기업으로 사업 실적도 전무했다. 그런 화천대유를 사업체 공모가 시작되고 불과 하루 만에 시책 사업의 핵심 주체로 지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를 향해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당내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TF)’까지 별도로 구성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등 여당 전면 압박에 나섰다.

지난 26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뉴시스]

‘郭 부자 의혹’에 졸지에 과녁 된 국민의힘 

그러나 여당 공세 재료로 활용됐던 대장동 이슈는 화천대유에 연루된 곽상도 의원과 아들 곽병채 씨(31)의 연이은 의혹으로 이내 국민의힘의 대선 최대 리스크로 급부상했다. 이는 ‘이재명 게이트’로 시작된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이 돌연 ‘국민의힘 게이트’로 둔갑하게 된 결정적 매개체가 됐다는 평가다. 

‘국회의원 후원금 고액 후원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곽 의원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부부,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총 2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들은 법정 한도 금액인 500만 원씩 ‘쪼개기’ 형태로 총 5회에 걸쳐 곽 의원을 후원했다. 

다음은 화천대유, 천화동인 핵심 관계자들의 곽 의원 후원 내역. 


ㆍ2016년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500만 원
ㆍ2016년 정시내(남욱 변호사 부인, 전 MBC 기자) 500만 원
ㆍ2017년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500만 원
ㆍ2017년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500만 원
ㆍ2019년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500만 원


여기에 화천대유 토지보상팀에서 7년 동안 근무했던 곽 씨가 지난 3월 퇴사했을 당시 회사 측은 당사자가 신청하지도 않은 ‘산재위로금’ 명목으로 5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곽 의원을 의식한 화천대유 측의 대가성 로비라는 여당의 공세가 거센 상황이다.

곽 씨는 지난 26일 곽 의원의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아버지가 화천대유 배후에 있고 그로 인한 대가를 받은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근속년수 7년차 30대 직장인의 퇴직금으로 50억 원이라는 금액은 국민 정서와 눈높이가 맞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밖에 대장동 논란과 접점이 있는 보수정당 출신 정치인으로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와 신영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추가로 지목된 것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편한 대목이다.

원 전 대표는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지난 7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감되기 직전까지 매월 9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의원의 경우 지난 2010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영으로 추진했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압박해 민영개발로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신 전 의원의 친동생과 LH 본부장 등이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다만 신 전 의원은 “민영개발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LH가 스스로 대장동 사업을 포기한 것”이라고 민영개발 전환에 개입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형동(오른쪽), 박수영(가운데) 의원과 정상환 변호사가 28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및 화천대유, 천화동인 관련 8인에 대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의혹, ‘복마전’ 실체 놓고 여야 공방 첨예 

대장동 논란과 관련한 엄정한 실체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의혹의 본질을 놓고 여야가 대척점에 선 모양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당장 강력한 징계 조치를 언급하며 곽 의원과 거리를 두면서도 “대장동 특혜 의혹의 본체는 이 지사”라며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드러난 의문점마다 이 지사의 측근들이 연루돼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곽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등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힘이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자 토건세력 그 자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지사가 설계한 대장동 복마전이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가고 있다”면서 “화천대유에서 여권 중심부에 이르는 라인이 하나 더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이한성 씨를 지목한 것. 이 씨는 화천대유의 사내이사이자 천화동인 1호 소유주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특위 소속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인 이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이한성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명확하다”라며 “결국 대장동 개발사업의 복마전은 이재명 게이트로 귀결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이날 “특별검사 수사로 몸통을 가리자”며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한편, 이 지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 총책을 맡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9명을 배임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이에 이 지사와 여당도 즉각 반발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이 앞뒤 모르고 천방지축 뛰고 있는데, 본인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곧 빠질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토건세력 그 자체, 토건세력과 유착한 부정부패 세력”이라고 맞불을 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국민의힘을 겨냥하며 “누워서 침을 뱉은 격이다. 파면 팔수록 야당 인사와 핵심 세력의 비리만 드러난다”면서 “곽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 원은 민정수석이었던 아버지에게 준 뇌물로 보는 게 국민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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