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대표 양수광씨 "금융사들 위험성 속여"…경찰, 첫 고발인 조사 진행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경찰이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금융 범죄수사대는 하나은행 등이 고발된 사건을 최근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단체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피해자 연대 등은 지난달 9일 하나은행과 자산운용사 7곳, 증권사 3곳 등을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일요서울은 연대 양수광 대표로부터 고발장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한다.

경실련 등 고발인 조사 위해 경찰 출석…추정 피해액 1천억 원 넘어
"금융당국 모르쇠 말고 조사 의지 없다면 사법당국 힘 빌려라" 촉구


이들은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서울남부지검에 하나은행 등을 고소했으나 수사가 답보상태에 있다고 비판하며 경찰에 추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판매사인 하나은행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사실과 다르게 설명해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도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 있던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30일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 등이 경찰의 고발인 조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촉구했다.

양수광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매사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도 펀드 부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라면서 "이런 사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판매사는 자금 대부분을 만기가 짧고 회수가 확실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였지만, 사실은 만기가 길고 회수가 불투명한 매출채권에 투자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만기 상환 시점을 펀드 설정일로부터 13개월이 되는 때 단기 상환이 가능한 것으로 본 펀드를 판매했으나 13개월의 상환기간은 애초 환 헤지를 위한 자동 만기 연장(FX스왑계약의 롤오버) 기간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기상환은 불가능한 것이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양 대표는 이어 일요서울과 만나 "이미 지난해 7월, 피해자들이 서울남부지검에 한 차례 고발을 진행했음에도 미온적 태도와 수사 의지 부족으로 1년이 넘도록 수사에 진전이 없는 검찰을 신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라며 "경찰이 무책임한 검찰을 대신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판단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새롭게 추가된 범죄 혐의를 별개의 사건으로 해 경찰이 직접 수사가 가능해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의금융연대 관계자는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총수익스와프(TRS) 증권사들이 이미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 있던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라며 수사를 촉구했다.

- "거짓된 설명으로 투자 피해 보았다" 주장

고발장에 따르면 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 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 1500억 원어치가 판매됐으나, 2019년 말부터 상환 연기나 조기상환 실패가 발생하며 1100억 원 넘는 피해액을 냈다.

고발인들은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목표수익률’, ‘투자 대상’,‘만기 또는 조기상환 기간’ 등에 관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거짓된 설명을 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투자설명서에 존재하지도 않는 한남어드바이져스라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막대한 수수료를 가로채고, 이 회사의 실질 소유자가 본 펀드의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의 최대 소유권자와 동일인으로 강하게 추단된다는 점은 이 펀드가 처음부터 기만의 고의를 가지고 투자자들의 자금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고발인들은 "하나은행은 본 펀드의 판매사이면서 동시에 수탁사로 참여해 펀드의 상환조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으며, TRS 증권사였던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 금융투자증권 등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마진콜(Margin Call) 고지 없이 원금 이상의 손실 발생 사실을 숨긴 채 지속해서 본 펀드를 판매했다"라며 "TRS 증권사들이 본 펀드 계약 직후부터 애초 30%이던 증거금을 100%로 상향해 현재까지 이를 유지한 정황만 보더라도 피고발인들이 본 펀드의 위험성을 이미 알고도 투자자들을 기만한 채 무리하게 본 펀드를 판매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금융 범죄수사단)에 사기 판매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판매사 하나은행과 자산운용사 7곳(JB자산운용 등), TRS(총수익스와프) 증권사 3곳 및 그 임직원 등을 특형법상 사기 내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부정 거래행위 등의 금지 등) 혐의와 추가 범죄 혐의(TRS 증권사들의 100% 증거금 유지 및 마진콜 행사 여부)로 고발했다. 더불어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피고발인 등에 대하여서도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비롯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를 당부했다.

- 검찰 고소에 별개 사안…경찰이 진실 밝혀 주길

양 대표는 "1금융권인 하나은행이 앞장서서 이 모든 사기극을 주도했다"라며 "고객들에만 은폐하고 지속해서 팔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혹들을 해명해야 할 금감원이 조사 권한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경찰이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라"라고 촉구 했다.

양 대표는 "금융기관들에 의해 조직적 은폐와 기만 사기 판매가 가능하고 어떻게 1년이 넘도록 금감원과 검찰은 무기력하고 수수방관 세월만 보내는가"라고 물으며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와 펀드 피해자들에 대한 불완전판매 권고안을 내린다면 그것은 하나은행에 면죄부를 주고 어쭓잖은 배상비로 금융사기 사태를 무마시키는 기만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신장식 변호사(금융 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는 일요서울에 "펀드는 (초반) 이탈리아 정부의 우량채권에 투자한다고 판매를 시작했지만 (실상은) 정부가 보장하는 담보가 아닌 해지조차 불가능한 펀드에 투자했다"라며 "상품을 팔던 PB들도 이탈리아 정부에 투자하는 것이라 설명했지만 (추후) 자신들도 몰랐다고 시인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PB들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13개월 내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홍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실사 결과 회수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된 채권 비율은 무려 60.3~99.9%에 달했다. 사실상 13개월 내 조기상환이 불가능한 상품이었던 셈이다.

신 변호사는 "금감원이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했던 만큼 이 이탈리아 펀드도 기만의 위한 계약 취소임을 인정해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각적이고 철저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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