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뛰어넘어 ‘한국어 공부 열풍’ 일으키는 외국인들

[사진=유튜브 어썸 코리아 채널에 올라온 ‘외국인이 느낀 한국어 첫 느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어썸 코리아 채널에 올라온 ‘외국인이 느낀 한국어 첫 느낌’ 영상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학습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사람’ ‘친구’ ‘생각’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한류 열풍은 한국 음식과 여행을 넘어 ‘한글 배우기’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한글 가사로 이루어진 케이팝(K-POP)에 대한 사랑도 한글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이나 유학 등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만으로도 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 외국인들이 많이 쓰는 한국어 단어… ‘사람’ ‘친구’ ‘생각’
- 세종학당 학생, 토픽 응시자 수 ‘증가’… 한국어 국제적 위상↑

지난 6월 국립국어원은 ‘한국어 학습자 말뭉치’를 분석한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영어·러시아어 권역 일반명사 고빈도어 순위에서 ‘사람’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말뭉치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생산한 말이나 글을 데이터화한 것이다. 뒤이어 ‘친구’ ‘생각’ ‘때’ ‘일’ ‘공부’ ‘집’ 순으로 사용 빈도가 높았다. 

말뭉치에 따르면 언어권별로 빈도에 차이를 보이는 단어도 있었다. 중국어권은 ‘사회’, 일본어권은 ‘이야기’, 베트남어권은 ‘여행’, 영어권은 ‘시간’, 러시아어권은 ‘가족’과 ‘남편’ 등이 다른 언어권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나는 단어로 조사됐다.

유튜브 어썸 코리아 채널에 올라온 ‘외국인이 느낀 한국어 첫 느낌’ 영상에서 러시아 출신 엘리자베타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꺼냈다. 그는 “한국에서 취직하고 싶어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학교에서 한국어를 처음 배우게 됐다”며 “한국어를 처음 배울 때 세종대왕이 한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글 모양이 우리 입모양처럼 규칙으로 만들어져 있는 게 신기했다”며 “의성어나 의태어가 엄청 많아 배우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책에서는 많이 나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 배울 때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미국 출신의 맥사라는 “미국에 살 당시 중·고등학교 때 태권도를 했었다”며 “용인대 태권도 멤버 팀이 내가 다니는 도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어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요’ 같은 기초 표현들을 배워 먼저 건넸다”고 했다. 

맥사라는 “한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 때마다 좋은 반응을 해 줘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면서도 “의성어나 의태어는 영어로 번역하기 힘들어서 아직까지도 배우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다 못 배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국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5년 전 한국에 온 미국인 로건은 “중국어, 일본어와 다르게 한국어는 한글만 알면 음식을 시킬 수 있지 않나. 그래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아시아권 언어에 비해 글자 수가 적어서 놀랐다”며 “중국처럼 한자 같은 걸 써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중국어는 누가 벽에 그림을 그린 것 같다. 그런데 한국어는 직선이고 원이 하나 정도 있고 다 뜻이 있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단어가 너무 많은 것”이라며 “한 개 단어에도 의미가 여러 개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영어는 만 15000개의 단어만 알면 문장을 다 말할 수 있는데 한국어는 만 25000단어를 알아야 제대로 말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같은 의미를 뜻하는 단어도 많으니 배울 때는 짜증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들 한국어 정규 과목 채택 증가

한국 문화를 비롯한 한국어의 국제적 저변이 넓어지면서 이에 대한 위상도 높아졌다. 지난해 영국 BBC가 방송에서 ‘오늘의 단어’로 소개한 ‘꼰대(KKONDAE)’를 비롯해 ‘먹방(Mukbang)’ ‘갑질(Gapjil)’ 등 신조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 ‘재벌(Chaebol)’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된 지 오래다.

현재 한국어를 제1외국어나 제2외국어로 선택한 국가는 총 16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39개국 1669개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약 16만 명의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의 경우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 중 한 곳이 처음으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했다. 

‘한글 배우기’ 열풍, 어느 정도?

전 세계 60개국 180곳(2019년 6월 기준)에 세종학당을 두고 연간 5만7000여 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07년 세종학당이 출범된 첫해엔 3개국 13곳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국가 수는 20배, 학당 수는 14배 늘어난 셈이다. 개설 지역으로는 아시아가 105곳으로 가장 많고, 유럽이 38곳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능력 평가 시험인 토픽(TOPIK)의 응시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1997년 첫 해 2200명에서 2018년 33만 명으로 무려 150배가 늘었다. 경쟁이 과열돼 최근 들어선 부정 행위로 적발되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3억 명 이상이 이용한다는 무료 언어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에서도 한국어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듀오링고의 한국어 학습 코스는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2017년 9월 시작됐다. 듀오링고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는 사람은 약 330만 명에 이르며 이는 6번째로 인기 있는 코스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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