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내로남불부메랑이 대선 정국 여야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는 단골 메뉴로 쓰였던 내로남불은 이제 야당의 숨통까지 조이고 있다. 야당은 지금까지 여당의 내로남불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민심의 정권교체분노에 부채질을 해왔다. 그러나 야당 또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면서 정치인의 이중적 태도는 야당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정치권의 내로남불 행태는 국민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부동층의 확대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천대유로부터 50억 퇴직금을 받은 아들로 곤혹스런  처지에 몰린 곽상도 의원, 뉴시스
화천대유로부터 50억 퇴직금을 받은 아들로 곤혹스런 처지에 몰린 곽상도 의원, 뉴시스

-내로남불논란 치명상 입었던 여당, ‘위선적이미지 극복에 전전긍긍
-내로남불대여 공세 펼치던 국민의힘, 이젠 역공받으며 수세 몰려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남의 잘못에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정작 자신이나 같은 편의 잘못에는 너그러운 이중잣대를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줄임말이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99615대 총선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에 대해 새정치국민회의가 공격을 퍼붓자 내로남불이라는 말로 응수했다.

이후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로남불이 여당 공격 소재로 활용됐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전병헌 전 의원은 여야 갈등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누리꾼들이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유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로남불주홍글씨 대선 정국 최대 약점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야당이 여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하는 키워드로 자주 활용돼왔다. 진보 진영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었던 보수 진영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내세워왔다. 그러나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시작된 내로남불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끊이지 않으면서 여권은 도덕성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SNS 등을 통해 보수 정당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러나 그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자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 가족 관련 각종 의혹이 터지면서 보수언론과 야당의 총공격을 받았고 내로남불의 대명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후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강조해왔던 여권 인사들이 임대차 3통과 이전 임대료를 인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일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사실상 경질됐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까지 월세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차갑게 돌아선 민심은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에게 철퇴를 가했다. 여당의 재보선 참패 원인을 분석한 해외 언론에서도 내로남불이 언급됐다.

지난 47(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선거 참패는 한국 정치의 변화를 예고한다제하 기사에서 여당의 재보선 참패 원인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며 집권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특례 입학 스캔들로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문 대통령의 공약이 날아가고 흙수저들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진보진영의 위선적인 관행을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 부른다고 전했다.

4월 재보선 이후 민주당에 내로남불’ ‘위선적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민주당의 자체 분석 보고서도 나온 바 있다. 민주당 송갑석 전략기획위원장이 지난 525일 의원총회에서 보고한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 최초 연상 이미지로 내로남불(8.5%)이 파랑(10%)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각설과 관련해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내로남불, 캠코더, 회전문, 보은인사를 인적쇄신으로 포장한다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을 가했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와 딸 조 모씨에 대한 입학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2019.09.19. 뉴시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와 딸 조 모씨에 대한 입학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2019.09.19. 뉴시스

국힘 김현아 윤희숙 장제원 곽상도내로남불 진땀

그러나 야당의 내로남불 공격은 이제는 부메랑이 돼서 되돌아오고 있다. 최근 야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여당의 역공을 받고 있다. 우선 최근 국회의원 시절 다주택을 보유한 여권 인사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김현아 전 의원이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차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에 김현아 전 의원을 내정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서울과 부산에 부동산 네 채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강남 다주택자 김현아의 내로남불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현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이 정말 가관이다. 부동산 4채 보유에 관해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라는 궤변으로 피해 나갔다내가 하면 부동산 귀재, 남이 하면 부동산 투기인가. 정말 뻔뻔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결국 김현아 전 의원은 부동산 4채 보유로 인한 내로남불논란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의 임대차 3처리에 반대하며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화제를 모았던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도 내로남불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부친의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되자 대선 경선 후보직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여당은 윤 전 의원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야당 내에서 공격수 역할을 자임해왔다는 점에서 윤 전 의원을 둘러싼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탐욕스런 집안의 딸이라며 거센 역공을 가했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여당의 대표적 저격수로 꼽혔던 장제원 의원을 향해서도 내로남불이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 의원의 아들인 래퍼 용준(예명 노엘)씨는 최근 집행유예 기간에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음주 측정을 요구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용준 아버지 장제원 국회의원직 박탈을 원한다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장 의원이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조 전 장관의 가족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50억원 퇴직금논란이 불거지면서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곽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와 관련된 의혹을 파고들며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곽 의원에 대한 내로남불’ ‘아빠 찬스논란이 가열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곽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에서 자진 탈당했다.

곽 의원 아들의 고액의 퇴직금 수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의 내로남불역공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곽상도, 장제원 두 의원에게 왜분노하는 것일까. 그 두 분은 사회지도층 가족일수록 엄격한 도덕 기준을 지키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분이라며 이 두 사람의 내로남불에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최고위원은 장 의원은 지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식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고 단언했다곽 의원 역시 조 전 장관을 두고 수많은 청년이 아빠찬스, 엄마찬스에 환멸과 진절머리를 느낀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대통령의 자녀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내 자식의 행태는 아빠찬스가 아니라는 뻔뻔함, 내 자식은 착한데 남의 자식 문제라는 내로남불, 아시타비에 국민은 절망한다정치일선에 그만 물러나라. 두 분이 그렇게 남을 공격했던 말 이제 본인에게 들이대고 실천하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내로남불논란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숨통을 겨누자 이로 인해 정권교체 열망이 가라앉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힘, 정권교체 열망 가라앉을까, ‘노심초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5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28.0%, 이재명 경기지사 27.6%, 홍준표 의원 14.9%, 이낙연 전 대표 12.3%로 집계됐다. 2021.09.30 뉴시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5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28.0%, 이재명 경기지사 27.6%, 홍준표 의원 14.9%, 이낙연 전 대표 12.3%로 집계됐다. 2021.09.30 뉴시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7YTN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한 윤희숙 전 의원에 대해 “(윤 전 의원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을 바라보며 아마 그렇게 한 것 같은데 곽상도 의원이 한 일은 국민들도 다 알지 않나라며 지금까지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자녀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선봉에 서서 국민적 눈높이에서 말씀한 분이다. 이 정도면 본인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난 다음 수사를 받겠다고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문제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노력한 만큼 공정한 대우를 꿈꿨던 그리고 꿈꾸고 있는 보통의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준 부분에 대해 당의 청년최고위원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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